"극작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언텔 인터뷰

260126 폼앤노말

by 고멘트

힙합 음악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타 장르와 결합이 비교적 편한 힙합은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점점 디지털 한 요소와 합쳐진 레이지가 주류인 지금 한국 힙합 씬에서 오히려 반대로 힙합의 뿌리를 찾아간 래퍼가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 Untell(이하 언텔)이다.


<고등래퍼 3>을 통해 이름을 처음 알린 언텔은 최근 <SHOW ME THE MONEY 12 : 야차의 세계>에서 활약하며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방송에 출연하면서도 음악 커리어를 꾸준히 쌓아 갔는데, 특히 최근 발매한 3집 [Paradise Syndrome]은 트렌드와 반대로 힙합의 뿌리인 소울, 펑크, 재즈등의 흑인 음악을 차용했다. 또, 이 앨범은 언텔의 1년간 슬럼프에서 얻은 깨달음이 담겨 있고 동시에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새로운 시작 지점이 되었다. 앨범이 발매된 지 3개월쯤 지난 1월, 이 앨범이 가진 의미에 관해 샅샅이 헤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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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십니까. 대중 분들은 아마 <SHOW ME THE MONEY>로 저를 알고 계실 텐데, 저는 정규 2집 [ANIMAL]과 정규 3집 [Paradise Syndrome]을 굉장히 아끼는 아티스트 언텔 (untell)입니다.

Q. <SHOW ME THE MONEY 12 : 야차의 세계> (이하 <야차의 세계>) 잘 보고 있습니다. 요새 어떻게 지내시고 계시나요?

- 인터넷을 원래 잘 안 해서, 지금 방송 반응은 잘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운동하고 있고, [ANIMAL] 비주얼이 리뉴얼 되기도 하여, 집중해서 콘서트 준비하고 있습니다.

호평 받았던 야차의 세계 무대

Q. <야차의 세계>를 보면서, 랩 톤이 조금 바뀐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혹시 그렇다면, 변화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 몸이 좋아져서? 그리고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까 톤이 자연스럽게 묵직해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옛날에는 20살 때였으니까, 성대의 변화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Q. 다른 인터뷰에서 3집 콘서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었는데 혹시 진행이 되고 있는지, 진행이 됐다면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2월 20일에 2집이랑 3집을 스토리로 엮어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콘서트를 진행합니다. ‘연남 스페이스’라는 공연장에서, 딱 200명만 볼 수 있는 콘서트입니다.


1.jpg 언텔 단독 콘서트: Where Is Paradise?




Q. 3집 앨범의 제목 'Paradise Syndrome'은 '원하는 목표를 이룬 후 겪는 불안함과 불만감'이란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텀블벅 페이지에서도 언급하셨듯이, 이 앨범을 만들기 직전 슬럼프에 빠져있었다고 하셨는데, 그 슬럼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 언어적인 부분에서 한계를 느끼게 됐습니다. 언어를 쓰는 것 자체에 있어서 굉장히 큰 무게를 느끼는 순간이 왔고, 언어로 가사를 써서 음악에다 풀어내는 것 자체가 두려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멜로디와 트랙 제작은 가능한데 가사가 계속 안 붙는, 편하게 말하면 Writer's block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의 의미는 가사를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인데, 갑자기 목소리를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악 활동을 안 하는 게 맞겠다 싶었고, 그래서 2024년 즈음에 거의 1년 정도를 휴식하게 됐습니다.


