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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같은 기업문화] 단비와 미군의 공통점

책임에 관하여.


[단비같은 기업문화 시리즈 3편]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141047


한국군과 미군의 차이라는 유명한 썰이 있다. 만화로까지 제작돼서 인터넷 세계를 이리저리 돌고 있는 내용이다. 내용의 사실여부 논쟁도 꽤 있었다.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은 if 실화가 아니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점이다.


썰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미군은 (직위가) 위로 갈수록 수고하며+책임지고 

국군은 (직위가) 아래로 갈수록 수고하며+책임진다.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을 통해 명확하게 표현된 것이 있다. 회사 스트레스는 두 종류가 있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 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어질 수 없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기업문화를 심고 가꾸는 노력을 통해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기 싫으면 집에서 쉬고 놀면 된다. 그런데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회사 얘기할 때 "우리회사는 그 일이 진짜 힘들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회사에서 맺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말한다. 위계문화가 강한 회사일수록 씹을거리는 많아진다. 


특별히 일스트레스와 사람스트레스의 경계에 '책임'이란 키워드가 서식하고 있다.


지시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망. ("이런 건 알아서 해야지 이걸 다 말해줘야 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지시한 대로 한 일에 대한 책임회피. ("이 사람이 이거 내가 언제 그랬어! 자네가 알아서 해!")


혹시라도 음성지원이 되는 분이 있다면 착각이다.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환장할 노릇이 이런 류일 것이다. 불합리/부조리/부당 이 세단어를 다 써도 표현이 부족한 일이 오늘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회사생활을 통해 정신질환에 이르는 번아웃이 오고(사회 초년생일수록 더욱더), 퇴사열풍이 일어나는 것도 이런 풍토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직장인 무한루프 / 신입사원의 딜레마: 로 회자되는 짤



결국 신입일수록, 연차가 낮을수록, 직급이 낮을수록 어이없는 상황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우리네 직장문화다. 오죽하면 '상사세끼'라는 콘텐츠까지 나왔을까. (https://youtu.be/nW7TUCInZOk)


본격 상사 끼니 걱정하는 웹드라마 (출처: 스튜디오 룰루랄라)


그런데 단비는 남달랐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다들 부스 한 번씩은 나가게 된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ㅇㅇ핀테크-제테크] 행사에 단비가 참여하게 됐다. 단비는 출근시간을 9시와 10시 중에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아홉 시에 와서 여섯 시 퇴근하는 사이클과, 열 시 출근해서 일곱 시 퇴근하는 사이클 중 자신에게 편한 대로 선택하면 된다. 


이때 당시 나는 10시 출근조였다. 부스 참여기업에 날아온 안내사항을 확인하다 보니 행사 첫날 오전 일정상 2시간 일찍 출근해야 할 각이었다. 8시부터 부스를 세팅하여 완료하고, 9시부터는 부스참여기업 모두가 개회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일정이 잡혀 있었다.


출근시간을 갑자기 2시간 당기는 것. 분명 압박이다. 더구나 한 번도 안 가본 장소였기에 헤맬 것 생각하면 더욱 여유를 두고 나와야 한다.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면 되긴 하는데 하루 종일 무지 피로할 것이다. 사람이 많이 올 것 같은 행사가 아니었지만 부스를 지키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은 못하는 하루가 예상됐다. (당초 참여할 계획이 없었고, 요청을 받아 참석한 행사였다.) 


어찌 됐건 해야 하는 일이니까 대표인 라파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물어봤다.


"이날은 8시까지 오면 되죠?" 


"아니, 블루는 오던 대로 10시까지 와요."


(?????????????????????)


"그럼 부스 챙기는 거는요?"


"그건 제가 할게요. 혼자도 할 수 있어요."


(??????????????????????)


다시 말하지만, 라파는 대표다.


그리고 보통 대표들이 하는 말은 반대라고 생각했다.


"부스 그거, 혼자서 알아서 할 수 있지?"






아노미 현상이 ㅋㅋㅋㅋㅋ 닥쳐왔다. ㅋㅋㅋㅋㅋㅋ 뭔지 모르겠는데 뭐가 단단히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장롱면허라 어차피 내가 행사에 필요한 모든 짐을 금요일 퇴근길 차로 실어 갔다가 -> 월요일 출근길에 챙겨가는 것은 무리였다. 음 그래도... 보통 이런 경우 직원만 고생시키는 것이 상수라면, 윗 직급의 사람이 '똑같이 함께' 고생하는 게 특이점 아닌가? 싶었다. 


특히 말로만 수평적인 조직에 있어본 사람이라면 이럴 때 더 울화가 오르는 것을 알 것이다. 근데 내가 겪은 것은, '고생은 제가 더 할 테니 보조하시죠.'라는 태도였다. 


갑자기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장군 중에 오기라는 사람이 떠올랐다. 그에 관해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오기는 항상 병사들과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옷을 입고, 잘 때는 자리를 깔지 않고 병사들과 같이 잤다. ... 병사들이 오기를 매우 존경하고 따랐다."


