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의 안식년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 Osho
이 글은 처절한 고백이 될 것 같다.
2024년, 대학교 졸업을 앞둔 나는 안식년을 보내기로 했다. 1년 동안 하고 싶은 일만 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게 술술 풀릴 것만 같았다. 안식년을 보내기 전 간단한 의식도 잊지 않았다.
새해에 가장 먼저 듣는 노래 가사처럼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는 미신처럼, 나는 2023년 12월 31일 저녁에 이번 연도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중 한 권을 골라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나온 구절대로 한 해를 살아갈 거란 믿음이 있었다.
나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아니타 무르자니의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를 선택했다. 그리고 무작위로 펼친 페이지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마음속으로 이처럼 흥분되고 뭔가 커다란 모험이 펼쳐지기 직전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일이 펼쳐지게 하려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애써야’ 한다는 느낌은 여전히 들지 않았다. 난 그저 내 자신이면 되었다. 두려움 없이! 그것은 곧 내가 사랑의 도구가 되게끔 나를 허락하는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마침 이 구절이 나올 수가 있지!" 하며 2024년 일기 맨 앞 페이지에 필사했다. 이번 안식년에 정말 뭐라도 일이 생기나 보다 싶었다. 다시 한번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선언을 한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2024년이 두 달도 채 안 남은 시점에 나는 어떻게 되었는가?
하늘을 날 것처럼 호기롭던 나는 오히려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내겠다며 큰소리치던 나는 정작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절망 속에 1년을 허비했다. 모든 게 처음으로 돌아간 듯했다.
나는 매일 불안에 빠져 살았고 과거를 그리워했다. 얼른 뭐라도 이뤄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습관처럼 찾아왔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또 뭘 해야 하지' 걱정했다. 결국 핸드폰만 보다가 하루를 다 보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도저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미쳐버릴 거 같았다.
당찬 자신감과 함께 시작한 그 청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정말 멋진 1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8월쯤부터 실패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내 지난 안식년을 되돌아보며 나는 평생 해온 실수를 한 가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