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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은 소개팅이다.

- 시간의 밀도



회사와의 시작은

연애와 닮은 점이 많다.



1. 사진


주선자를 통해 사진과 프로파일을 상호간에 교환한다.


채용사이트를 통해 입사희망자와 채용희망자의 프로파일을 상호간에 교환한다.



2. 소개팅


사진을 보고나니

서류를 보고나니


나쁘지 않은데? 한번 만나볼까?


만난다 = 면접



3. 연애


회사마다 다른고

사람마다 다른데


한번 보고 사귀기 시작할 수도

두번 세번 본 다음에 계속 만남을 이어갈수도 있다.


소개팅: 애프터 삼프터

채용: 2차 ㅇㅇ면접, 3차 ㅇㅇ면접


이런 얘기다


아무튼 만나본 후 서로 맘에 들면?

사귄다 = 채용






회사에서 채용을 위해 진행하는

면접이라는 프로세스.


소개팅을 연속해서 해야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해보자.

지난하고, 지치는 과정일 수 있다.


여러 곳에 면접보러 다니는 사람도 그렇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면접관들도 마찬가지다.


-


소개팅 한다고 사귀는 건 아니다.

우리는 서로 사진을 본 후

알아가기 위해 만났을 뿐이다.


이때 기억하면 좋은 것.


인간에게 가장 귀중한 자원은 '시간'

이라는 어느 물리학자의 말.


이 사람의 인생과

내 인생에서

타이밍이 맞아


우리는 시간을 내어

함께 앉아있는 것이다.


-


기왕나온 소개팅.

밀도높은 시간을 보내는게

하루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쌓이면 인생의 가치가 높아진다)


설령

마지못해 소개팅에 나왔어도.

나온 사람이 마음에 안들어도.


최소한 밥은 맛있는 거 먹을 수 있고

정색과 꼬투리보다는

미소와 배려어린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건

상대방 이전에 나에게 이로운 일이다.






요즘 면접 보면서 느끼는 것.

= 채용시장의 고도화, 양극화


어떤 면접은 불쾌하다.

'요즘도 이러는구나..?' 싶어

놀란 적도 있다.


면접자리에서부터

꼬투리 잡고, 딴지 걸고, 기싸움하는

면접관이 있는 회사라면

(특히나 그것이 함께 일할 실무자라면)


붙었다는 소식이 와도

가야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래도 나는 (내시간 아까워서라도)

최대한 알아보고 준비하고 가는데


상대는 나에 대해 알고 싶어하기보다는

자신의 요구에 맞출 수 있는지만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도 채용 공고에는 없는 내용..ㄷㄷ)


사귀기도 전에

자신과 사귀면 수행해야 할 목록을 던지는 것이

소개팅의 목적인 사람을 상상해보면 된다.


-


면접관은 중요하다.


소개팅과 다르게 면접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하는데


입사 희망자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건낸 상태이지만

회사에 관한 정보는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질문할 수 있는 폭과 깊이가 좁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보량이라는 관점에서

회사가 획득한 데이터가 더 많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면접장에서는

면접관이 던지는 깊이가

시간의 밀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제출한 자료를 어떤 관점과 깊이로 봤는지

제대로 검토하셨는지 대충 훑고 오셨는지

질문에서 느낄 수 있다.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면접관이라면

분명 좋은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좋은 질문이란

내가 척척 대답할 수 있는 질문보다는

(그건 서류에 이미 써놨어야해..)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어서

잠시 생각이 필요한 질문과


개인화된 질문을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은 필수지만

개인화된 질문을 하려면 제출한 자료에 근거해서


(설령 내가 동의할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면접관의 관점에서

나라는 '개인'을 읽어내는 과정을 통해

던져지는 질문이기에 그렇다.


여기에는

- 직무 종사자로서의 전문성 뿐 아니라

-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내공 같은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입사 희망자는 질문을 통해 그런 것들을 읽어낼 수 있다.


-


그런 면접은 유쾌하다.


