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집사람이 말없이 앉아 있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땐, 정말 말한 죄밖에 없었어... 그냥 믿고 이야기한 건데,
그게 그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어.”
그 말에 나는 대답 대신,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녀의 눈가엔 아직 다 마르지 않은 감정들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진심이,
돌고 돌아 상처가 되어 다시 자신에게 꽂혔던 시간들.
나는 그 아픔을 다 알 순 없었지만,
그 마음만은 함께 껴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 우리는 오랜 시간을 들여
그 인연들을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무엇이 실망이 되었고, 무엇이 후회로 남았는지.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그 인연이 나쁜 게 아니라,
우리가 그걸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집사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도 나를 공부하게 만들어준 사람이었어.”
그 말에 나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래. 나쁜 인연은 없었어.
내가 미숙했을 뿐이지.”
그 밤 이후, 우리의 대화는 자주 ‘인연’에 대해 흘러갔습니다.
상처만 남았던 사람들,
아직도 떠올리면 가슴이 쓰라린 기억들,
그 모든 관계를 다시 돌아보며
우리 안에 남아있던 감정을 조금씩 정리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상처는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자리였고,
그 인연들은 나를 더 깊게 들여다보게 한 선생님들이었다는 것을요.
이 글은
그 밤의 대화를 시작으로,
집사람과 함께 마음의 매듭을 하나씩 풀어가며 기록해 온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조심스러운 고백과,
그걸 함께 풀어준 내 마음이 함께 만든 작은 공부의 기록.
그리고 그 기록을 엮어
하나의 책으로 완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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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인연은 없다, 내 미숙함만 있을 뿐』
곧 당신께 조용히 말을 건네러 갑니다.
그 인연, 아직도 마음속에 맴돌고 있다면
이 책이 당신의 내면을 다독여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