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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y Dec 26. 2018

스리랑카에서는 뭘 먹을까?

우리가 모르는 나라 이야기

스리랑카 사람들은 뭘 먹을까? 


스리랑카 사람들의 소울푸드는 카레다.  하지만 한 학기를 사는 동안 종종 음식을 해주었던 인도인 룸메이트의 카레와 비교하면 맛이 조금 다르다. 스리랑카는 종교적 신념이 강한 나라다. 특이하게도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등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데 각자의 교리에 충실하다. 그래서 소나 돼지고기 요리가 없는 식당이 꽤 있다. 닭요리는 아주 많다. 종교의 신들께서 아마 닭요리는 정말 좋아하셨나보다.





스리랑카의 집밥


여행을 다니면서 숙소 주인의 집밥을 먹을 수 있었다. 스리랑카에서 여러 식당을 가보았지만 숙소 주인께서 차려준 밥이 가장 맛있었다.


가장 맛있었던 건 누와라엘리야 숙소에서 먹은 저녁이었다. 한적한 동네의 예쁜 2층 집에서 먹은 현지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작은 2층 집이었던 숙소
숙소의 텃밭과 마을 모습
조금 나와서 본 마을


정말 아름다운 동네였다. 집은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고지대에 위치한 곳이라서 선선하고 쾌적했다. 동네가 산 속이라 시끄럽지도 않았다. 숙소때문에 온 곳이었지만 숙소에 온 것 자체가 관광이고 힐링이었다. 아저씨는 나에게 배고프냐고 물었고, 짐을 풀고 내려오니 저녁을 차려주었다. 이 집에는 행동이 정말 자유로운 고양이가 있었는데 낮에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니 새벽에는 우리 방에 들어와 이층침대 이쪽 저쪽을 뛰어다니더니 내 다리를 배고 잤다.


아저씨가 차려주신 저녁. 밥에 반찬과 카레를 모두 섞어 먹는다. 한국의 비빔밥에서 고추장 대신 카레를 넣는 느낌이었다.



시기리야의 숙소에서 먹은 음식도 맛있었다. 시기리야는 정말 큰 바위 위에 궁전이 있는 동네인데, 주변에 작은 숙소들이 있다. 내가 간 곳도 그 중 하나였다.




밤에 먹은 저녁. 받침대로 쓰는 나무토막이 예뻤다



예쁘게 먹진 않았다.



시기리야에서 혼자 관광하다가 중국에서 온 분들과 친해졌다. 숙소를 잡지 않았다길레 내 숙소로 데려왔다. 놀러 나간 손님이 돌아오는 길에 고객을 유치해오니 숙소 주인과 아내분이 정말 날 좋아했다. 황금알은 아니고 손님을 낳는 거위 정도는 된 거 같다.


숙소는 아담하고 좋았다. 깔끔하진 않았지만 시골 민박집 같은 분위기가 좋았다. 앉아서 밥을 먹다보면 개, 닭, 원숭이가 지나갔다.


시기리야 숙소 식사공간






캔디 숙소는 내가 묵은 곳 중에 가장 좋았다. 조식을 먹는 옥상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전망이 아주 좋았고 주인께서 직접 토스트와 오믈렛 등등을 해서 주셨다. 홍차도 맛있게 마셨다. 아래에 계란말이처럼 보이는 음식은 스리랑카에서 자주 먹는 아침인 것 같았다. 밀가루로 만든 피 안에 갈색 설탕인듯한 단 것들을 넣어서 먹는 음식이었다. 정말 맛있었고 달아서 많이 먹기는 힘들었다.



겉은 밀가루로 만든 것 같았고 속에는 설탕같은 단 것이 들어있었다. 아침에 먹었는데 정말 달고 맛있었다.



미리사에서 먹은 집밥은 조식이었다. 다른 곳에서 먹은 집밥과는 맛이 많이 달랐다. 남부 해안가에 위치해서 음식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집에서 만들었다는 요거트 같은 음식 그 뒤로 보이는 생선카레요리, 그 뒤엔 카레를 묻힌 콩으로 기억한다.
나는 먹다가 사진을 찍는 버릇이 있다. 아마 중간에 소면처럼 보이는 걸 카레 등등과 섞어서 먹었다.






