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002. 브랜딩 어떤 것부터 해야 하나요? 브랜딩 방향과 가이드 북?
(저는 비전공자에 별다른 스펙이 없는 ‘브랜드 마케터’이며, 브랜딩 이야기인지 취준생 잡담인지 모를 애매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생각 중 틀린 부분이 있다면 댓글이 힘이 됩니다.)
‘브랜딩’ 어떤 것부터 해야 하나요?
(브랜딩이 무엇이냐 함은 e001편에.)
브랜드에 대해 고민하는 작은 브랜드를 만날 때마다 나는 다음의 두 가지를 조언한다. CEO 직속의 브랜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외부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내부 고객, 즉 전 직원이 브랜드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부 캠페인을 선행해야 한다.
-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이근상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스타트업의 브랜드 가이드 북을 만들어보라는 것. 아예 소속된 건 아니지만 한번 만들어 볼 수 있게 됐다. 제대로 작성되면 인쇄물로도 만들어 볼 셈이었다. 그러나 대표님과 내가 항상 부딪히는 게 있다. 나는 브랜딩 먼저. 대표님은 매출과 바이럴 먼저.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결과적으로는 브랜드 가이드 북 생산은 잠시 중단되었고 우리는 조회수와 콘텐츠의 노출 수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CEO 직속의 브랜드 조직’의 필요성과 ‘반드시 전 직원이 브랜드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부 캠페인을 선행해야 한다.’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의 성장을 지켜봤던 브랜딩 전문가들, 그리고 브랜딩을 통해 견고해진 브랜드 CEO들이 괜히 한 말이 아닐 것이다. 이근상 작가의 말처럼 저 두 가지는 무조건 선행되어야 한다.
브랜딩 가이드북이란?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hyunjin_oh/222360712302)
작은 회사가 1-2명으로 시작해서 막 성장해갈 무렵 3-4명이 되고 10명이 되고 워라밸 없는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새로 합류한 직원들은 하루의 적응 시간을 거치고 나면 다 같이 한 배에 탑승하게 된다. 웰컴 키트나 브랜드 가이드북이 준비되어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그런 것을 만들어 두기엔 대표 포함 모든 직원들이 당장 내 코가 석자들이어서 미루고 있을 수도 있다.
웰컴 키트는 새로 합류한 직원에게 회사 로고가 각인된 소소한 사무용품이나 선물을 담아서 환영한다는 의미로 주는 키트를 말하고 브랜드 가이드북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브랜드 미션, 브랜드 타깃 등 브랜드의 모든 것을 요약정리해서 ‘우리는 이런 방향으로 이런 색으로 가고 있는 브랜드입니다.’라고 말하는 안내서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내가 누구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나는 누구고, 무엇으로 불리기를 원하며, 과연 나다운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오히려 남을 평가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파악하는 일이 더 어려운 법이다. 이 브랜드는 어떤 탄생의 과정을 거쳤는가?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브랜드는 현재 어떤 문제점에 봉착했는가? 이 브랜드가 세상에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할 부분은 무엇일까? (…) 브랜드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바탕으로 그 브랜드만이 지닌 가치를 찾아, 그것을 사용자에게 어떤 방식이나 경험으로 전달할 것인지를 정립하는 일이다.
-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전우성
<내가 만들던 기획서 초안 시작 부분>
OOO회사 브랜드 가이드 북 (기획서 초안)
이 책은 OOO라는 브랜드를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며, 회사 내부 브랜딩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OOO의 목소리와 태도는 항상 동일한 톤을 유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같고 바라보는 곳이 같을 때 OOO는 나아갑니다. OOO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이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굳게 믿는다. '우리 브랜드는 우리 고객들에게 우리의 팔로워들에게 어떤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가?'를 먼저 정립하고 그걸 직원(내부고객)들에게 먼저 각인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브랜드 북을 작성하다 보면 굉장히 많은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이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것’을 제공할 것인가? 우리의 가치는 어떤 사람들에게 향하는가? 우리의 폰트와 색은? 우리가 선택하는 이미지는? 우리의 공간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페르소나를 만들어 보는 일까지. 여기에 대답하다 보면 브랜드의 철학이 나타난다. 무한한 고뇌의 과정이 이어진다. 그리고 정말 많은 부분을 삭제하고 추가해야만 한다.