Q. 언어에 무게를 느끼셨다는 말씀을 들으니, 과거 한국에서는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에 있어 유독 ‘메시지’에 열광하는 스테레오타입이 있었던 것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나 무게감을 느끼셨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 맞습니다. [ANIMAL] 발매 기념 전시 때, 제 팬이 오셔서 1집 [HUMAN, the album] 앨범이 본인한테 영향을 많이 줬다고 말씀하셨는데, 저에게는 굉장히 파괴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던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또 그거에 영향을 받았던 사람이 있으니까, 그때 갑자기 책임감을 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Q. 이전에 비해 이번 앨범은 1번 트랙 가사처럼 ‘냉철해진 인식의 넋두리’라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덜 자조적이고 다양한 관점으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다른 인터뷰에서 언급하셨던 것처럼 철학 공부를 하시면서 니체의 영향을 받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 니체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철학 공부를 하면서 어떤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습니다. 저는 원래 감성적인 사람이었지만, 어떤 현상을 자세히 알고 보니 별거 아니고 도리어 우스워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웃는 것은 그냥 어떤 호르몬이 뇌에서 퍼져 나와서 몸에 흘러 기분이 좋게 되면 생기는 생물학적 현상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적나라하게 의식했을 때 그 삶의 무게가 덜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귀신이 있다고 믿으면 굉장히 두렵겠지만 귀신이 없다는 과학적 사실을 발견했을 때 안도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저는 애초에 철학이라는 것이 어떤 현상 하나를 여러 학문의 시선을 통해 많은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게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관조자의 시야를 얻으면서 그런 ‘인식의 넋두리’가 쌓이는 것이 제 입장에서는 재미있었습니다.


1.jpg 3집 [Paradise Syndrome]

Q. [Paradise Syndrome]에서 ‘HEAD_HEART’ 이후 등장하는 트랙들의 유기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의도한 바라고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HEAD_HEART’나 ‘For Life’의 ‘스스로의 약함을 인정하고’ ‘무너지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뱉고’ 같은 가사처럼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한 시도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반면 다른 인터뷰나 ‘그래 난 나쁜놈’의 가사처럼 ‘허무함에서 벗어나’ ‘더 이상 특별한 걸 찾지 않기에’ 의도적으로 많은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정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제가 유기성을 포기한 이유는 ‘너무 장르 앨범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것 역시 의미를 하나로 함축시키려는 시도가 되니까. 이 앨범에서 제가 중요하게 말하고 싶었던 건 언어와 의미에 갇히지 말자는 메시지입니다. 환상을 쫓다가 허무함을 느낀다는 내용이고, 그 태도가 일관돼 있기 때문에 곡의 장르는 더 극과 극으로 나뉘어 서로 다 달라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릴스를 보면 헬스 하는 사람 나왔다가 예쁘고 멋있는 사람 나오다가 군인 나왔다가 합니다. 이미 이런 세상인데 앨범이라고 꼭 맥락이 정해져 있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세상 자체가 이미 많은 의미와 맥락이 파괴되어 있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로서 그런 중구난방인 세상을 표현하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저는 세계관을 만들어서 앨범을 만드는 사람이니, 조금 더 확장된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언어적 한계에서 벗어나 환상을 걷어내며, 더 냉철하게 세상을 보는 사람이라면 더 넓은 세상을 표현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애초에 이 앨범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찾자고 딱 정해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제 태도의 하나일 뿐입니다. [Paradise Syndrome]은 시즌제 영화처럼 2편도 나오고 3편도 나올 것 같습니다. 제목이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초인의 태도에 대해 1편을 담은 것이고, 후에도 2편이 나옵니다. 사실 저는 이번 [Paradise Syndrome] 앨범은 거의 시연 버전, 튜토리얼 버전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나올 후속작들에 대한 설명과도 같은 앨범인 거군요.

- 맞습니다. 굳이 언어로 표현을 하면은 저는 실존주의를 표현하고 싶은데, 실존주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허무주의를 먼저 설명을 해야 합니다. 그걸 극복하는 것이 실존주의이기 때문입니다. [Paradise Syndrome]은 거의 허무주의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이 앨범을 거의 예고편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되게 큰 프로젝트네요.

- 큰 프로젝트입니다. 정규 앨범 단위에서는 아마 평생 가져갈 수도 있는 주제입니다.