결국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묘한 마음을 품고 금요일 저녁 집으로 갔다. (이때가 들어온 지 한 달도 안됐을 때 / 사실 엄밀히 따지면 들어온 지 너무 얼마 안돼서 나 혼자 부스를 지키는 건 도저히 불가능 ㅋㅋㅋ 하지만 그 불가능을 실천하는 중소기업/스타트업 사장님 썰은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요일 저녁, 월요일을 준비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 알람을 두 시간 당겨 놓았다. 인간적으로 마음이 편치 않고 미안했다. 라파가 대표여서 그런 걸 넘어 동료 직원이나, 부하 직원이었어도 생겨났을 종류의 미안함이었다. 예상하기로는 라파도 8시에 딱 맞춰 가기보다, 8시 30분쯤 도착해 준비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부스 구성이 한 시간 동안 세팅할 분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혼자 하면 20분 둘 이하면 10분 정도? 그래도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니까 함께 하고 싶었다.. 월요일 아침,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며 슬랙을 날렸다.


가고 있다고. 같이 하자고.


그런데...


???????????????


다했다고 한다.


도의상 커피라도 사가야겠다 싶었다. 점심때 커피를 한번 쏜 적이 있는데 그때 라파만 외근 중이라 같이 못 먹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카페를 찾지 못해서 일단 도착 후 다시 슬랙을 날렸다.


?????????????????



이미 커피를 사고 계셨다.






라파가 사온 커피를 마시며, 참지 못하고 짤막한 '급 인터뷰'를 요청했다.


"라파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 

(진짜 이렇게 두서없이 물어봄)


라파: "???"


"저를 외부인이라고 생각하고 답해주세요. 그러니까, 직원만 고생하라 하면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어요. 그래서 한발 나아간 것이 '함께' 고생한다는 개념이잖아요. 

  근데 그것도 아니고 이건... '고생은 내가 한다. 넌 편해라.' 느낌이잖아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해서요. 굳이 그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걸 듣고 싶어요."


라파의 답은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이랬다.


"이건 저 개인의 특성이기도 해요. 대표가 되기 전에, LG에서 일할 때도 - 사내벤처를 할 때도 그랬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가 하는 거죠. 제가 할 수 없거나 스스로 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일들을 위해 사람들을 고용했으니, 그들은 그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같은 경우도 오전 지내보고 블루가 굳이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사무실 돌아가서 해야 할 일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요청받아 참여한 부스니까 대표로서 자리를 지켜야죠. 여기서 노트북으로 밀린 일 하면 돼요."






스타트업의 생존은 치열한 문제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세상에는 마음껏 루팡질해도 안전한 일자리/혹은 팔자도 분명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세월아네월아 하며 부스에서 시간 때워도 월급은 나오니까- 하며 좋아했을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끊임없이 시도하고 안되면 또다시 다르게 시도해야 해야 하는 곳이 스타트업이다. 여기서 뭔가 해보려고, 함께 힘을 모아 일으켜보려고 들어온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 부스에서 시간을 버리는 것이 갑갑한 일일 것이다. 행사가 끝나도 '진짜 일'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라파의 대답을 들으며, 그 부분이 시원하게 긁어진 마음이었다.


오전을 보낸 후, 부스에 2명이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났고, 나는 사무실로 복귀해 정작 해야 할 일을 했다.






이런 기업문화의 특성은, 라파 개인의 특질이기도 하지만 단비 고유의 것이기도 하다. 기업문화의 씨앗은 창업주의 영혼인데 단비는 공동창업자가 셋. 그 말인즉슨 다른 공동창업자 두분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소리. 


입사 첫날 오전이었다. 인사하고 자리에 앉아 기본적으로 그동안 쌓아온 자료를 보며 파악하던 중이었다. 개발팀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어떤 이슈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귀에 꽂힌 한 문장


우솝: 책임은 도니가 질 테니까요. 하하하하하하


다같이: 하하하하하하


우솝은 개발자로서 단비가 첫 직장이고, 도니는 CTO다.






이것도 뭔가 일반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보통 책임은 아랫사람 몫(?) 아니었나. 내가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조직이 그런 것은 아니었고 좋은 분도 많이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직/간접경험 평균을 내면 상정되는 값을 한참 상회하는 공기를 단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입사 첫 주 멤버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 목적은 (1) 새로 합류한 내가 이 회사의 문화와 제품을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2) 멤버들 한 명 한 명을 (기능적 역할이 아닌 전인적 사람으로서) 알아가고 싶어서였다. 첫 주자가 도니였다.


도니와 인터뷰하며 첫날 본 대화 풍경을 언급하며 물어봤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문화를 형성하게 된 거냐고.


도니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 일을 하는 사람 / 책임지는 사람 다른 것

- 부담만 지는 것

- 대기업 다닐 때 제일 싫은 게 이것이었다고.


