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누나 Nov 23. 2019

순산을 기원합니다

같은 사무실의 주무관님이 어느 날 밤 자기 꿈에 내가 나왔댔다. 꿈 속에서 내가 갓난아이를 안고서 사람들을 데리고 집들이에 왔더라고. 같이 온 이들 중에 경찰 근무복을 입은 남자가 둘 있었는데, 한 명은 내 남편인 듯했고 다른 한 명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족인 것만은 확실했다고.


“주무관님, 그런 일은 있을 리 없어요. 우리 집에서는 나 한 사람만 경찰이라도 충분해요... 이왕 제 꿈 꾸실거면, 담번에는 하정우랑 같이 등장시켜 주세요. 그럼 다른 한 사람은 우리 시아버지 김용건 님이겠네. 우헤헤헤.”


곁을 지나치다 우리의 대화를 들은 주임님은 “그건 분명 태몽”이라고 하셨다. 남의 태몽을 대신 꿔 준 적이 많아서 아는데, 주무관님이 꾼 꿈도 틀림없이 태몽이라고. 태몽이라니? 저요? 전혀 가능성이 없는데. 1도 없어, 정말 단 1도. 저도 인간인지라 무성생식은 불가능하다고요.


그러고는 곧 경찰의 날이 다가와 다들 정신 없이 바빠져서 꿈 이야기는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랬는데 며칠 안 지나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영상 담당 업무를 하시는 행정관님이 임신을 하셨다고. 그런데 태몽은 안 꿨고, 꿨다는 사람도 주변에 없었다고.


“행정관님,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진짜진짜. 그런데 그거 아세요? 김 주무관님이 행정관님 태몽을 대신 꾼 것 같아요. 꿈에 제가 아기를 안고 나왔었대요. 아마 제가 행정관님 아기를 안고 있었나봐요. 아기 성별은 뭐인 것 같아요?”


행정관님은 딸이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어쩐지 아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정관님은 남편이 경찰관이거든. 들은 적은 없지만 시아버지는 경찰관이 아니신 것 같고. 그러니 꿈에 등장했던 남자 경찰관 둘 중 한 명은 행정관님의 남편이고, 다른 한 사람은 행정관님의 장성한 아들일 게 분명해.


아직 다음달은 되어야 아기 성별을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아무렴 어때. 딸이든 아들이든,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행정관님, 내년 5월은 아직 좀 남았지만 미리 전할게요. 순산을 기원합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