Q. 이 앨범을 래퍼의 이야기가 아닌 ‘캐릭터’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니까 후반부에 유기성이 무너지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 애초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쉽게 말하면 결국 ‘자라투스트라’라는 인물을 내세워서 본인의 철학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고, 성경처럼 아포리즘으로 구성을 해 낸 책입니다. 저도 그런 연극적인 요소를 차용하는 걸 좋아합니다. 니체가 고대 그리스 문학을 굉장히 사랑했던 것처럼, 저도 그런 연극 정신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Q. ‘Where Is Paradise? pt.2’는 윤문식 배우님의 피처링이 인상 깊었던 곡입니다. 윤문식 배우님의 피처링을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원래는 그 곡에 윤문식 배우님 부분을 제 친구가 그냥 재미로 써서 보내줬던 건데, “이거 진짜로 할아버지가 부르면 의미가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번 트랙이니, 아직도 환상을 찾고 있는 중일 테고, 그 환상을 찾는 젊은이의 미래를 표현한 곡입니다. 그렇게 환상 찾다가 할아버지가 되어서 “난 다 잃었다. 잃어버렸다”라고 한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제가 ‘싸가지’라는 단어에 엄청 꽂혀 있었습니다. 뭐만 하면 “싸가지가 없네”,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지?” 이러다가 우연히 ‘할아버지? 싸가지? 윤문식’까지 생각이 미쳐서 부탁드리게 됐는데, 무모한 부탁이었음에도 되게 쿨하게 승낙해주셨습니다.


Q. 앨범이 전체적으로 ‘허무함’, ‘괴리감’에 대한 인식과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힙니다. 이 부분에서 다른 인터뷰에서의 언급처럼 키드밀리 님의 [Cliché]가 연상이 되기도 하는데요. 키드밀리 님이 피처링에도 참여하셨다 보니, 이와 관련해 그 당시에 키드밀리 님에게 조언이라거나 이야기를 들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 말씀하셨듯이 [Cliché]라는 앨범이 있다 보니, 주제를 떠올리고 앨범을 만들려고 할 때부터 키드밀리 님이 참여하시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키드밀리 님은 [Cliché]라는 앨범에서 그렇게 허무함을 표현하신 후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키드밀리 님한테 부탁을 드릴 때, 저는 “이 허무주의에서 탈출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허무감을 느낀 그 뒤의 이야기를 써달라”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직접적인 조언을 들었다기보다는 이미 그 가사로 많은 조언이 된 듯 합니다. 거의 음악으로 얘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Paradise Syndrome (Feat. Kid Milli) Live Video

Q. 원래 친분이 있으셨던 건 아니었나요?

- 원래는 크게 친분이 없었는데, [ANIMAL] 앨범을 냈을 때 잘 들었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때 저에 대해 작업을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셨던 듯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같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Voila!’의 가사는, 이런 괴리함, 허무함에 빠져나온다 해도 결국 어차피 ‘투덜거리게 될 것’이라는, 앨범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스킷처럼 해석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괴리, 허무함을 부정하지 않는 앨범의 바이브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이런 해석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 처음에는 그냥 스월비 (Swervy)랑 재미있게 만들어 보려고 제가 대본을 써놨던 에세이 형식의 글이었습니다. 제가 철학 공부를 하면서, 문득 하데스에 꽂혀서 “만약 하데스가 지금 이 시대에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잠언처럼 써본 글입니다. 원래는 음악으로 만들 계획이 없었습니다.

한번은 제가 눈을 감고 걸었는데, 그 넓은 평야에서 눈을 감고 걷는 10초 동안 별의별 망상이 들었습니다. ‘나무에 부딪히면 어떡하지?’ ‘누가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맞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엄청 많이 들었는데, 겨우 눈 하나 감았다고 이 넓은 평야가 지옥처럼 변하는 경험을 실제로 해보고 나니까,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상상들은 눈을 감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 에세이를 집에 가서 쓰게 됐습니다.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모든 망상들을 눈을 뜨는 것만으로 다 해결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명상 가이드처럼 쓴 에세이고, 내레이션에도 그 내용이 그대로 적혀있습니다. 부정적인 인식에 갇혀 그 안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좋은 자연 속에 있어도 아침 햇살마저 굉장히 불쾌하게 느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가 이 아름다운 자연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너는 햇빛이 그렇게 눈부셔서 불만이니? 그러면 눈을 다시 감아라”라는 내용을 끝으로 마침내 눈을 감으면, 5번 트랙에서 베이퍼 웨이브가 갑자기 펼쳐지는 구성입니다. 눈을 감으면 망상이 시작될 것이고, 눈을 뜨면 너의 망상이 끝날 것이다.라는 내용입니다.


Q. ‘Kombat Slide’에는 ‘가사 잃은 멜로디의 늪’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For Life’나 ‘I’ve Been Tryin’에서는 멜로디가 부각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들도 아까 말씀하셨듯 언어에 무게감을 느껴 조금 더 비언어적인 음악적 표현에 집중을 하시게 된 결과일까요?

