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예술
42. 우리는 모두 예술가
세상에 두 사람이 있다. 첫 번째 사람은 현재에 안주하며 새로운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 새로 생긴 맛집보다야 매일 가던 백반집이 편안한 사람.
두 번째 사람은 호기심이 왕성하며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발길 닿는 곳 그 어느 곳이던 탐험해야 하는 사람.
우리 엄마는 호기심이 왕성하다. tv 프로그램에서 이색 메뉴가 나오면 다 따라 해보아야 한다.
칼국수에 매생이를 넣는다거나, 리조또에 귀리를 넣기도 하며, 겨울철 식탁에는 대부분의 음식에 생강이 들어가고야 만다.
엄마가 탐구한 음식들의 첫 시식자는 항상 나였다. 조금 걸쭉하고 푸르댕댕한 음식일지언정, 엄마의 실험정신 덕분에 나는 아직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랐다.
엄마는 전국 팔도 모든 산(山)을 탐험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으며, 주말마다 매번 산을 정복하러 나가신다.
나 또한 이런 엄마를 닮아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먹어봐야 아는 얼간이였으며, 직접 경험해 보지 않는다면 의심을 품는 꽉 막힌 사람이었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남들이 개 xx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내가 체험하지 않고서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정도의 줏대는 기뤘다고 자만해 본다. 남들에게 개 xx일지언정, 나에게는 아닐 수도 있더라.
그래서, 나는 궁금한 사람이 좋더라. 빤히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탐구해야 하고 관찰해야 하는 신기한 대상이 좋더라.
신기하다 神奇하다
[형용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놀랍다
‘귀신 신神’ 자에다가 ‘기특할 기奇’ 자를 사용하였는데, 뒤에 奇자는 기이하다, 괴상 하다의 의미로도 쓰인다. 직역하자면 ‘귀신이 하는 짓거리 정도의 기이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내게 있어 매력적인 사람이란, 그렇게 신기하고 궁금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할까,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참신함이 묻어나는 사람. 뻔한 대답이 아니라서 나를 놀래키는 사람들 말이다.
사람들은 되려 생긴 데로 놀면 재미가 없어하더라. 이재용이 치킨 시켜먹는 것이 신기하듯, 재벌이 소박한 취미 가져줘야 색다르고, 와인만 마실 거 같이 생긴 세련된 아가씨가 포장마차에서 소주 병나발 정도 불어줘야 반전 매력이라고 부르더라. 나도 이같이 알 수 없는 ‘미지수 x’ 같은 사람을 좋아했다.
예술이 그렇지 아니한가. 뻔하지 않은 것. 항시 색다르고 신박한 것 말이다.
예술 藝術
[명사]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
예술이 뭐 별거냐. 피카소가 그려야만 미술이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기획해야만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롭고 참신하다면 그것이야 말로 예술이 아니겠는가.
소변기를 미술품으로 만드는 마르셀 뒤샹의 ‘샘’ 또한 예술이었고, 점 하나 찍어놓고 몇십억에 낙찰되는 이우환 작가의 ‘조응’ 시리즈 또한 예술로 불리었다.
우리는 그렇게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궁금하게끔 만드는 작품들을 예술이라 부르면 되는 것이다. 나에게 신선함을 주는 웹툰 또한 예술이고, 맑게 펴 내 마음을 감동시키는 하늘 또한 예술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나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들을 사랑한다.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알고 보니 이복형제 같은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앞을 예상치 못하는 신박한 드라마 또한 예술이고, 글 또한 예술이다.
사용자의 통계치를 계산하여 알고리즘을 형성하는 작가들은 반성 한번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무한히 스크롤만 내려봤자 ‘쿵’, ‘스으윽’, ‘딸깍’ 하며 폰트 사이즈 50 정도의 큰 글자들은 나의 검지 손가락만 아프게 할 뿐이었다.
예술은 묵직해야 한다. 점하나에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함축성이 있어야 하며, 이 작가 뇌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가 싶을 정도로 독자에게 궁금증을 유발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 글을 예술이라 칭하겠다. 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