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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소남 Oct 07. 2019

가끔은 찬란해도 괜찮아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난해 6월 27일 밤(실은 새벽)은 아마 제 인생에서 잊기 힘든 순간일 겁니다. 

이날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1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손흥민 선수가 혼자 50m를 질주해 골을 넣어 2 : 0으로 승리한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삼겹살을 구워먹으며(실은 거의 태우며)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저와 그는 기어이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서로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식당을 나와 택시를 기다리면서도 우리는 축구 이야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가 뜬금없이 정색을 하고는 “이번에 정말 괜찮은 작품을 할 겁니다”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고 했습니다. 

아마 절반은 손흥민 때문이겠지만, 그는 정말 희열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로 배웅하는 그와 헤어져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괜찮은 작품은 과연 어떤 작품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거의 도착해서야 비로소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앗! 술값을 내가 냈네?”


Con.T의 이성모 대표가 ‘괜찮은 작품’이라면서도 (술만 얻어먹고) 끝끝내 제목을 알려주지 않았던 작품이 드디어 관객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대표의 ‘괜찮은 작품’이 까마중 작가의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찬차나)’라는 걸 알고는 ‘보는 눈은 다들 비슷하구나’ 싶었습니다. 

웹툰을 보는 내내 ‘연극으로 만들어진다면 참 좋겠다’ 싶었던 작품이었거든요. 그래서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웹툰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찬란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등과 어깨를 다독여줍니다. 

웃음과 눈물의 경계선을 비틀거리지만 꿋꿋이 걸어가는 작품입니다.

‘찬차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우리 주변의 누군가와 닮아 있습니다. 실은 ‘이건 난데?’하는 캐릭터도 있었습니다(누군지는 절대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만). 

평범한 청춘들이 서로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며 읏샤읏샤 성장해나가는 이야기가 마음의 벌어진 옷깃을 여며줍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지금 찬란합니까? 그렇다면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지금 찬란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박수를 보냅니다. 

이 한 편의 연극이 당신의 삶을 오래오래 응원하고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찬차나’가 관객 분들의 사랑을 잔뜩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뭐 우리 인생이 가끔은, 찬란해도 괜찮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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