- 아닙니다. 그냥 노래하고 싶어서 한 것입니다. ‘Amor Fati’. 하고 싶은 거 했습니다.


Q. 그렇다면 ‘HEAD_HEART’의 ‘멋지게 들리려고 영어로 썼다’ 같은 가사도 그냥 하고 싶어서 하신 걸까요?

- 맞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미 탈출했으니까. ‘Voila!’에서 망상은 끝났고, 그래서 앨범의 주제는 사실 5번 트랙에서 이미 끝입니다. “눈 떠라. 인식해라. 마음대로 살아.”라고 하고 그다음부터 막 사는 것입니다.


Q. 그래서 이제 뒤에 유기성도 그냥 무시하고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군요.

-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이 영어 내레이션 듣기 간지나 보여서 그냥 쓴 거야.” 그리고 그 내레이션은 Khundi Panda가 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르던데, 그것도 저의 유머 코드였습니다.


Q. ‘I’ve Been Tryin’’에서 포크를 시도하신 것도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맥락에서 일까요?

- 그건 아닙니다. 포크 음악은 힙합보다 더 메시지와 감정을 한 번에 전달하기 쉬운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피처링에 참여한 김민성이라는 포크 가수가 씬에서도 인정받는 아티스트이고, 저와 친하기도 합니다. 동갑이기도 하고, 저랑 감정선이 비슷합니다. 하는 음악은 다르지만 음악에 대해서 생각하는 간절함이나 우울함의 색깔 같은 것이 비슷해서 평소에도 이 친구와 작업을 꼭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I’ve Been Tryin’’이라는 제목도 ‘난 지금까지 했었고, 앞으로도 할 거다’라는 뜻을 함축한 것인데, 이게 제가 앨범에서 굉장히 말하고 싶은 태도입니다. “오류인 건 알지만, 그래도 할게.” 사실 앨범이 이렇게 다 같은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쉬운데, 제가 굳이 설명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났으니까 말할 수 있습니다.


표류기-21_커버-900x900.jpg 최근 정규 앨범 [표류기21]을 발매한 김민성

Q. 마지막 트랙 ‘Don’t Moshpit’은 우스갯소리로 ‘섀도복싱 트랙’이라 하잖아요? 자신을 완전히 깨달은 언텔이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는 래퍼들에 대한 일침을 되게 멋있게 하고 끝내는 트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가장 정통 하드코어 힙합에 가까운 노래이기에, 앞에서 말씀하셨던 멜로디의 늪과 가장 상반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트랙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 이제는 아시겠지만 저한테 이 앨범 안에서 의미를 묻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이 앨범은 사실 ‘Something Special’이라는 곡으로 이미 끝입니다. 하지만 영화로 생각하면 진중한 영화의 엔딩 크레딧 OST는 웃긴 곡이 나오는데,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면 할수록 유머랑 같이 섞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코미디에서 오는 어떤 가벼움이 사람들의 무거움을 덜어준다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어떤 통통 튀는 힙합 곡이 있어야 엔딩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앨범 자체가 랩적인 쾌감을 주는 앨범은 아니다 보니 상업적으로도 니즈에도 맞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기획자로서,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이 곡에 담은 유일한 의미를 찾아보자면, 앨범 내에서 계속 허무와 관련된 얘기를 해왔는데, 마지막에는 제목으로 “어차피 이런 세상이니까 좀 싸우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Moshpit이라는 게 사람들이 놀면서 서로 막 부딪히고 하는 건데, 저는 이게 싸움이라 생각했습니다. 다 같이 막 때리고 싸우는 느낌. 제목만 그렇고 그 안에 있는 내용은 말씀하신 것처럼 래퍼로서 섀도복싱을 한 것이긴 합니다. 요약하면 엔딩 크레딧 곡, 그리고 싸우지 마라.


