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며,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6살의 안식년

by 보로미의 김정훈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 Ed batista




오랜만에 반 고흐의 편지를 읽으며 위로받는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그렇다.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길의 끝이 어디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바보 같은 질문이다.



"나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 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생각을 다듬어감에 따라 그리고 덧없이 지나가는 최초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명확해질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취되는 것이 아닐까."



내 선택이 어디까지 날 끌고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초벌 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면서 우리는 그림에 애정과 책임감을 가진다. 그때 비로소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는 날이 온다.




친구들이 종종 나에게 책 고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서점에 책이 너무 많아서 뭘 살지 고민하다가 결국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그럴 때 나는 일단 제목이 끌리는 아무 책이나 사보라고 조언한다. 일단 책을 읽어봐야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 이야기를 곁들인다.



내가 군대에서 처음 읽은 책은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였다. 왜 하필 이 책이었을까? 인생이 썼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였다. 과연 이게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모른다. 나는 지금 그 책의 어떠한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 책이 별로였다는 게 아니다. 너무 좋아서 쓸쓸한 인생에 자그마한 위로를 얻기도 했다. 다만 내가 좋아라 읽을 법한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책으로 시작한 나의 독서 인생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는 결국 올바른 선택이 되었다. 그 책을 읽은 뒤로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인문학, 심리학, 철학, 자기계발, 영성 등의 분야가 재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그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될 때까지 나는 100권은 더 읽어야 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르다가 시간을 다 버렸다면 아마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는 뭔가 재미없을 거 같더라고. 아마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을 거야.’하며 혀를 끌끌 찼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 책에 잔잔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남들은 모두 의미 없다고 말하는 군생활은 어땠을까? 나는 면접을 봐야만 갈 수 있는 부대에 면접 기회를 받았고, 나는 기왕 하는 군생활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후회 없는 군생활을 보냈다.



아직 군생활에 미쳐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미쳐보기로 했다. 단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 단 하루도 책을 읽지 않고 건너뛴 날은 없었다. 불만과 분노가 가득한 내 성격을 뜯어고치기 위해 스토아철학을 공부하고 내 인생에 적용했다. 신경가소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책에서 배운 걸 열심히 써먹었다. 휴가에 나갈 때마다 친구들이 변했다며 놀라곤 했다. 나는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내 군생활은 '전역 이후에야' 올바른 것이 되었다.



지금까지 내 삶의 시행착오는 모두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노력'에서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노력'으로의 전환>이었다. 고등학생 때도 그러했고, 진로에서도 그러하고, 감정과 마음공부에서도 그러했다. 내 글을 읽고 나와 같은 실수를 하며 산송장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진실을 마주했으면 한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 Ed batista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볼까 한다. 나의 안식년은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모른다. 하지만 알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질문을 멈추고 지금부터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 전념하는 것이다. 훗날 그때의 안식년이 지금의 날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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