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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고기를 못 먹겠다

고기를 좋아하는 채식주의자

by 공교


어렸을때부터 유독 고기를 좋아하는 나였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던 나는 그안에 차돌박이가 들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숟가락을 잡는 버릇이 있을 정도 였다.

부모님도 좋아하는 식성이셔서 딱히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매주 토요일이 되면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이건 항상 내담당이였다)

온 거실바닥을 신문지로 뒤덮어 놓으면 부모님께서는 고기불판과 함께 쌈장,김치 등등을 꺼내오셨다.

친척들과 그리고 부모님 친구분들, 내 친구들이 다같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삼겹살을 구워 먹곤 했다.

그 분위기가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유독 고기맛이 좋아서 토요일 저녁을 매일 기다렸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식성은 고기 위주로 돌아갔고 그게 당연한듯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성인이 된 나는 군대에 들어가면서 30키로라는 어마어마한 살을 빼었다.

급격하게 찐 살이라 그런지 빠르게 빠졌고 나름 운동을 하면서 운동의 재미도 느끼게 되었다.

숨을 몰아치게 쉬며 땀을 흘리는 재미가 있었다.


이때 운동과 더불어 나는 식단까지 바꾸게 되었다.

운동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우선 고기를 안먹고 채소위주의 식단과 소식을 한 것이다.(이때도 햄은 포기할 수가 없어서 먹었다)

음식자체의 덩어리감을 없애자는 마음에 고기를 안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고 난 뒤, 나도모르게 더욱 더 식단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경계심이 건강한 식단을 먹게 바꾸어준 덕도 있지만

매일 친구들에게 '왜 이렇게 밥을 맛이 없게 먹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었다.

(사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억울하다)




그래도 간간히 고기를 먹으며 최대한 건강한 식단을 하려고 노력을 하며 살아갔다.


집에 들어간 어느날 작은 갈색푸들 강아지 한마리가 거실에 놓여져 있었다.

너무 귀여웠고 내가 이렇게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정성을 들여 다루어 본게 처음이었다.

강아지에 대한 깊은 애정을 알게 되면서 다른 강아지들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동물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지나가다가 새나 고양이들이 죽어있으면 주변에 잡을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하여 흙더미 안으로 넣어주고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길거리에 처참하게 죽어있는 동물들이 있으면,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비상깜빡이를 키고 옆으로 치워주곤 했었다.

(남의 눈을 잘 의식하는 나는 이때부터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무언가에 빠지면 책부터 찾아보는 나는 동물에 대한 책을 하나둘씩 찾아보게 되었고,

동물음식에 대한 책에까지 나의 의식이 뻗어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동물음식의 잔인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고기가 입에 안맞았던 것은 어느 여름날 나의 아내와 삼계탕을 먹으러 갔던 날 같다.

두꺼운 다리의 살을 씹는 순간 나도모르게 헛구역질이 나오게 되었고, 더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그 식감이 주는 소름이 그대로 전해져 왔던 것 같다.


그 뒤로는 소고기, 스테이크 등 고기관련된 음식이 몸안에서부터 거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아직도 고기를 잘 먹고(두꺼운 고기를 제외하고는) 즐기지는 않지만 같이 어울리기는 한다.


그래도 나의 몸이 이끄는 대로 가보려고 한다.

건강한 식단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지만 그래도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기를 좋아하는 채식주의자는 어떻게 진행이 될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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