Q. 그렇지 않아도 앞서 해주신 대답을 들으면서 뒤에 질문이 많이 날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Voila!’ 이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셔서 (웃음)

- ‘Don’t Moshpit’에서 제목으로는 서로 혐오하지 말자고 했으면서 막상 가사에서는 저도 디스 같은 걸 했지만, 제 가사를 보시면 그렇게 진지하지 않습니다. 그냥 놀릴 뿐입니다. ‘트랩 뮤비 병풍이나 하는 놈들’ 이러면서… 저는 누군가를 깔 때 코미디가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남을 비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풍자 선에서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터넷을 잘 안 보긴 하지만 어쨌든 저에 대해서 큼지막하게 뜨는 건 다 보긴 합니다. 저를 욕하는 페이지도 있고, 또 올려치는 페이지도 있고, 음지 사이트에서는 저의 흑역사 같은 것을 가져와서 올리기도 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웃기고, 웃기면 됐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혐오나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웃긴 거랑 같이 표현해야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너 못생겼어”라고만 하면 그냥 비난이지만, “너 얼굴에 오리아나 궁 맞았어?”라고 하면 그래도 좀 웃깁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진지하게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Q. ‘Don’t Moshpit’의 인트로에는 “젬베 올려요?”라고 들리는 의미 불명의 대화소리가 들리는데, 정확한 문장과 그 뜻이 궁금합니다.

- “젬베 얼려요”라는 문장인데, 마침 <오징어 게임 2>가 발매된 날에 만든 곡입니다. 그래서 노래가 약간의 동요 같은 부분이 있는 이유가 <오징어 게임 2>에 꽂혀서 그랬던 것입니다. 녹음 날 제 젬베가 차에 3일 정도 방치된 상태였는데, 겨울이라서 “아 이거 젬베 얼었겠다. 어떡하지?”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밴드 마스터 형이 마이크를 켜가지고 그 말을 녹음했습니다. 제가 부른 것도 아닙니다. 원래 같으면 별다른 의미가 없기에 빼야 하는 부분이지만, 의미가 없어서 넣었습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대화를 넣어서 그 트랙이 정말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트랙이 Outro라는 느낌을 명확하게 주고자 했습니다.




Q. [ANIMAL] 앨범은 “트랙을 순차적으로 만드셨다”라고 하신 인터뷰를 봤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Paradise Syndrome]의 작업 방식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 11곡을 그냥 한 번에 작업했습니다. 동시에 되는대로 막 했습니다. 어차피 일관되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작업 순서에는 영향이 아예 없습니다. 11곡 정도 만드는 거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고, 저는 직업인이니까.


Q. 곡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추린 게 아니군요.

- 11곡을 딱 만들어서 딱 11곡을 냈습니다. [ANIMAL] 때는 데모가 50곡 정도 있었지만, 이번 앨범은 주제가 너무 명확했고, 감정적인 앨범이 아닌 세계관을 설명하는 앨범이다 보니 쉬웠습니다.


Q. 그러면 처음부터 11개의 트랙을 기획을 완벽하게 하고 만드신 건가요?

- ‘HEAD_HEART’는 원래 계획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게 나와서 넣게 됐습니다.


HEAD_HEART 선공개 영상

Q. 그렇다면 언텔 님은 이 앨범을 만들면서 그 슬럼프를 완전히 이겨내셨을까요?

- 슬럼프라는 단어를 쓰면 슬럼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질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을 잡았습니다. ‘슬럼프가 오지 않는다’라기보다는 어떤 환경에서도 컨디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프로페셔널함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사실 프로보다 아마추어가 더 잘하는 타이밍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격투기라고 한다면, UFC 선수가 만약에 저랑 스파링을 한다고 해도 정말 운 좋게 한번은 제가 이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100번 200번 한다고 했을 때는 이길 확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저는 매번 매 순간 컨디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고 생각해서, 지금 이런 상태로 온 듯 합니다.


Q. 마인드셋 같은 거를 만드셨다는 뜻이군요.

- 마인드셋도 그렇고, 음악은 어쨌든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태프를 어떻게 꾸리고 어떻게 제안하는지,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음악 창작 실력에 포함된다 생각합니다. 제가 못하는 부분을 동료한테 완전히 믿고 맡기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잘 하는 것, 그리고 그 남는 시간에 여유를 갖고 음악을 어떻게 완성시킬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등의 분배 부분에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이번 앨범은 힙합 외의 장르, 특히 흑인 음악에서 사운드를 많이 차용했다고 느꼈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 저는 흑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Q. 힙합의 뿌리에 있었던 음악들이잖아요.

