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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ptain lee Jun 17. 2024

어쩌다 소금을 수입하게 됐을까

소금 하나로 음식과 사랑에 빠지다

2023년 12월.

각 부서의 사업계획이 마무리되던 2023년 12월, 내내 불편한 마음은 마치 얼음 송곳과 같았다. 

이 무렵 누군가의 호출은 또 다른 의미로 가슴을 뛰게 만드는 힘이 있다.

12월의 어느 날 대표실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내 눈앞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회의테이블 위에 놓여진 코르크 뚜껑으로된 종이통이었다.

“아는 지인으로부터 소금 수입을 제안받았는데 한 번 해볼래?”

그 말을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해야되는 거구나. 질문이 아님을 직감했다. 

사실 다음 년도의 사업계획이 마무리가 된 시점였기에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불편한 직감을 안고 나는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눈으로 봐도 알 수 없다.

소금이라고 하니 소금처럼 보였다. 다만 고급스런 패키지에 담겨있으니 좀 더 달라보일뿐이었다. 

굳이 맛을 보라는 권유에도 의심조차 들지 않았다. 우리는 잘 알지 않는가.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맛을 아는게 아니다. 소금도 그 맛이야 당연히 짠맛이 아닌가.

회사 생활이라는게 가끔 내가 특별한 감각을 지닌 사람처럼 보이고 싶을때가 있다. 소금을 한꼬집 집어 입안에 털어 넣는 순간까지 그랬다. 소금의 맛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편견을 깨는 맛

솔직히 이때의 기억이 가장 생생하다. 이유는 편견을 깬다라는게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짠데 왜 맛있지?”

떠오른 생각은 이것 뿐이다. 짠데 왜 맛있냐니? 이것조차 모슨처럼 느껴졌다. 짠맛이면 짠맛이지 맛있는 짠맛은 무엇인가 말이다. 

딱 그랬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첫 맛의 타격감이 컸기 때문에 마음은 이미 기울고 있었다.

처음 술을 배운 후 위스키를 처음 마신날도 그랬고

처음 피자를 먹던날도 그랬다.

아는 맛이라 생각했음에도 그 맛이 내가 아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게 됐을때 마음을 뺐기고 있었다.



이 소금 제가 해보겠습니다.

고민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 느낌, 이 소금에 대한 첫 느낌이 고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고민하는데 시간이 짧았던 만큼 수입 소금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면서 쉽지 않은 사업임도 금새 깨달았다.

우선, K푸드라 불리는 한국의 다양한 요리들에는 소금을 비롯하여 각종 조미료들이 사용된다. 외식의 비율까지 고려한다면 일반적인 소비자가 소금을 구매할 일이 적다는 의미이다.

둘째,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아시아권역이나 한국 요리에서 짠맛을 내는 재료는 소금 외에도 간장, 된장, 젓갈 등 다양한 재료들이 있기에 소금이 차지하는 맛의 의존도가 낮다.

또 다른 하나는 소금에 대한 브랜드선호도가 없다는 것이다. 2030대라면 소금을 직접 구매할 일이 여행갈 때 마트에 진열된 맛소금 중 취향에 맞는 소금을 고르는게 전부일 것이다. 그 외에도 가정에서 소금이 필요하면 마트가서 가격대와 필요한 양에 따라 구매하는게 전부인 것이다. 어차피 소금이고 짠맛이니까.




물맛이 다른 0.5%의 가치

시장조사를 하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정 소금을 언급할 때 그것을 브랜드처럼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신안 천일염, 게랑드소금, 말돈소금, 히말라야핑크솔트, 하와이안블랙솔트 처럼 말이다.

사실 소금 앞에 붙어있는 명칭은 모두 지역명이다. 이 외에도 와사비소금, 트러플소금 처럼 소금에 가미된 첨가 성분에 따라 소금을 구분하는 정도이다.

나는 이 기간동안 국내에 판매중인 왠만한 소금의 맛을 봤던 것 같다. 그리고,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고 그 이유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

같은 소금인데 맛이 왜 다를까? 나중에 천일염과 정제염의 차이는 다시 한번 언급하겠지만 정제염은 오직 짠맛에 집중해 생산된 소금이기 때문에 천일염과 비교해서 맛을 본다면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천일염을 놓고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천일염이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는 것은 한두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토판염이냐 장판염이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물 맛에 따라서 소금의 맛이 좌우 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비단 소금뿐만이 아니다. 위스키나 와인 등 주류에도 해당하고 우유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지구에서 얻는 소금 2억5천만톤

지구에서 '소금'으로 분류되어 생산되는 소금이 2억5천만톤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연간 300만톤의 소금을 소비하고, 전세계 천일염 생산량(약50만톤) 중 약 50%에 해당하는 25~26만톤의 천일염을 수확하는 최대 천일염 생산국가이다.  전세계가 소비하는 소금의 기준으로나 국내 소비량을 기준으로봐도 천일염은 희소가치가 높은 천연의 재료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갯벌 천일염은 세계 5대 갯벌(한국, 프랑스, 포르투갈, 중국, 베트남)과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등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희귀자원으로 불리기 한다.

천일염의 부족한 생산량을 대체하는 것이 암염, 호수염, 화산염 등으로 불리는 기타 소금과 앞서 언급한 생산시설에서 인공적으로 제염 생산한 정제염이다.


좋은 소금은 따로 있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좋은 소금은 존재한다. 

바닷물을 끌어와 전통의 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바다가 가까워야 하고, 충분한 노동력도 확보되어야 한다. 이때 소금의 질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가 바다이다. 이 외에도충분한 일조량과 바람 등 안정적인 기후가 뒷받침 되어야 간수가 잘 된 소금을 생산할 수 있다. 

참고로 천일염을 구매한 소비자가 가정에서 소금을 볶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간수가 덜 빠진 소금은 그 맛이 짜고 쓰기 때문이다. 요리나 음식을 망칠만큼 말이다.



마치면서

앞으로 소금과 관련해서 우리가 잘 몰랐거나 또는 함께 나누고 싶은 소금에 대한 이야기를 써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짠맛에 대한 경험과 고집(?)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써가도록 하겠습니다. 

소금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소금에 대한 관심이나 생각이 얼마나 바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된 누군가의 '지중해에서 찾아온 소금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라 봐주시고 아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이제는 소금만 봐도 입안에 짠맛이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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