마주한 사람들의 성향에 따른 캐미에 따라

차분한 유쾌함일수도

열정적인 유쾌함일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던져진 질문에 답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가치있는'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다르고 성향이 달라서

소통이 잘 안되는 것 같은 순간이 발생했다?


오히려 좋다.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기에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잘 전달되지 않은 부분에 대처하는 방식


상호간의 불통을

이해로 바꾸기 위해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까지 포함해서,

시간의 밀도는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채용시장의 양극화는

HR분야의 고도화로 인해 발생한다.


HR 관점이 있다는 자체가

사람을 쓰다 버리고 갈아낄 수 있는

건전지로 보는 것이 아닌


함께 호흡하고 지낼

'동료'를 뽑는다는 것을 내포한다.


(회사 규모나, 인사팀 유무와는상관없다.

HR '담당'이 아닌, '관점'이니까)



1.

인간은

모든 일을 혼자할 수 없고

힘을 합쳐

협력하기 위한 조직을 이루는 사회적 존재이며


회사는 가치를 창출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존재들이 모인 조직이라는 것.


2.

직급과 역할상의 위계와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 외에는


목욕탕에서 만나면 다를바 없는

나와 같은 피와 살이 흐르는

인간을 만나는 과정이라는 점.



면접장에서는 이런 나와 맞는 회사일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공기를 흠뻑 맡고 올 수 있다.



-



오늘 면접은 역대급 면접 중에 하나였다.


미켈란젤로와 피카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역대 1위 이런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을 면접중 하나일 것은 분명하다.


책을 읽다보면

어 이거 예전에 읽었던 책이네...?

읽은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써놓은지 꽤 된 글은,

나중에 보면 딴 사람이 쓴 것 같을 때가 있다.


심지어 내가 그런 글을 썼었는지

기억도 못한다.



-



오늘 만난 면접관님은

그런 글까지 다 읽어주신 경우였다.


새로 만든 포트폴리오에도 써놓았듯이

https://brunch.co.kr/@gongma/578


나는 자연인으로서도, 마케터로서도

본령이 글쓰기에 닿아있는 사람이다.


살면서 어딜가건 잘한다는 소리 들은 건 글쓰기였고

"너의 글이 좋아" 라거나

"글 참 잘썼더라" 라는 말은


타인의 인정에 초연하려는 태도를 파고들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새싹이 바위를 밀어내듯

마음속에 기쁨이 올라오게 하는 말이었다.



독자없는 작가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읽기 싫은데

일이라서 마지못해 읽은 것도 아닌


(설령 인사치레였더라도)

재밌어서 읽은 거라고...


F 51 / T 49 인 나는

면접 말미에 이 말을 듣고

감동을 해버렸다.



참 고마운 일이다.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수고한 사람과

소개팅 자리에 마주하는 경험 자체가 말이다.


사귈수도 있고

안 사귈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소개팅 경험 자체는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이 회사의 가치가 필요할 때

"거기 면접 본적 있는데 별로였어"

라고 말할 확률은 없어졌고


"나랑 인연은 아니었지만, 회사 괜찮아 보이던데?"

라고 말하는 미래가 열렸다.






아까 적었던 세 줄 리바이벌.


면접이란 프로세스.


소개팅을 연속해서 해야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참 지난하고, 지치는 과정일 수 있다.


그런데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이게 지치기보다는

재밌어지는 날도 오나보다.


누구보다 저런 과정을 싫어했던 나는 (자만추 최고..)

이번 시즌에


면접장에서 불쾌한 경험보다는


유쾌하고, 밀도높고, 가치있는 시간을

경험하고 있고



덕분에 요즘은

https://brunch.co.kr/@gongma/579



즐기는 자 모드가 되어버렸다.


오늘도 즐거운 서핑을 하고 왔고

내일의 파도도 기대가 된다.


어떤 글은 딱 그 순간에만 써낼 수 있는데

(기억은 남지만 정서는 날아가거든..)

오늘 쓴 글이 그렇다.







밀도 높은 시간을 위해 함께 노력한

모든 소개팅 관계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D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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