- 어떻게 보면 니체의 전 시대를 이해하는, 뿌리를 이해하는 사다리 타기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가 힙합을 좋아하지만 이 음악의 뿌리는 흑인 음악이고, 소울과 훵크, 재즈와 블루스 같은 장르에서 파생된 게 힙합입니다. 그래서 음악적인 행보로서도 뿌리를 한번 탐색하는 것이 예술가로서, 그리고 철학자로서 한 번은 해보면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Paradise Syndrome]이 이후의 세계관에 있어서 설명서 같은 앨범이라 이야기를 듣고, 저는 흑인 음악을 하신 것도 이야기적 맥락에서의 선택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세계관의 시작이 [Paradise Syndrome]이듯, 힙합의 시작은 흑인 음악이기 때문이다 같은

- 저는 그것보다 더 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힙합보다는 이 세상에 대한 이야기, 우리 사는 이야기에 대해서. 그래도 제 태도가 힙합이긴 합니다. 저라는 사람이 힙합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저를 그냥 힙합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분명히 제 몫이고, 제 작품의 질이 더 높아지는 게 이걸 타파하는 방법이겠지만, 저는 그냥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처럼 되고 싶습니다.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나, 일리아스 같은 작품들. 저는 그런 것을 만들고 싶은 사람입니다.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것입니다.


Q. 단지 힙합이란 문화를 사용할 뿐이라는 뜻일까요?

- 저는 힙합이고, 저는 힙합인 사람인데, 힙합 안에 저를 가둘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Q. 1집부터 쭉 들으며, 전자음악의 색이 조금씩 빠지고 흑인 음악을 진하게 채우고 있는 과정이라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 사실 [HUMAN, the album]은 예언 앨범입니다. 제가 그때 말했던 게 지금 딱 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습니까? 포스트모더니즘이 완전 도래했고. 그 앨범을 지금 들어보시면 아마 딱 지금 얘기와 비슷하다고 느끼실 것입니다. 저는 앨범을 만들던 2020년 당시에 ‘2025년쯤 되면 이런 세상이 되겠지’라고 생각했고, 이런 사운드도 유행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HUMAN, the album]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표현하고 싶었으며, [ANIMAL]부터는 저의 개인적인 철학을 담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17692660.jpg [HUMAN, the album]

Q.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힙합이 아닌 음악을 계속 시도하시는 걸까요?

- 앞서 말했듯 저는 제 재능을 힙합에 가두고 싶지 않기도 하고, 사실 이미 저는 힙합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로한이랑 듀오 앨범으로 만들고 있는데, 발매 일만 정해지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힙합 작업은 너무 쉽습니다. 미디 작업만 하면 되고, 믹스도 사실 저 혼자 해도 되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지금의 저는 더 어려운 작업을 하면서 음악적인 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기르는 시기라고 생각하여,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던 것입니다. 쉬운 작업만 하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힙합을 만드는 것은 사실 저에게 있어선 모래주머니를 떼고 달리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저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게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모래주머니를 빼고 달리는 날도 있겠지만, 지금 이 젊은 날에는 조금 더 단련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은 길 거니까, 30대, 40대, 50대, 60대까지 음악을 만들려면, 20대에 어려운 작업들을 해내는 체력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야 훗날의 제가 많은 것을 베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운동선수의 아들이라, 어릴 때부터 그런 마인드를 탑재하고 자란 것 같습니다. 아버지에게 늘 “쉬운 거 잘한다고 자만하지 마라”, “너보다 더 잘난 사람 많다”, “네가 이겨야 될 강한 사람은 더 위에 있기 때문에 더 훈련하고, 이겨내라”라는 얘기를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운동선수 마인드가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Q. 지금의 언텔이 생각하는 힙합이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 제 입장에서 힙합이라는 것은 니체가 말하는 진리 같습니다. 불변하지 않고, 굳어있지 않고, 항상 진리와 개념이 변하는, 이걸 해석하는 사람도 변하고, 이걸 사랑하는 사람들도 변하는, 아주 이 잡을 수 없는 진리 같은... 그래서 매력적인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누구한테는 이게 힙합이고, 누구한테는 저게 힙합이다. 하는 것만큼 현시대적인 문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세상도 그렇습니다. 뭐가 진리인지 모릅니다. 세상을 한 단어로 딱 정의할 수 있는 그런 신적인 존재가 많이 없어진 상황에서 하나로 통일될 수 없는, 굉장히 많은 진리들이 부딪히고 있는, 이런 세상 자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Q. 프로듀서 이찬진 님과는 2집 [ANIMAL]부터 함께 하고 계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 원래 연주자 출신입니다. 저랑은 EBS 공감 때 세션으로 만났습니다. 같이 공연 합주를 하는데, 그 형의 연주를 들으니 프로듀서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프로듀싱도 하세요?”라고 여쭤보니까 한다고 하셔서, 그다음 주에 만나서 바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2022년의 일인데, 처음 만날 날에 ‘Paradise Syndrome’의 코드 진행과 멜로디를 만들었고, 그 곡을 3년 뒤에 앨범에 넣게 된 것입니다.

