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과 주식 투자자의 일성
K는 코인과 주식에 3억 원을 투자하여 하루 종일 시세 파악하느라 노심초사하면서 늘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투자한 코인과 주식 가격 변동에 관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하여 무의식적으로 손이 항상 핸드폰으로 가게 되고 핸드폰을 열면 코인과 주식 시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피게 된다.
K는 투자하던 처음 6개월 동안 두시간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핸드폰을 열어 시세 파악을 하고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또는 잃었는지 확인하곤 했다.
K는 내게 두 가지를 호소했다.
첫 번째는 '건망증'이고,
두 번째는 '하루가 삭제되는 느낌'이다.
K의 그러한 심리적 현실은 여러 관점에서 파악될 수 있다.
K의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경제 활동을 넘어서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 상태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인 투자와 시세를 핸드폰으로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행동은 이러한 본능적 욕구의 현대적인 표현일 수 있다. 특히,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생존과 자원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와 연결될 수 있으며, 투자 시장에서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과 지위를 상징하는 공격성과 경쟁의 본능적 충동을 만족시킬 수 있다.
원본능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과 충동을 대표한다.
코인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즉각적인 만족이나 급격한 수익은 원본능의 강력한 자극을 받는 경우이다.
이는 심리적으로 쾌락 원칙에 따라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러한 원초적 본능 충동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생존, 성, 공격성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이 있다.
특히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생존과 자원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와 연결될 수 있으며, 시장에서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과 지위를 상징하는 공격성과 경쟁의 본능적 충동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러한 만족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자기 정체성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인투자에 몰두한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중에 곧 중요한 발언을 해야 하는데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기는커녕 그 중요한 시점에 코인투자에 정신이 팔려 엉뚱한 발언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이 그 유명한 <'이모 교수' 발언 사건>이다.
'이모 교수'를 '이모'로 착각한 것이다.
그것은 해당 국회의원이 몰상식해서가 아니라, 의정활동 중에도 시세확인하고 수시로 팔거나 사는 등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일에 몰두한 결과, 정작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본분을 잊어버려 일어난 사건이다.
이런 현상은 바로 K의 건망증 호소와도 같은 것이다.
K가 핸드폰으로 시세확인을 하는 일이 하루 종일 이루어지면서 그는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호소했다.
나는 그것을 '디지털 치매'라고 명명하였다.
K의 건망증 증상은 날로 심해져 갔다.
심지어 K가 누군가와 진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갑자기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 주제와 맥락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이모' 발언도 그러한 유사한 맥락에서 일어난, 일종의 '디지털 치매'와도 같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일시적으로 잊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증상으로 표현하자면 '이인증'에 해당한다.
이인증(depersonalization)의 의미는 인격이 분리된다는 뜻이다.
인격의 분리라 함은 좀 애매하게 들린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이인증은 <신체와 정신의 분리>로 발생하는 비인격화현상이다.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의 특징이 '신체와 정신의 분리'이다.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몸은 의자 위에 앉아 있지만 정신은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면 현실보다 더 생생함과 입체감을 주기 때문에 정신은 거기에 머문다.
반면, 모니터 밖에 홀로 머물고 있는 신체는 정신을 빼앗긴 채 한갓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태의 신체는 더 이상 신진대사를 하지 않는다.
72시간 잠을 안 자도 되고, 밥을 안 먹어도 되며, 화장실에 안 가도 된다.
신체는 몸으로서의 기능이 멈춘, 한갓 고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몰입의 결과이다.
'몰입' 찬양론자도 있지만, 그것은 신체와 정신의 분리를 가져온다.
즉 인격으로서 현실감을 상실해 버리는 것이다.
평소의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모두 잊어버리고 코인과 같은 한 가지 대상에 몰입하여 자신의 정신과 인격을 빼앗기는 것이 몰입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본업을 잊고 코인 시세확인과 매매활동에 몰입하다 보니 그 순간 자신의 국회의원이라는 사실도, 의정활동 중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리는 것이다.
잊어버리는 정도까지 아니라 해도, 그 순간만큼은 정체성의 혼란과 가치판단의 혼선을 빚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이 자신의 내적인 실재감과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잃어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신체와 마음의 분리와 현실 회피는 심리적인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으며, 내적인 공허감과 존재의 무의미함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게임 중독 상태에 있거나 코인투자에 몰입하다 보면, K가 말한 바 대로, '하루(시간)가 삭제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꼭 중독까지 가지 않더라도 게임을 열심히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 본 감정일 것이다.
이러한 감정이 도를 넘어서면, 당사자는 깊은 불안과 공황상태로 빠져들 수도 있다.
왜냐하면 게임이나 투자 몰입은 자신의 존재 상실로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프로이트 관점에서 볼 때, 이런 공허감과 허무감은 원본능과 초자아 사이의 갈등을 반영한다.
즉, 내담자분의 자아가 투자로 인한 즉각적인 만족(원본능의 욕구)을 추구하는 반면, 초자아는 장기적인 안정과 자아 존중감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K가 초자아가 약한 사람이라면 갈등 없이 원본능이 주는 자극만으로 만족하며 돈이 인생의 전부가 되는 1차원적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K가 돈을 버는 경제행위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어릴 때부터 축적해 온 건전한가치관과 나름의 건강한 인생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K는 자아 존중감과 자존감을 유지시켜 온 초자아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원본능이 추구하는 경제적 만족이 주는 기쁨은 가치관이 확고한 초자아의 감시로 인해 자아에게 공허감과 허무감으로 전환되어 전달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허감과 허무감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해 나가면, 투자에 대한 집착은 K가 인식하지 못하는 내면의 불안이나 불확실성으로 이끌 것이다.
반면, 자아는 현실과 타협하며 장기적인 안정과 자아 존중감을 유지하려는 역할을 한다.
자아는 미래를 계획하고, 위험을 평가하며, 장기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을 취하려고 한다.
건강한 자아가 코인투자에 임한다면, 이는 투자의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장기적인 금융 안정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자아는 원본능의 자극적인 만족과 가치와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초자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자아는 내부적인 충동과 외부 현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개인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K는 자신의 내면적 갈등을 이해하고, 더 건강한 결정을 내리며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to be contin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