브랜드가 이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지 못하면 무조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러 문장으로 여러 방면에서 우리의 장점을 알리고 싶지만 우리의 강점을 두드러지게 하려면 한 문장으로 줄여야 한다. 제일 중요한 과정이다. 나열하고 줄이고 나열하고 줄이는 것. 점점 두드러지는 것. 점점 뾰족해지는 것. 회사만, 브랜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같이 장점도 단점도 두드러지지 않는 사람들은 나만의 강점과 차별점을 키워내고 나머지는 보완할 생각 말고 평균값만 유지해주면 된다. 시간은 유한하다.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는 세상을 바꿀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곧 그 브랜드의 철학입니다. 브랜드의 철학은 우리 브랜드가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문제, 사회문제, 나아가 인간의 문제를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강력한 단서입니다. 브랜드의 철학이 부재하면 그 브랜드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브랜드인지를 쉽게 정의하지 못하게 됩니다. 질문은 현실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강민호
미니멀리즘은 당신의 삶에서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제거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김키미
브랜딩 방향 설정.
'성장이 먼저냐 매출이 먼저냐 마케팅이 먼저냐 브랜딩이 먼저냐' 하는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제쳐두고, 이 활동들을 포함하며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구축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할 때 브랜딩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여기서 체크.
내부에 브랜딩 구축 역할을 제대로 맡아줄 사람 또는 팀이 있는가?
대표가 브랜딩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 회사의 아이덴티티와 비전과 미션, 이미지 등이
브랜드 가이드 북 또는 내부 캠페인으로 잘 정리되었고 직원들과 공유되었는가?
이 과정이 브랜딩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선행되었다면 우리 브랜드를 정의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가 나와야 한다. 그 단어와 이미지에 맞게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와 콘텐츠를 통일한다. 예를 들면 현대카드는 그들의 단어를 선정한 뒤에 시각적 작업(이미지)을 분류하고 Grouping 하고 모든 면에서 현대카드'다움'을 찾는다. 네이버는 초록색 창만 봐도 네이버의 검색창이 생각나게끔 브랜드화했다. 반면에 뉴미디어 시장을 노린다면 콘텐츠로 '우리'를 나타내야 한다. 언제나 우리 브랜드 색을 써야 하며 우리 다운 폰트를 써야 하며 우리 다운 말투로 우리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나는 심지어 마케팅 대행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다. 마케팅 대행이라는 형체 없는 '서비스'를 콘텐츠로 표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톤으로 '동기부여'에 관한 모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회사에 따라 우리의 독보적인 스토리로 승부를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당장 형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일이 아니다.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떤 톤 앤 매너를 갖춰서 표현해 낼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앞으로의 방향이다.
애플은 전자기기 파는 회사였는데도 브랜딩에서 승리한 회사가 되었다. 전자기기는 모두 차갑고 무채색이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모든 제품을 디자인한다. 내가 애플 초창기 마케터였다면 로고 말고는 어떤 걸로 브랜드화시킬 수 있었을까? 그런데도 애플은 해냈다. 대표의 철학과 디자인 감각이 있었고 브랜딩에 대한 이해가 깊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과, 제품, CEO의 3개 차원이 동일한 이미지를 갖는 기업은 아마도 지구 상에서 애플밖에 없을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결정적 차이는 브랜드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네이버는 검색창을 브랜드화했지만, 다음은 네이버만큼 ‘검색’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드화하지 못했던 거라고 봐요.
- <배민다움> 중 김봉진 대표
브랜딩은 단어에서 시작한다.
-현대카드 CEO 정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