연주와 프로듀싱뿐 아니라 밴드 마스터도 하시고, 엄청 다재다능합니다. 인간적인 부분이든, 음악적인 부분이든, 굉장히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사람인데, 저보다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과 같이 하다 보니 음악적으로 겸손해지는 것도 많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제가 자만하지 못하게 해주는 사람이라서,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친형처럼 의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찬진의 행보도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99658.jpg 프로듀서 이찬진

Q. 리릭 비디오에서는 독특한 의상이 눈에 띄는데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인스타그램에서 이미 언급했듯, 비주얼 컨셉은 카고 컬트 (Cargo Cult)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에 나오는 카고 컬트랑은 아예 다른 비주얼이 되긴 했는데, 시작은 카고 컬트였습니다. 길리 슈트부터 시작해 군용 물통, 군용 가방, 군용 무전기, 군용 고글, 군용 헬멧까지 다 쓰고 있는데, 카고 컬트를 저희만의 색감과 메시지로 리폼 해서 만든 것입니다. 핑크색을 쓴 이유는, ‘Kombat Slide’는 실제로 미끄럼틀이 등장하는 꿈을 꿔서 만들어진 노래인데, 꿈에 나왔던 미끄럼틀이 핑크색이었기 때문에 핑크색을 차용했습니다.


[Paradise Syndrome] 리릭비디오




Q. ‘too many options’에서는 ‘앨범 하나 끝내고 나면 머리가 텅 빈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다시 채워지고 있는 중이신가요?

- 실제로 텅 빈 상태로 작업 한 곡입니다. 저는 사실 이제껏 앨범을 만들 때는 무조건 세계관이 있어야만 곡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무 살 때 ‘앨범 외에는 다른 작품 활동 없다’고 이미 계획을 했고, 그렇게 5년을 버텼기 때문에 메시지가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컸었고, 실제로도 그런 큰 작업을 끝냈으니 머리가 텅 빈 것도 맞습니다. 그래도 사적인 얘기는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음악이라는 게 자기 사적인 얘기를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 가벼운 곡들은 매일 만들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매일 왜 싱글은 안내냐, 앨범만 내냐고 물어 봐주시는데, 사실 저에게는 큰 대의가 있었기 때문에 작은 이야기들은 지금 당장은 하지 않았던 것이고, 이제부터는 할 생각입니다. 사적인 얘기를 많이 할 것 같습니다.


Q. 계획 중인 싱글이 더 있는 걸까요?

- 1월 31일에 싱글이 하나 더 발매됩니다.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Paradise syndrome]과 주제적으로 연관이 돼 있는 곡입니다. ‘I wanna believe something’라는 제목의 사랑 노래입니다. [Paradise syndrome]이 아무것도 믿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싱글에서는 갑자기 무엇인가를 믿고 싶다는 얘기를 합니다. 저는 주제적인 부분, 맥락적인 부분에서, 정규 4집이 나오기 전에 이 싱글이 어떤 전환점이 돼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아티스트 커리어는 길게 놓고 봐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i wanna believe something video

Q. ‘too many options / i got no time’은 하루 만에 만들었다는 인터뷰 말마따나 확실히 3집에 비해서도 힘을 뺀 게 느껴지더라고요, ‘언제까지 너 그렇게 살래?’의 연장선으로 들리기도 했고요, 앨범 기획적으로 의도하신 걸까요? 아니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다 보니 이렇게 나온 걸까요?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앨범 연장선으로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찬진이 형이 프로펫 (Prophet)이라는 신디사이저를 샀습니다. 정말 좋은 악기입니다. 그래서 그 악기를 산 기념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언제까지 너 그렇게 살래?’는 앨범의 또 다른 프로듀서 DAVIAN 형이 프로펫 가상 악기로 만든 곡이었지만, 이제는 실물이 있다는 그런 행복. 오타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음악 하는 사람 입장에서 장비가 있다는 행복감이 차나 집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그런 행복으로 찍은 비트였던 것 같습니다.


