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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팡 Mar 30. 2023

사실 예술은 쓸모없다?!

예술 에세이/ 엘리자메스 길버트의 <빅매직>을 읽으며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예술은 내 인생에서 중요하고 진지한 것이다. 학교에서 하는 작업들 또는 그 외의 작업을 할 때 나는 늘 진지해 보이길 원했고 내 작업에 무게를 싣기 위해 애썼다. 그럼에도 한낱 대학교 1학년 학생의 작품은 터무니없이 가벼웠겠지..  아무튼 나름 작품에 대한 고민과 예술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했고 예술은 이런 태도도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적어도 그쪽 분야에 발 담고 있는 사람은) 

 1학년 1학기 수업 중 교수님께서 '예술은 사회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셨다. 나는 너무 당연하단 듯이 예술은 꼭 필요하며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예술이 우리 모두를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 예술은 너무나 크고 위대하고 범우주적인 것이어서일까..) 교수님은 경찰이나 소방관 등의 직업과 작가는 다른가 질문하셨고 어떻게 다른가 계속해서 질문하셨다. 왜 이런 질문을 하셨는지 그때는 잘 모르고 그저 질문에 대한 내 생각만 뒤죽박죽 어지를 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려는 예술, 작가라는 직업이 뭔지 좀 더 큰 관점에서 정확히 파악하라는 의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매직>을 읽던 중 예술은 지극히 가볍고 비본질적인 것이라고 인식한 작가의 문장과 좀 더 단호하게 적힌 '사실 예술은 이 세상에서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읽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나는 작가의 이 말을 얼른 납득하고 싶어 황급히 다음 문장들을 읽었다. 그리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순수한 창조성이 우리에게 장엄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거나 필연적으로 닥치는 모든 것들(음식, 주거, 약품, 법령, 사회 질서, 공동체와 가족 내에서의 책무, 질병, 상실, 죽음, 세금 등)과 완전히 정반대에 속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쓸모없는 종류라는 사실이 오히려 더 신나게 놀아볼까 하는 마음만 들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 부분을 읽고 아차 싶었던 이유를 들기 위해선 앞서 적은 교수님의 질문과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문장 사이에 내 경험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나는 1학년 여름 방학 때 동기들과 전시를 준비했고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후 전시를 오픈했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전시 기간이 끝날 때까지 나는 무거운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실망과 질책, 자기 비하의 연속.. 아 너무 구질구질한 시기였다. 나의 부족한 능력과 재능에 마음 상했고 터무니없는 가벼움에 소름이 끼쳤다. 그럴 거면 전시는 왜 하겠다 했나, 재밌으니까. 모순적이지만 작업을 하면서 방방 뛸 정도로 신나고 이 작업의 순간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날도 있었다. 아주 잠깐이긴 해도.(이것에 대해서도 난 이렇게 잠깐밖에 즐겁지 않았나, 내가 좋다고 시작한 일에 이 정도 반응뿐이라니 하는 절망을 했었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예술에서 만연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다뤄보겠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예술은 진지하고 그런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은 아주 막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창조의 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예술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지금은 더더욱. 그러니까 심각할 필요 없다. 아주 찰나를 살면서 예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면 가능한 가장 자유롭고 신나게(창조의 결과물이 아무 쓸모없는 것일지라도) 창조해야 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시작한 이유가 '재밌으니까'인데. 

 그러나 예술은 내게 진지하고 심오한 것이다. 아니 위에 그렇게 적어놓고 갑자기? 역설적으로 그렇다. 창조적인 예술은 중요하고 엄청나며 동시에 그렇게 엄청나진 않고 대단한 일이면서 그다지 대단하진 않다. 작가는 만족스러운 창조적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이 역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안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쯤에서 글의 제목에 대해 해명하자면, 예술은 쓸모없다?! 여기서 물음표와 느낌표가 부정과 긍정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계속 예술에 진심으로 임하되 너무 심각해지지 않기 위해 주의할 것이고 마음껏 즐기며 창조할 것이다. 물론 그럴 수만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아마도 앞으로 마주할 현실에 절망하는 날도 적지 않겠지. 그러니까 예술을 시작하고 싶다면 고약한 샌드위치를 먹을 각오가 되어야 한다. 나는 고약한 샌드위치를 먹을 각오가 되었나?




 


'고약한 샌드위치 먹기'란 "고약한 맛이 나는 샌드위치"라는 뜻의 표현으로, 취향에 맞지 않고 맛이 없는 음식을 억지로 넘기며 필요한 끼니를 때우듯이, 실제로 전혀 원치 않는 불쾌하고 힘겨운 대상이지만 이를 악문 채 받아들이며 견뎌야 하는 상황을 속어로 이르는 말. (엘리자베스 길버트 <빅매직>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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