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26살의 안식년

by 보로미의 김정훈

만약 "너는 그림을 그릴 능력이 없어"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때는 반드시 그림을 그려라.

그러면 목소리는 잠잠해질 것이다.

- 빈센트 반 고흐



2024년을 시작하면서 결심했다.

"이번연도는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할 거야."



당찬 결심이 무색하게 나는 얼마 가지 않아 방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6년간 열심히 공부한 주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5월쯤 되었을 때, 문득 그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확신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에 시달렸다.



'근데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나?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시작했는데, 내가 뭘 하려고 했지?'



그때부터 몇 개월을 흘려보냈다. 매일 '내가 이러려고 안식년을 선택한 게 아닌데, 지금이라도 그만해야하나?' 하는 의심과 공허함이 나를 재촉했다. 끊임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물었고, 자괴감에 몸부림쳤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안식년이었는데, 내내 삶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도저히 이 문제를 잘 풀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때, 반 고흐의 문장이 떠올랐다. 그의 조언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만약 '너는 글을 쓸 능력이 없어'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때는 반드시 글을 써라. 그러면 목소리는 잠잠해질 것이다. 이번 고백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항상 나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한 글을 쓰곤 했다. 쓰지 않으면 미쳐버릴 거 같아서 썼다. 그래서 내 글은 언제나 처절한 고백이다. 그래서일까? '글쓰기' 자체가 나에겐 살아있음이자 천국이고, 지상낙원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고민하지 않을 때, 내 내면의 목소리가 잠잠해질 때, 내가 유일하게 살아있음을 느낄 때는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지난 1년을 회고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마구마구 인용해 가며. 마치 내 글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인용해 버릴 작정이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를 마구마구 오마주 하는 것처럼, 나도 내가 사랑하는 책과 글을 마구 마구 인용해버릴 작정이다. 지체할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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