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도 아티스트 브랜딩의 요소가 될 수 있을까?

데뷔 초반 전담 안무가를 찾아야 하는 이유

by 고멘트

케이팝의 성공은 ‘아티스트’의 힘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존재는 아티스트지만, 그 뒤에는 프로듀서, 디렉터,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안무가까지 수많은 스태프의 축적된 시간이 존재한다. 또한 2024년부터 한국안무저작권협회(KCCA)가 주최하고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댄스트럭트’·’원밀리 (1MILLION)’이 공동 주관하는 ‘코레오 어워즈(CHOREO AWARDS)’가 신설된 것만 봐도 케이팝에서 안무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 아티스트의 브랜딩을 위해 전담으로 붙은 프로듀서처럼 안무가 역시, 특정 아티스트를 전담해 그들의 커리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브랜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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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담 안무가를 찾지 말고 현재 가장 많은 아티스트의 안무를 제작하는 안무가를 찾아 부탁하는 것이 더욱 긍정적이라 생각할 것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BEBE’의 리더 바다가 현재 여성 안무가 중 가장 많은 아티스트의 안무를 제작하는 건 본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케이팝 퍼포먼스는 근본적인 안무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100%의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는 구성 요소, SNS를 통해 바이럴이 가능한 챌린지용 포인트 안무 등 다양한 세부적인 요인이 필요하다. 즉, 온전히 안무를 잘 만드는 사람이 항상 정답일 수는 없다. 이는 데뷔 초부터 전용 프로듀서가 함께 그룹을 브랜딩 하는 것과 같이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며, 다음과 같은 케이팝 아티스트를 통해 브랜딩에 성공한 경우와 아직 색깔을 찾고 있는 경우를 살펴보려 한다.





1. IVE - La Chica

아이브는 "우리가 가진 것들을 모두 당당히 보여 드리겠다."라는 의미인 ‘I HAVE’의 축약형을 그룹명으로 선택했다. 이처럼 ‘Narcissistic (자기애)’를 그룹의 정체성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이런 정체성을 퍼포먼스로 녹이기 위해 ‘FreeMind’, ‘La Chica’, ‘YGX’, ‘Honey J’ 등 다양한 안무가에게 시안을 받아왔으며, 여느 걸그룹처럼 데뷔 당시에는 우아한 안무를 선호했다. 그리고 이런 페미닌 한 안무 시절에는 과거 아이즈원, 오마이걸, 트와이스 등 정형적인 케이팝 아티스트의 안무를 만들었던 프리마인드의 비중이 현저히 높았다.


하지만, 정규 1집 ‘I AM’에서부터 아이브는 그들의 정체성을 우아한 동작보다는 강렬한 그리고 당당한 안무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신 있게 멤버 6명이 일자 대형을 만들고 손을 뻗어 전진하는 안무 등 멤버들의 자신감 넘치는 포부를 퍼포먼스에 담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이런 당당함을 가장 잘 표현하는 건 ‘퀸’이라는 별명을 가진 가비가 속한 라치카였다. 여성적인 모습보다는 중성적인 그리고 팔과 다리 골반 같은 신체를 많이 활용하는 라치카의 특색은 아이브의 새로운 브랜딩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때문에 ‘I AM’의 후렴구 안무는 라치카가 제작한 시안 그대로 채택됐으며, 그 이후에도 아이브의 안무에서 라치카가 제작한 시안이 채택되는 비율이 늘어났다. 또한 ‘REBEL HEART’에서는 주체적인 ‘나’가 아닌 ‘우리’라는 의미로 뜻이 확장되었으며, 그것에 걸맞게 초반 벌스에서 2명씩 묶인 페어 안무와 6명 모두가 함께 동선을 바꾸는 구성적 요소가 시선을 끌었다. 최근에 컴백한 노래 ‘BANG BANG’에서는 처음으로 라치카가 단독으로 안무를 만들었다. 이처럼 이제는 아이브와 라치카의 조합을 믿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그룹의 브랜딩을 퍼포먼스로 잘 소화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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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TEEZ - BB trippin

남자 아이돌을 브랜딩 할 때 모든 회사가 원하는 것은 ‘공연’에서 진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시점 가장 공연을 잘하는 케이팝 아티스트는 누구일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2024년 미국 코첼라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에이티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강렬한 음악보다는 이지리스닝과 청량 콘셉트가 유행인 현재에도 묵묵하게 전통을 고수하고 있으며, 그 뒤에는 전담 안무가 비비트리핀이 있다. 비비트리핀은 에이티즈 멤버들의 연습생 때부터 트레이닝과 데뷔 후 안무 제작까지 맡고 있으며, 가장 큰 특징은 아티스트의 장점을 잘 살린다는 것이다. 지코의 '아무 노래'는 난도가 높았던 초기 시안을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대중이 따라 하기 쉬운 포인트 안무 위주로 수정해 큰 성공을 이루었다. 또한 싸이(PSY)의 ‘That That (prod.&feat. SUGA of BTS)’ 역시, 다소 익살스러울 수 있지만 무대 위에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발과 손동작을 후렴구 안무로 선택했다.



