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예술가입니다.
미술 수업의 첫날,
OT에서 늘 강조하는 문장이다.
우리는 모두 나를 표현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생각하고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기들은 입을 떠는 울음으로, 어린이들은 몸을 흔드는 생떼로, 초등학생이 되면 자유로워진 손으로 끄적이고 부수고 칠하기를 반복한다. 중학생이 되면 노래방이나 샤워실에서 음악이라는 소리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수업 교과서와 기억이 안나는 시험지에는 의미 없는 낙서 같은 미술로, 우리는 늘 어떤 것이든 표현한다.
유튜브를 보다 어느 개도국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사람들은 음악이 나오면 모두 뛰어나와 춤을 춘다. 얼굴에는 유채색 물감을 찍고 아무 근심 없는 새하얀 웃음을 띤다.
우리 교실에서
음악을 틀어보자. 자 춤을 추자.
라고 말해보자.
아이들은 선생님과 눈이 마주칠까 황급히 눈을 피하며 반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아이에게 눈짓이나 손짓을 휙휙 준다. 그러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떨군다.
선생님은 숨을 한번 몰아쉬고 내뱉은 뒤 이야기한다.
우리는 왜 표현하는 것이 부끄러운 걸까요?
잘 못하니까? 창피하니까?
아이들이 대답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잘한다, 못한다.'로 배웠기 때문이에요. 늘 숫자와 등수로 상대적인 평가를 당해왔지요.
그렇지만 미술은, 또한 예술 속에는 수치화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예술은 숨어있는 무언가, 나의 것이 밖으로 꺼내어지는 과정이다. 그것은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기도 하고, 희로애락의 감정이기도 하고, 이미 했던 생각을 시각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꺼내어진 것은 때로는 남들이 알아보기 어려운 추상적인 표현일 때도 있다. 그 점은 사실 늘 수행평가가 따라다니는 학교미술교육의 딜레마지만, 그렇기에 표현을 밖으로 끄집어낼 때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를 강조해서 교육한다. 시각화 과정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전달되는 스토리텔링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여러분은 그림을 잘 그리나요?
몇몇 아이들이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서서히 젓는다.
그럼 잘 그린 그림은 어떤 그림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아이들의 정직한 대답에 선생님의 얼굴에는 은근한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다시 한번 뚜렷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오늘 수업에서는, 왼손으로 그림을 그릴 거예요. 아, 왼손잡이인 사람은 오른손으로.
이 그림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거예요.
지금 바로 떠오른 그 사람에게 말이에요.
그러니 지금 나의 마음에 한번 집중해 보세요.
자, 그리고 우리는 이제 여태 배워온 미술을 잠시 잊을 거예요. 형태가 사실적이지 않아도 좋아요.
일 년간 나를 찾아보고 내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중요한 건, 못 그려도 돼요. 못 그리세요.
여러분이 생각했던 못 그린 그림이라는 것도 고정관념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자신감 있게 못 그리세요.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