Q. 최근에 나온 싱글 앨범의 커버는 여태까지 만드셨던 커버와는 색다르게 언텔 님의 작업실을 조각조각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제작 의도와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 디자인에 쓸 돈이 없어서 그냥 제가 만든 커버입니다. 일단 제목이 ‘too many options’이니까 몽타주 기법의 사진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비주얼이 다 잘린 것 같은… 그래서 카페에서 직접 필름 사진 다 잘라서, 손으로 찢어 붙이고, 프린트 카페 가서 스캔 떠서 제출했습니다.


39181416.jpg ‘too many options / i got no time’ 싱글 커버




Q. [HUMAN, the album]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를 하고, 지금 하고 싶은 말을 뱉는 래퍼라고 느껴졌습니다. 매 앨범마다 바뀌는 의도가 아닌, 변하지 않는 음악적 가치관, 좌우명 같은 게 있을까요?

- 없습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합니다. 음악은 저에게 있어서 그냥 루틴이고 삶 그 자체 같은 것입니다. 부담이 없습니다. 양치하는 것처럼, 세수하는 것처럼, 음악 만드는 것도 제 삶의 일부가 돼서, 사랑하는 제 삶의 이벤트 같은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말하는 거 대신하는 습관 정도 같기도 합니다. 이제 제 입장에서는 말보다 음악으로 뱉는 것이 저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 더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에 대해 더 큰 대의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Q. 앨범 작업을 하는 동안은 음악을 듣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최근에는 음악을 다시 듣고 있는지, 그렇다면 좋게 들으신 아티스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전체적으로 올드 스쿨을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DJ Premier랑 Alchemist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많은 앨범들을 찾아 듣습니다. DJ Premier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AZ의 [The Format]이란 앨범을 다시 듣고 있고, Pusha T의 랩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Elijah Fox나 Anomalie도 듣고, Miguel 음악도 듣습니다. 추천을 한다면, Miguel의 [CAOS]라는 앨범입니다. 저는 앨범이 Miguel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답지가 않아서. 이렇게 편곡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본인 확신이 있어야 갈 수 있는 어이없는 편곡이라, 굉장히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저는 항상 흔들림이 없었던 사람이라서, 앞으로도 쭉 계획대로 될 것이고, 1월 31일에 싱글이 나오고, 로한이와의 듀오 앨범도 나옵니다. 그리고 로한이랑 올드 스쿨 힙합을 만들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붐뱁에 꽂혀서 개인적으로도 믹스테잎 같은 형식으로 붐뱁, 올드스쿨에 랩하는 곡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정규 4집을 향한 저의 여정이 아마 시작될 듯 합니다.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엄청난 고생을 할 것 같습니다. 그것까지 다 계획되어 있고, 어차피 잘 나올 것이기 때문에.


Q.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제 음악이 어떻게 보면 어려울 수도 있고, 난해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제 음악 자체가 난해하다기보다는 접근이 난해하고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장벽이 높아 보일 수도 있다는 것?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포장이나 음악 만드는 느낌 자체가 인테리어가 많이 되어있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들어오기 힘든 비싼 식당의 느낌이 난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비싼데, 어차피 음악 듣는 것은 공짜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마시고, 재미있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많이 노출이 될 텐데, 제 [ANIMAL] 앨범도 그렇고, [Paradise Syndrome] 앨범도 그렇고 [Human the album]도 그렇고, 원래 저를 알아봐 주셨던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ANIMAL] 2주년 콘서트 때, 화요일인데도 60분이 와주셨습니다. 그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평생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거만해지거나, 맛탱이 가지 않고 하던 대로 잘하겠습니다.





by. 베실베실



by. 르망



by. 루영


by. 태휘


by. 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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