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 범죄로 변질된 암표 시장,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최근 세븐틴 콘서트 암표상 조직이 약 71억 원 규모로 검거되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개인의 소소한 ‘되팔이’ 수준을 넘어, 체계화된 구조와 기술이 결합된 조직 범죄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암표 시장의 성장은 돌고 돌아 팬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티켓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정가로는 표를 구하기 어려워지며, 암표 거래 과정에서 사기 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암표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화하는 암표 시장과 거래 방식
암표의 사전적 정의는 ‘법을 위반하여 몰래 사고파는 각종 탑승권, 입장권 따위의 표’이다. 하지만 오늘날 암표 거래는 단순한 ‘되팔기’를 넘어, ‘댈티(대리 티켓팅)’, ‘아옮(아이디 옮기기)’, ‘직링(직접 링크 공유)’, 선예매권 판매 및 대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 간 거래가 이루어지는 오픈 채팅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 티켓 재판매 사이트까지 거래 통로로 활용되면서 암표 시장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암표 모니터링센터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뒤, 2023년과 2024년에는 연 2천 건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신고된 사례를 기준으로 한 수치이며, 실제 암표 거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암표 거래가 만드는 문제
암표 거래의 문제는 단순히 티켓 가격이 비싸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거래 과정에서는 팬들에게 추가적인 위험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개인정보 유출이다. ‘댈티’나 ‘아옮’은 예매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름, 연락처, 주소 등의 개인정보는 타인에게 노출되며, 계정 탈취나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시작된 거래가 개인정보 보안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또한 이러한 거래는 사기 범죄로 이어지기도 쉽다. 암표 거래는 대부분 익명 기반의 오픈 채팅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래 안전장치가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입금을 받은 뒤 예매를 취소하거나, 연락이 두절되거나, 하나의 티켓을 여러 사람에게 중복 판매하는 방식의 사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암표 거래가 조직화되면서 단순한 개인 거래를 넘어 체계적 범죄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최근 세븐틴 콘서트 암표상 사례를 보면 큰 규모의 카르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해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티켓을 대량 확보하는 조직이 있고, 국내에는 이를 판매하는 총책과 중간 유통책이 존재한다. 이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티켓 예매 사이트의 보안 정책 우회 방법과 경찰 단속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심지어 본인 확인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정부24’ 모바일 신분증을 모방한 가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행위는 ‘공연법 위반’, ‘공문서 위조’, ‘범죄단체조직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이며, 암표 거래가 단순한 되팔기를 넘어 조직적인 범죄 구조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공연 생태계 자체를 왜곡한다. 암표상들은 정가로 티켓을 구매한 뒤 이를 높은 가격에 되팔아 막대한 부당 이득을 얻는다. 그 과정에서 공연을 실제로 관람하려는 팬들의 기회는 줄어들고, 공연 티켓은 문화 향유의 수단이 아니라 돈벌이 상품처럼 취급되기 시작한다. 결국 공연을 만드는 아티스트와 공연 기획사는 정당한 수익을 얻지 못하고, 그 사이에서 암표상만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말 그대로 재주는 아티스트가 부리고 돈은 암표상이 버는 셈이다.
해결의 열쇠는 ‘구조의 변화’에 있다
현재의 티켓 판매 구조는 암표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왔다. 따라서 해결책 역시 개인 단속을 넘어 티켓 판매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1. 티켓 판매 플랫폼의 변화 : 매크로 차단 기술
- 암표 시장의 출발점은 대부분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대량 구매에서 시작된다. 매크로는 사람이 해야 할 예매 과정을 자동화해 공연 선택부터 결제까지 순식간에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암표상들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티켓 오픈과 동시에 서버에 대량의 요청을 보내거나, 미리 입력된 정보로 결제 단계까지 빠르게 넘어가면서 일반 소비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티켓을 확보한다.
