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낡은

by 고니

낡은



무너진 공간을

칠하고

칠하고

또 칠한다


부서지는 것들을

간신히 붙잡고

놓치지 않았다

여기던 때가 있었다


다 스러진 것이

무에 그리 예쁘다고

공들여 붓질했다


사람 온기 없는 집은

금세 삭아 없어지는 법


예정된 소멸에


지층을 울리는

뒤늦은 후회와 자괴감이

남은 기둥마저 무너뜨린다


펄떡이던 영원은

지리멸렬한 순간으로

낯을 바꾼다


갇혀버린 시간이

그늘 한켠에 자리하고선

그땐 그랬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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