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커뮤니티가 활발한 요즘, 직장인 커뮤니티를 통해 애써 드러내지 않았던 생각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이들이 많다. 세대를 구분하지 않는다. 2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직장인들이 각자의 목소리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힌다. 당연히 본인의 생각이나 사상이 상식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지전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가지고 있던 당연한 생각에 대해 예상치 못한 반박을 맞닥뜨린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얼굴에 의해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경험이 없어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렇게 너무나 쉽게 큰 상처를 받고 입을 닫기도 한다. 온라인이라는 언제 어디에서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고 너도나도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어진 지금, 자신감은 넘쳐나지만 오만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이 어느 정도는 상당히 옳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 살아온 바가 있고 여태 살아 있기 때문에 그것은 그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생각이나 사상, 이론에는 관심이 없다. 그 따위 것들이 깰 수 없는 본인이 알고 있는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온라인이라는 환경은 그 범위가 매우 넓어 지역특성, 조직 특성, 성향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거나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커뮤니티에서는 절대 진리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Open된 커뮤니티에서는 전혀 다르다. 극단적인 성향은 감춰야 한다. 아무리 우매한 집단지성의 저주에 함락된 온라인이라도 완전한 중립과 상식을 추구하는 성향들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직장인들만의 SNS에서 '블라인드에 팀장, 임원들을 비방하는 팀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아연실색, 많이 억울하고 황당하고 불쾌하다는 식으로 글을 써놨다. 분명히 팀장, 임원 중 직접 대상인 본인이거나 인사팀 직원일 것이다. 적어도 몇 가지 자가점검은 해보고 그런 썩어빠진 생각을 올리면 좋았겠지만 우매한 집단지성의 저주에 완전히 젖어 있는 그 작성자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정성을 다해 대처법을 알려주었다. 그 댓글 하나에 작성자는 많은 오해를 받은 것 같다.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완전한 익명성을 방패로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다만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어야만 게시판 활동이 가능하기에 타사 인원은 조회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얘기들이 검증 없이 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공인 게시판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얘기가 오가든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읽거나 쓰는 모두가 임직원으로서 진실은 서로가 알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비방이라면 알아서 무시될 것이고 회사에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습니다. 미꾸라지가 아무리 난리법석을 해도 논 전체가 망가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시하시면 됩니다.
다만 자체적으로 점검해보셔야 할 사항은 있습니다.
정말 근거 없는 비방이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평소 회사의 비전이나 팀의 목표 등 전 임직원이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보안의식으로 의미도 없는 차단을 행해오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엉뚱한 오해가 쌓여 불만으로 터져 나온 것은 아닌지를 말입니다.
아니면 비방의 대상이 팀장, 임원이라고 하셨듯이, 그 팀장, 임원이라는 사람들이 애초에 문제의식이 전혀 없어 비방이 아닌 사실을 얘기하는 것을 비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비정상적인 조직임에도 본인들만 정상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면 팀원이 어떤 얘기를 해도 비방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확신입니다만,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을 대할 때 회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합니다. 그 직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가 누구인지를 찾아 특정까지 했다고 보입니다. 할 일을 찾지 않고 의견을 잡아 묵살할 생각을 하셨다면 이미 비정상적인 조직의 비정상적인 직책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수일이 지나 해당 게시글은 작성자에 의해 삭제가 되었다. 다른 댓글들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몹시 궁금했지만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다. 작성자는 순진한 것인지 천진난만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절대적인 믿음이 있는 것이다. 여태 그렇게 살아왔고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 기준대로 타인들이 문제라는 생각만으로 살아온 것이다.
몇 개의 주요 직장인 커뮤니티로 인해 기업이 구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얘기나 기사가 종종 들린다. 그 몸살이 발전을 위한 것인지 아직 잡아내지 못해 골치가 아픈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혁신적이고 젊은 기업일 필요도 없이 모든 기업이 그런 커뮤니티가 있어 임직원들로부터 직접 듣지 못할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 환호해야 한다. 이미 많은 대기업들은 이것을 정보로서 취급한다. 그 어떤 누구라도 회사에서 회사를 향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다. 속마음을 조직에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런 목소리는 엄청난 정보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국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을 검토한다. 대기업이 아닐 경우 이것이 힘들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대개의 기업인들은 이런 것을 바탕으로 뭔가 준비해야 한다면 무조건 돈을 찾는다. 결국 자금이 부족해서, 여력이 없어서 그런 걸 검토해봐야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반드시 돈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돈 없이도 해결 가능한 것들이 있음에도 돈을 핑계로 투자는 없다는 둥의 헛소리를 여과 없이 내뱉는다. 이런 기업은 최소한의 소양도 없는 경영진들로 인해 기적의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면 발전 없이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가 이미 기업활동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런 흐름을 모른다는 것은 기업활동을 오래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두려워 말고 불평이든 비방이든 받아들이길 바란다. 잡아 억누르는 순간 그토록 두려워하는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인력난에 시달리기 시작할 것이며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성과에도 손실이 발생해 이유도 모를 해명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