이처럼 아티스트의 특징을 살려 무대에서 빛나게 할 수 있는 비비트리핀은 에이티즈의 안무를 전담해서 만들고 있으며, 가장 큰 차별성은 칼군무에서 멤버들의 개인 포인트 파트를 적재적소로 섞었다는 것이다. 카메라에 담긴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닌 더욱 큰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멤버가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안무가는 기억에 남을만한 후렴 안무뿐 아니라 멤버 개인의 파트에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에이티즈의 컴백 곡 ‘Adrenaline’에서는 그룹의 강렬한 포인트 안무와 함께 모든 멤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개인 파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다인원 그룹의 가장 큰 단점인 특정 멤버에게만 포인트가 가고 구성이 단조로워진다는 점을 완전히 극복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말한 연습생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데뷔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안무가에게 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단체 군무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각 멤버의 개성과 끼를 살릴 수 있는 개인 파트의 포인트까지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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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espa - ???

에스파는 그룹 자체의 인지도는 물론 멤버 개인의 인기도 상당히 높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으로 성장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는 ‘Next Level'의 '디귿 춤', 'Whiplash'의 목을 부여잡는 안무, 'Supernova'의 포인트 손동작까지 챌린지로 유행할 만큼 신선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앞서 예시로 들은 아티스트와 다르게 에스파는 데뷔 때부터 여러 안무가의 시안을 받았으며 그중에는 ‘바다’ ‘레난’ 등 걸그룹 안무 히트 메이커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 컴백 곡 ‘Rich Man’에서는 처음으로 힙합을 주로 추는 안무가 ‘리정’에게 안무를 받았으나 대중의 평가는 차가웠다. 무엇보다 본인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라는 평이 많았으며, 예전처럼 특정 포인트 안무를 추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바이브를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따가운 반응이 많았다. 특히, 힙합의 포인트를 살릴 수 있는 골반을 터는 부분에서 원작자와 달리 아쉽다는 댓글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에스파는 컴백마다 새로운 안무 시안을 맡기고 있고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도 보았지만, 역설적으로 인기 그룹도 안무가의 인지도에 기대어 한 번 안무 선택을 잘못하면 큰 혹평을 받고 브랜딩까지도 지장이 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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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말하는 그룹의 브랜딩은 결국 ‘신인’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비비트리핀이 에이티즈 멤버들의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연구를 한 결과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처럼, 신인 그룹의 확실한 색깔이 필요한 시점에서 전담 안무가의 존재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2022년에 데뷔한 뉴진스는 댄스 크루 ‘EO-DDAE’ 소속 ‘BLACK.Q’에게 계속 안무를 받았으며, 청량한 포인트를 동작으로 표현하기 위해 후렴구의 손동작과 웨이브에 특히 신경을 쓴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2025년에 데뷔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KiiiKiii’는 데뷔 전 트레이닝과 데뷔 후 안무 시안을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의 우승 크루 신예 ‘TURNS’의 송희수가 맡았다. 또한 같은 크루의 멤버 조나인은 걸그룹 ‘Hearts2Hearts’의 ‘FOCUS’ 안무 제작을 시작으로 최근 컴백 곡 ‘RUDE!’의 안무까지 제작했다. 그리고 ‘1MILLION’의 설립자이자, 코레오와 왁킹 등 스트릿 장르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안무가 리아킴은 신생회사 타이탄콘텐츠의 총괄 퍼포먼스 디렉터로 새로운 도전을 내밀었다. 그녀는 타이탄콘텐츠의 첫 걸그룹 ‘AtHeart’의 데뷔곡 안무를 책임졌으며, 최근에 발매된 선공개 곡 ‘Shut Up’의 안무는 같은 원밀리언 소속 하리무가 제작했다. 이처럼 다양한 아티스트의 안무를 제작했던 안무가가 한 회사 그리고 한 그룹의 전용 담당이 생기고 있다. 이것이 그룹의 최종적인 브랜딩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확답을 줄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언급했듯, 그저 유명한 안무가의 시안을 돌아가면서 받는 것보다는 특정 담당을 정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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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