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와 쓸모없음 사이에서
긴 글을 써내려가다, 멈췄다.
어떤 것도 채워내지 못한 혹은 않은 6월이다. 이렇게 시간을 허투루 보낸 적이 있었던가.
글을 쓰다보니 온통 변명 투성이였다. 잘못 살았다. 관계를 맺고 또 끊어내는 과정이 여전히 버거웠다. 하지만 끊어냈더니 그제야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이 쓸모없던 것임을 알게됐다.
나이 먹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는게지. 이쯤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타격 없이 멈출 수 있다는 걸.
많은 것이 귀찮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쓸모 없다 느낀 나날들. 한 나라의 작은 도시에서 퍼진 전염병이, 전 세계를 멈추었다. 계획했던 올해의 일들이 무의미해졌다. 나는 결국 떠나지 못했고, 이 계획들을 언제쯤 이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삶에 임하는 방식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아마 앞으로는 그 방식대로 살아야 할 것 같다. 돌아갈 제자리가 없다니.
인간은 또 무의미와 쓸모없음 사이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어떻게든 성취감을 얻기 위해 움직인다.
올해의 반이 지났다. 난 남은 6개월간 어떤 성취감을 얻을까. 타당하다 생각했던 행동에 죄책감을 갖고, 이를 면하기 위해 무언가에 집중하고 스스로를 용서하고 또 잘못을 저지르는? 알 수 없는 행성에 갇힌 것만 같다.
오늘 따라 굉장히 센치한 것 같은데, 이는 배가 고파 삶의 재미를 잃은 자의 태도이기도 하다. 나의 식량을 싣고 달려오고 있을 마켓컬리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