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5~02.23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우리 지금, 뜨겁게, 익어가고 있잖애.
공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짧은 (셀프)인터뷰를 첨부해 봅니다.
작품의 배경과 역사적 맥락
1. 1947년이라는 특정 시기를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시기가 작품의 주제와 어떤 연관이 있나요?
▶해방 직후, 해방감 이후에 찾아왔을 현실적인 감각들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자유에 대한 감각, 물자 부족으로 인한 피폐함과 홍수로 인한 전염병의 유행, 미래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혼돈의 시기였을 테니까요. 저는 그것이 생존에서 생활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해방 이후 나는 누구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또 앞으로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 것 인가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인물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지방 소도시의 빵집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선택한 데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군산이라는 도시에 관한 어떤 희곡을 쓰기 위해 준비 중이었는데, 도시에 관한 여러 논문을 찾아보던 중 빵집에 대한 논문을 읽게 되었고, 그때 제과업이 부흥했다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고단하고 고된 시기에 ‘빵’이 주는 위로는 무엇이었을까, 지금과 다른 어떤 의미들이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그 공간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3. 작품 속 빵집과 그 조합원들이 당시 한국 사회의 변화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나요?
▶당시에도 군산의 많은 빵집들이 살아남기 위해 조합을 만들었던 기록이 있습니다. <동백당>은 조합으로 만들어진 빵집의 이야기입니다만 구체적인 조합 형성과 방식에 주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환경의 열악함과 상실과 부재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함께하기를 선택하는 소소한 시민들의 모습을, 사람이 사람에게 방법이 되어주고 길이 되어주는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실제 병을 얻어 버려진 일본인과 가족을 이룬 한국인의 실화가 저에게 큰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등장인물과 주제
4. 여 제빵사와 여 사장이라는 두 주인공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 캐릭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두 여성의 관계는 조금 복잡합니다. 단순히 초혼과 재혼 혹은 본처와 첩의 관계로 설명할 수 없으면서도, 공동 육아를 하고 빵집의 공동 운영을 해왔습니다. <동백당>은 왕사장, 큰 사장이라고 불린 아버지와 남편의 부재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두 중년 여성의 꿈과 성장을 그리는 것이 주요한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편견과 오해를 넘어선 두 사람만의 우정, 중년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또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용기가 <동백당>이 가진 주요한 메시지 중의 하나입니다.
5. 조합원들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전달하려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운다. 서로가 아는 것은 서로에게 배우고, 아무도 모르는 것은 외부에서 배워온다. 소외된 이 없이, 지식, 경험, 태도로 서로에게 가르치고 배우며 섞인다. 그리고 노동은 사람을 겸허하게 만든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믿어주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기쁨, 내 열정을 불사르는 기쁨, 일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기쁨들을 조합원 캐릭터들 안에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6. 체홉적인 세계관을 이 작품에 반영하셨다고 했는데, 체홉의 어떤 특징이나 철학이 이 작품에 담겨 있나요?
▶<동백당>을 쓰기 수년 전에 이미 <벚꽃동산> 번안을 하고, <정동구락부>를 쓰면서도 저는 이미 체홉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동백당>은 <벚꽃동산>, <바냐 아저씨>의 일종의 오마주이자 재창작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방향성은 많이 다를 수 있겠으나, 격변기의 인간군상을 세밀히 그려낸다는 점이 닮아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향한 애정과 인간의 복합적인 내면을 포착해 내는 시선을 배우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창작 과정
7. 작품을 구상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역사적 사실과 창작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추셨나요?
▶ 1947년은 혼란한 시기입니다.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고요. 많은 갈등과 고통스러운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 해이기도 합니다. 고증도 어려웠고, 이 시기를 너무 낭만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도 되었습니다. 고증을 위해 자료만 보다가 몇 년이 흘렀고, 어느 순간은 이러다 글을 쓸 수 없겠다 싶어서 어떤 부분들은 목표를 정하고 과감하게 ‘가능성’만 가지고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들은 고증에 매달리지 않는 선택을 했고, 관객들에게 어떤 면에서 극적 허용을 요청드려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8.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행동을 통해 체홉적인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 이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츠바키와 솔의 장면인데, 의도적으로 체홉의 <벚꽃동산>의 장면을 가져와서 변주했습니다. 그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담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9. 빵이라는 소재가 이 작품에서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지나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나요?
▶한국인에게 있어 단순한 재료나 식문화 이상의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감각, 삶을 영위하는 도구, 미래를 꿈꾸게 하는 방법같아요. 밥이 주는 위로와 빵이 주는 위로는 조금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희곡 안에서도 ‘밥’과 ‘빵’을 반복해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적어도 <동백당>에서의 빵은 어딘가 미지의 부분이 있고, 노력하고 연구해서 알아가야 하는 어떤 존재같다는 점에서 미래와 닮아있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희곡의 구조와 메시지
10.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하시나요?
▶빵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빵을 좋아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어요. 사실 꼭 빵이 아니어도 됩니다. 정말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같은 결이 아닐까요. 그리고 희망이 뚜렷하지 않을 때에도, 어떻게든 함께 나아가는 인물의 모습들이 공감되면 좋겠습니다.
11. 이 작품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어떤 메시지를 가져가길 바라시나요?
▶이번 겨울, 광장을 채우는 작은 불빛들을 보며 생각했어요, 연대는 무엇인가. 의제와 사안의 경중, 우선순위를 임의로 따지지 않고, 우리는 모두 함께 손잡고 건너가겠다 외치는 음성들을 들으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동백당>의 여러 사람들도 각자의 문제, 어려움을 갖고 있으면서 서로를 끌어안고 나아가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장 주요한 가치가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배제와 소외 없이, 서로를 인정하며, ‘그냥’ 서로를 품고, ‘그냥’ 한번 더 해보는 용기. 이런 것들이 관객분들의 마음에 은근하게나마 전달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2025.02.15토~02.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작 : 진주
연출 : 김희영
출연 : 황세원 박윤정 박소연 윤일식 양나영 홍윤희 김승환
서미영 서정식 이선휘 어성욱 조성현 김단경 강수경 박정호 곽진우 조마리
예매 :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500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