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의 안식년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 Ed batista
안식년을 돌아보면서 대체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 고민했다. 가만히 앉아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머릿속으로 계속 떠올렸다. 그리고 나는 문장을 찾았다.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때 가장 완벽한 미래에 가까워질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이 있다. 이는 정답이 정해진 퀴즈를 푸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미래가 이미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 우리가 헌신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된다.
- <전념>, 피트 데이비스 中
예전부터 그랬다. 나는 '성공하는 법'을 찾는데만 몇 년을 썼다. 정작 하는 건 없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만 했다. 그러니까 수많은 선택지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올바른가'만 고민했다. 그리고 마치 선택만 하면 그런 미래가 찾아오리라 믿었다.
20살이 되기 전 우리는 정답이 정해진 퀴즈만 푼다. 다섯 가지 선택지 중에 정답을 선택하면 합격이었다. 그리고 뭘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좋은 대학교'가 곧 가장 완벽한 미래에 가까워질 수 있는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스무 살이 되자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책벌레에게 발레를 시켰을 때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우리도 경험의 압박을 대비하지 못한 상태로 성인이 된다”
- 데이비드 시버리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다는 게, 뭐든 해도 좋다는 말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받아들이기에, 정답이 없다는 말은 내가 '정답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런 입시생활 속에서도 직접 정답을 만들어가는 연습을 해본 적이 있다. 시간은 거슬러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광적으로 집중한 분야는 공부법이었다. 공부가 아니다. '공부법'이었다. 시험공부보다 공부법을 공부하는 게 더 재밌었다. 하지만 공부법만 공부한다고 성적이 올라가진 않는다.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걸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그니까, 올바른 선택, 즉 완벽한 공부법을 발견할 때까지 달려 나갔다. 다른 말로,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공부법이라고 해서 써봤는데도 영 성적이 늘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단 내 공부법이 아니었다. 사람마다 맞는 공부법이 다른데, 나는 항상 공부법에서 나를 빼두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만든 공부법이 아니기 때문에 효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사실 이게 결정적인데, 나는 매사에 '이 공부법은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나?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겠지?' 하며 노심초사했다. 그러면서 공부는 별로 하지도 않았다. 이보다 바보 같은 일이 어디 있을까.
결국 나는 고등학교 3학년 3월 어느 날, 학교 책상에 앉아 선언했다. 지금껏 배운 모든 공부법을 버리겠다. 다시 무식하게 가보자. 내 공부법을 찾을 때까지 뒤도 돌아보지 말자. 그때는 몰랐지만, 이 선언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노력에서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대전환의 선언이었다.
그전까지 3년 동안 아무리 공부법을 공부해도 내 공부법을 찾지 못했었는데 노력의 방향을 바꾸자 수능이 약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드디어 "나의" 공부법을 찾았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 이제야 알 거 같다. 이 공부법으로 1년만 더 공부하면 정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텐데.'
통탄스러웠다. 다행히 나는 운 좋게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건 절대 내 공부법 덕분이 아니었다. 나는 결국 수능(정시)이 아닌 논술로 합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깨닫지 않고, 중학교 3학년부터 해왔다면 분명히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리라 확신한다. 여하튼,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 선택을 정답으로 만드는 연습을 시작했다.
사실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대학교를 선택한다고 입학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정할 시간에 공부를 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이 문장은 계속해서 나올 예정이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자.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말자.
- <슈독>, 필 나이트 (나이키 창업자의 자서전) 中
우리는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할지 깊이 생각하느라 발을 떼지 못한다. 그러니 이 문장이야말로 단순하기 짝이 없는 진리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내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깊이 생각하지 말자.' 그저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될 때까지 멈추지 말자는 결심 하나면 충분하다.
“행복은 기본적으로 전심전력을 다해서 아무런 미련이나 후회도 없이 오로지 한 곳만을 향해서 가고 있는 상태다.”
-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中
만일 당신이 정말 행복하고 싶다면, 불만 가득한 삶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행복을 스스로 쟁취하라. 그만 선택하라. 그만 질문하라. 아무런 미련이나 후회도 없이 오로지 한 곳만을 향해서 헌신하라. 멈추지 않고 계속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