- 고과를 위하여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고.

- 그래서 정작 진짜 해야 할 일이 안 되는 것이 싫었다고.

- 셋이서 회사를 만들 때도 내 일이냐 니 일이냐 따지지 말기로 했다고.


- 그렇게 하면 잘 안 될 거니까.

- 그런 좋지 않았던 경험을 직원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마음이 어땠냐고?



갬동 ㅠㅠㅠㅠ (출처: MBC '안녕 프란체스카')






사실 말을 들을 때는 감동이긴 했는데, 이게 진짠지 아닌지는 살아보고 겪어내야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애와 똑같다. 초기에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꾸밀 수 있다. 그럴수록 금세 들통나며 싸움이 시작된다. 회사도 똑같은 게 입사하기 전에 회사 이름 쳐서 나오는 자료 중에 흔한 것이 외부매체와 인터뷰인데, 그것은 결혼정보회사에 등록된 프로필 같은 것이다. 실상은 전혀 알 수 없지만 곧 드러난다. 말로만 그런 건지 아닌지.


도니가 했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책임-솔선수범에 대해 또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단비는 지각하면 커피를 산다. 지각하면 눈치보이고-눈치주게 되는 것이 기업의 생리인데 그러지 말자는 것이다. 그게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인식에서 이렇게 하기로 한 것. 물론 돈이 깨지긴 하는데 무조건 비싼 커피를 사야하는 건 아니고 지갑 형편따라 편의점 커피를 쏴도 된다. 


(개인적으로) 실제 해보니까 이게 훨씬 낫다. 1분이라도 늦으면 지각은 지각인지라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미친듯이 신경 쓰면서 버스 지하철 초조하게 기다리고 달려오고 나면(헥헥) 지각은 안 할 수도 있다. 


다만 도착했을 때 이미 지쳐있다. 그날 오전의 생산성은 급격하게 저하된다. 단비는 그럴 일이 없다. 지각이란 이벤트가 약간 유머러스해져 버렸다. 다들 하이에나처럼 (ㅋㅋㅋㅋㅋ) 오늘은 누가 지각하나 기다린다.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다들 지각 잘 안 한다.


한 번은 사무실에서 혼자 밤을 새운 대표 라파 (직원들이 같이 밤새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대표의 무게란 ㄷㄷ)가 깜빡하고 출근체크를 하지 않았다. 10시 2분에 체크. 다들 신이 나서(?) 안 눌렀으니까 지각은 지각이라고 했고 라파는 1초 정도 고민하더니 변호하지 않고 쿨하게 지각한 걸로 인정하고 커피를 쏴버렸다. 


정한 룰이니까 일단 솔선해서 책임을 진 것이다. (이때 정상참작을 해줬으면 좋았으리라만......... 이후 어떤 예외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요지인즉슨, 위로부터 솔선하여 룰을 지키고 책임을 지는 자세는 '힘이 세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조직에 좋은 공기를 불어넣는다. 직원으로서 사기진작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사회 지도층에 분개하고 회사 윗분들을 미워하게 되는 계기는 대부분 내로남불을 시전할 때다. 


나는 되고 너는 안된다는 21세기 사자성어. 그때그때 유연하게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데 꼭 위쪽에만 그럴 때. 인간으로서 기분이 안 좋고 화가 난다. 단비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나도 최근에 처음으로 지각을 했다. 사실 이것도 리얼지각은 아니고, 블루투스 설정이 꺼져있어 출근체크가 안된걸 못 보고 그냥 폰을 닫아 발생한 지각이었다. 바로 노트북을 켜 한창 업무를 하다 폰을 보니 체크가 안되어 있었다. 크으.


만약 나에게만 정상참작이 되지 않았다면 분명 억울했을 거다. '이 제도는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어.' 하면서. 근데 대표부터 시작해서 이미 모두 그런 에피소드 하나쯤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진짜 지각은 아닌데 체크 안 해서 커피를 쏜 경험. (다들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 중이다 ㅋㅋ) 나도 이미 그렇게 많이 얻어먹(?)었고, 그래서 유쾌하게 커피를 살 수 있었다.






책임을 아래로 떠넘기지 않고 솔선하려는 자세. 대기업이건 스타트업이건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는 문화의 문제다. 억울하고 불편부당한 일을 회사생활을 하며 겪을 것 같지 않다는 안전함과 공정한 공기를 느낄 때, 자연스레 자신의 부족함과 책임 또한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단비는 지금 채용중이다 (...!!!)


5년 이상) 백엔드 개발자

5년 이상) 서비스/UX 기획자


를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이다.


캐치유~ 캐치미~ (출처: 카드캡터 체리...가 아니라 TVN - SNL)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를 찾는 사람이라면 지원하시고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소개해 주시길 바라며.


https://www.rocketpunch.com/companies/danbeeinc/j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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