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의 반짝이는 위로

빛나는 양파

by 공기
주는 순간 받는 것



교사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아픈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아픔의 이유는 대부분 정신(精神)적이다. 아픈 아이들은 선생님 눈에 생각보다 쉽게 들켜버린다. 경력이 많은 선배들은 이유까지 단번에 알아채기도 한다. 병아리 교사의 눈으로 이유까지 알아차리긴 어렵지만 아이의 눈빛, 말투, 행동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아이를 나도 모르게 애정하게 된다.


키가 작고 목소리가 유난히 큰 아이는 첫날,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예뻐 말을 거는 소리에 크게 호응해 주었다. 키가 계속 자라 내 키를 넘어갈 때에도 계속 호응해 주었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함께 깔깔 웃었다. 우리는 산만한 공기가 가득한 교실에서 높고 낮은 목소리를 주고받았다.



사실 처음부터 아이의 아픔을 알지는 못했다. 목소리가 크고 말썽을 많이 피워 교실의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고만 느꼈다. 가끔씩 소리를 '빽' 지른다거나, 걸음걸이가 마치 인형극에 매달린 줄인형처럼 보이는 것도 그런 셈이다. 분명한 건 여러 사람의 눈에 많이 띄는 모양새다.


그래도 내가 보는 아이는 무척 사랑스러웠다. 완전히 자라지 않은 말랑한 마음이 사랑스러웠다. 관심받기 위한 과한 행동도, 좋은 표현도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도, 가끔 소심하게 내 편을 드는 모습도 그랬다. 거리조절을 모르는 아이는 나에게 훅 다가왔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했다. 툭툭 건들며 말을 걸었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다.


아이의 아픔을 알아챈 건 정량화된 검사에서였다. 상담실에서 걸려온 전화와 검사용지. 어두운 곳에서 작은 몸에 큰 짐을 지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시커먼 모습이 보였다. 작은 몸으로 바라본 세상이 어찌나 커다랗고 추운지 한 겹, 두 겹, 수 겹을 겹쳐 입은 채로 너는 여전히 깔깔 웃고 있었다.



방향을 잃은 마음들을 껴안고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는 너는. 겹겹이 껍질을 감싸 매운 양파인척 하는 너는, 사실은 달큰한 양파였을까.


마음이 쓰려왔다.

동시에 다짐이 밀려왔다.

내가 줄 수 있는 많은 사랑을 선물해 주어야지.


다짐을 한 순간 나의 마음이 반짝인다.


그 순간 너도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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