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로미의 김정훈 Apr 03. 2024

끝까지 해보았는가?  

나는 날아올랐다 

"절벽 끝으로 오라."

"할 수 없어요. 두려워요."


"절벽 끝으로 오라."

"할 수 없어요. 떨어질 거예요!"


"절벽 끝으로 오라."


그래서 나는 갔고, 

그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었다. 


나는 날아올랐다. 


크리스토퍼 로그, <나는 날 수 있다>

유튜브 EO의 영상, <이것은 실패와 용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中 소개된 시




요 근래에 본 영상 중에 가장 인상 깊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 모든 의문을 한 번에 해소해 주었다. 아래의 세 구절은 인상 깊었던 대화다. 

영상 사진 출처: EO, 유튜브

“아, 또 전략의 문제인가. (…) 그 당시에 이두행 CPO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아 있는데, 사실 전략은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짰으면 웬만하면 괜찮은 전략일 거예요. 근데 이 전략을 끝까지 실행을 해봤는지를 한번 질문해봐야 하지 않느냐. (…)

성공하냐 마냐의 종이 한 장의 차이는 그 전략을 얼마나 촘촘히 실행을 해봤냐. 정말 디테일하게 실행을 해봤냐는 데서 갈리는 것 같은데 사실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래디쉬의 비즈니스 모델? 새로운 창조가 아니에요. 혁신도 아니고, 이미 한국에서 잘 되고 있던 ‘기다리면 무료’ 모델, 그리고 할리우드의 집단창작 시스템, 그리고 게임 산업에서 쓰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좀 낙후된 출판업계로 가져온 것뿐이거든요. 사실 베낄 수 있는 모델이고요. 베낄 수 없는 건 현재 우리 팀의 케미스트리, 실행력, 실행속도 이런 것들은 베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스토리, 더 나아가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너무 정체되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보는 동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군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우리 중대는 매 작전마다 초동조치훈련을 했다. 사이렌이 울리면 무장하고 차량 탑승하고 준비 완료까지 90초. 하지만 우리는 6분이 넘게 걸렸다.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처음엔 무작정 훈련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전략의 문제일까? 계속 전략을 토의해 봤지만 더 뾰족한 수는 없었다. 전략이라 해봤자 '빨리 움직여서, 빨리 준비해서, 빨리 타라.'가 전부였다. 


처음엔 90초가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불가능한 이유는 얼마든지 댈 수 있었다. 소초의 구조, ‘무장하는데만 90초가 넘게 걸릴 것이다.' , ‘이미 최대 속도다’ 등등의 수많은 핑계.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며 중대원들은 모두 답답해했다. '이거 90초 절대 안 된다니까.' 


하지만 계속했다. 나중에는 정말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촘촘하게 단계로 나눠서, 하나씩 했다. 전략은 그대로지만, 말 그대로 전략을 어디까지 해봤냐는 생각까지 닿은 것이다. 정주영 회장의 정신처럼 ‘더 하려야 더 할 게 없는 마지막까지의 최선’을 다했다. 나중엔 휴가에 나가서 사이렌과 비슷한 데시벨이나 느낌의 소리만 들려도 온몸이 반응할 정도였다. 뭔가 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여느 때처럼 훈련이 갑자기 시작됐다. 이전과 다른 느낌이었다. 그 누구도 정신이 없지 않았다. 침착했지만, 빨랐다. 중간에 뚝딱대는 것도 없었다. 모든 게 물 흐르듯 흘러갔다. 결과는 88초. 놀라웠다. 모두가 놀랐다. 불가능한 목표라 생각했는데, 됐다. 그 뒤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70초대에 준비가 끝났다. 나는 그때 디테일한 전략과 실행의 힘을 느꼈다. 말 그대로 ‘얼마나 디테일하게 끝까지 해봤느냐’는 매직.

'인스타그램 잘하는 법’, '행복하게 사는 법', '글 잘 쓰는 법' 등등의 전략과 원칙, 성공법은 차고 넘친다. 요즘은 근데 그 전략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뭐가 부족할까. 답이 떠올랐다. 나는 전략을 촘촘히, 끝까지 실행해 보지 않았다. 전략을 알았으니, '그럼 그렇지, 다 아는 거네, 이미 해본 거야'라고 생각만 했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끝까지 해본 적은 없었다. 


다른 사람의 전략은 베낄 수 있다. 하지만 전략을 얼마나 끝까지 실행해 봤냐는 '실행력'과 '절박함'은 베낄 수 없다. 이래서 책을 많이 보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그 책에서 배운 것을 어디까지 해봤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짧은 영상을 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내가 알고 있는 ‘끝까지 하면 된다’ 매직과 촘촘한 실행의 힘을 다시 되살려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작가의 이전글 목표는 왜 구식이 되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