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돈키호테>

26살의 안식년

by 보로미의 김정훈

안식년을 시작할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는 이 시기를 'YOLO'하게 보내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보낸다는 말이 'YOLO'를 하자는 말은 아니다.



'YOLO'라는 단어는 미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때 주로 사용된다. '뭐 어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지만 피트 데이비스의 <전념>에 따르면 'YOLO'의 시작은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



"그레이트풀 데드의 드럼 연주자 미키 하트는 '욜로'라는 단어를 대중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1990년대 초 그는 캘리포니아 소노마에 있는 목장에 '욜로 목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왜냐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목장 구매가 말도 안 되는 결정이었지만, '뭐 어때 한 번 사는 인생인데'라는 생각으로 구매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목장은 하트가 그곳에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목장 안에 크게 녹음 스튜디오를 짓고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을 모았다. 오랜 친구들과 새로운 친구들을 초대했다. 어느새 목장은 음악과 공동체의 중심이 됐다. 결국, 하트의 목장이 뜻하는 '욜로'는 헌신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헌신 안으로 뛰어들라는 메시지를 담게 됐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니(You Only Live Once) 깊이 파고드는 것이 낫다.



한 번 하는 안식년, 우리는 깊이 파고들면서 관계성과 열정을 '만들어내야 한다.'



사람들을 말한다.



'나도 미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도 무언가에 깊이 푹 빠져보고 싶어.'



나에게는 왜 미칠 수 있는 한 가지가 없는가? 모순적이게도 아직 미쳐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왜 깊이 빠질 무언가가 없는가? 역설적이게도 아직 깊이 빠져본 적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한 고민 중 하나는 '휴학을 할까? 말까?'였다. 휴학을 고민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쉬고 싶어서'이며, 하나는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휴학을 선택하지 않은 친구들의 주된 이유는 '계획 없음'이었다. 막상 휴학을 했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시간이 아까울 것 같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삶은 관계 맺음이다. 내가 장미에게 쏟은 시간이 나의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법이다. 친구들은 휴학을 해서 아주 사소해 보이는 관심사에 깊이 파고들었어야 했다. 계획은 나중에 깊이 파고들수록 생기는 법이기에.



그럼 우리는 한 가지 걱정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어떻게 깊이 파고들 수 있는가. 도저히 미쳐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데. 그들에게 나는 돈키호테를 선물하고 싶다.



그런 짓을 한 기사들은요, 그런 바보짓이나 고행을 할 이유가 있었거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나리께서는 일부러 그렇게 미쳐야 할 이유가 있나요? 어느 귀부인이 나리를 멸시했나요? 아니면 둘시네아 델 토보소 님이 무어인이나 혹은 기독교인하고 무슨 유치한 장난이라도 했다는 증거라도 잡으셨나요?


바로 그거야. 그게 내 일의 절묘한 점이네. 편력 기사가 이유가 있어서 미친다면 감사할 일이 뭐가 있겠나. 핵심은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미치는 데 있는 것이야. 내 귀부인으로 하여금, 아무런 이유도 동기도 없는데 저만한 일을 하시는 분이니 무슨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어떤 일을 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거지.

-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中



핵심은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미치는 데 있는 것이다. 무언가에 미쳐보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껏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에만 갖은 애를 쓰고 삶은 미뤄두었다면, 이제 아무런 이유도 동기도 없이 미쳐보라. 무엇에 미쳐야 할지 모르겠다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일다 미쳐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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