이러한 구조에 대응 위해서는 무엇보다 플랫폼 차원의 기술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현재 티켓 플랫폼에서 많이 사용 중인 캡차(CAPTCHA, 보안 문자)는 이미 우회하는 기술을 사용하거나 보안 문자를 대신 풀어주는 캡차 팜(CAPTCHA farm)을 사용하기 때문에 행동 분석(bot detection)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동일 계정이나 IP에서 이루어지는 대량 구매를 차단하고, 기기 지문(Device fingerprint) 분석을 통해 특정 장치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예매 시도를 식별하는 기술도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장치들은 매크로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더라도, 암표상들의 대량 구매를 어렵게 만들어 예매 과정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
2. 티켓 판매 방식의 변화
- 공식 티켓 재판매 플랫폼
해외에서는 공식적인 티켓 재판매 플랫폼을 통해 음지에 있던 암표 거래를 양지로 끌어올리며 거래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의 ‘티켓마스터(Ticketmaster)’와 영국의 ‘트윅켓츠(Twickets)’는 티켓 재판매 금액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재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아티스트, 공연 기획사와 공유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티켓이 공식 플랫폼을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구매자는 사기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이 공연의 주체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도 공연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의 티켓 재판매 플랫폼에도 해외와 같은 관리 구조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재판매 대표 사이트 ‘티켓베이’는 가격 상한선이 없고 거래가 소수 판매자에게 집중된 구조로 암표 거래를 방치했다는 지적 속에 국정감사를 받은 바 있다. 또한 티켓 가격보다 높은 재판매 수수료 구조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세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따라서 국내 재판매 플랫폼 역시 가격 제한, 대량 판매 제한, 수익 공유 구조 등을 도입해 단순한 중개 사이트를 넘어 보다 건강한 티켓 거래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 추첨제
일본 공연 시장에서 비교적 널리 활용되는 방식으로, 티켓을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대신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구매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추첨제 역시 암표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매크로에 의존한 대량 구매를 어렵게 만들어 암표상이 티켓을 확보할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NFT(Non Fungible Token) 티켓
추첨제와 함께 활용하면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NFT 티켓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티켓의 소유권 정보를 기록함으로써, 재판매 시 가격 상한을 설정하거나 티켓 양도 가능 여부를 아티스트 혹은 공연 주최 측이 직접 통제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종종 사용된 NFT 티켓은 가수 장범준의 콘서트에서 국내 최초로 사용되었으며, 정가 대비 5~6배에 달하던 암표 거래를 크게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3. 팬 인식 변화 및 적극적인 신고 문화
- 암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 암표를 발견했을 때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에서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했다. 팬이 암표 판매 게시물을 신고하면, 해당 좌석을 신고자에게 배정해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도는 단순한 신고를 넘어 암표에 대한 인식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다.
4. 불법 거래 근절을 위한 단속과 법적 책임
- 암표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경찰과 사법기관의 끈기 있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71억 원 상당의 암표 조직이 적발된 사례에서 보듯, 경찰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단속 없이는 조직적인 불법 거래를 효과적으로 검거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은 온라인 티켓 판매 게시글을 상시 점검하고, 단속을 통해 암표상들의 활동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에 대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법적 책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플랫폼이 매크로 차단에 충분히 힘을 쓰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관련 법령에 따라 플랫폼도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은 더욱 경각심을 갖고 암표 거래를 막는데 힘쓸 것이다.
건강한 공연 생태계를 만드는 길
현실적으로 매크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2023년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에서는 인증 절차와 봇 차단 장치가 도입되었음에도 일부 재판매 업체가 가짜 계정과 프록시 IP를 이용해 티켓을 대량 확보한 사례가 존재한다. 이는 매크로 차단 프로그램만으로는 암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기술적 차단 장치뿐 아니라 공식 재판매 플랫폼, 추첨제와 같은 다양한 제도적 방식이 함께 도입되어야만 암표 거래를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암표 거래에 취약한 국내 공연 시장 역시 매크로 방지 프로그램에만 의존하기보다, 미국, 일본 등 공연 선진국의 여러 방법들을 참고하여 암표 거래를 차단할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매크로 방지와 더불어 암표에 대한 인식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암표 시장은 사실상 우리가 그 시장을 키워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비교적 저렴하고 접근이 쉬운 ‘댈티’나 ‘아옮’과 같은 거래를 암표로 인식하지 않은 채 관행처럼 받아들여 왔고, 이러한 거래가 반복되면서 암표 시장 또한 자연스럽게 확대되어 왔다. 그 결과 암표상은 점차 늘어났고 티켓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안정적으로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암표를 선택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결국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서는 ‘댈티’, ‘아옮’과 같은 거래 역시 암표의 범주로 인식하고 지양하는 한편, 웃돈이 붙은 티켓 또한 구매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함께 확산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