스리랑카의 외식


콜롬보에서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곳의 식당은 간판이 있는 식당과 없는 식당으로 나뉜다. 간판이 없는 식당은 코카콜라나 펩시 광고가 간판을 대신하는데 우리 돈으로 1000원 정도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스리랑카 사람들이 주로 먹는 식당인데, 도전할 용기가 없어서 먹어보진 못했다. 나는 간판이 있는 식당을 갔고 주로 중식이나 일식을 먹었다. 공통점은 내가 한국에서 먹은 중식이나 일식과 맛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훨씬 짜다는 것이다.


스리랑카식 카레밥. 닭다리가 통째로 들어가있었고 맛있었다.


스리랑카에서 먹은 카레&야채 밥은 언제나 맛있었다.


해산물 식당 조개요리
파스타, 홍합요리, 생선요리, 밥



콜롬보에는 일식집이 꽤 많은데 공통점은 모두 짜게 만든다는 것이다. 너무 짜서 나는 물을 정말 많이 먹어야 했다. 맛있긴 했다. 고기보다는 닭요리가 더 많고 닭요리를 더 잘한다.



자주 갔던 일식집 음식. 양이 많고 짜다. 엄청 짜다.
한 번 가본 일식집. 쪼금 덜 짰다.


쌀국수집을 하나 알게 되어서 자주 갔는데 정말 맛있었다. 특히 국물이 깊고 진하지만 느끼하지 않았다. 외할머니의 옻백숙에 빗댈만 했다.



아주아주 자주 간 베트남 음식집. 쌀국수의 국물이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옻백숙만큼 깊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비주얼인 데빌스 치킨은 스리랑카식 양념치킨이라고 보아도 된다. 튀기진 않고 구운 것 같았다. 토마토 소스를 베이스로 한 것 같았고 아주 쪼금 매웠다. 닭과 양념이니 맛이 없기가 쉽지 않은 조합이기도 하다.


데빌스치킨. 양념치킨이다. 튀긴 건 아닌 것 같았고 구운 닭에 양념을 바른 것 같았다. 정말 맛있었다.
같이 먹은 다른 음식들
이름 까먹었다. 쫀득해서 소스와 잘 어울렸다.


데빌스 치킨은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거의 좋아할 것 같다. 치킨과 맛이 비슷하고 양념도 그렇게 강하지 않다. 야채와도 잘 어울리고 사람들은 맥주와 먹는 걸 많이 봤는데 나는 사이다랑 정말 맛있게 먹었다.


캔디에서 먹은 데빌스치킨. 순살버전인거 같다. 조금 다르지만 맛있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미리사에서 먹은 볶음 음식


미리사에서 만나서 같이 놀았던 세르비아 형제들이랑 콜롬보에서 밥을 먹었다. 형제들이 아는 중국집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한국에서 먹은 중국집들보다 더 맛있었다. 볶음면 외에도 무언갈 먹은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세르비아 형제들과 중식당에서 먹은 볶음면
볶음면 2


볶음면 3. 아니 이렇게 볶음면을 많이 먹었나?


볶음면 3은 정말 맛있었다. 한국에 와서도 종종 생각나는 맛이다. 야채들과 기름, 면이 아주 잘 어울렸다.



분위기 좋은 집에서 먹은 소고기스튜?


콜롬보 시내에서 먹은 볶음밥. 1인분인데 포장해서 3끼 먹었다.


내가 사먹은 음식중 가장 현지스러운 음식은 이름은 모르지만 큰 잎 안에 들어있는 밥과 닭고기, 여러 야채와 향신료가 조합된 음식이었다. 식당에서 포장할 때 보고는 사실 담양이나 전주 등에서 먹은 연잎밥이나 대통밥을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 입에 맞진 않았다. 향이 너무 강하고 짰다.


연잎밥을 상상하고 먹었는데 전혀 다른 맛을 내는 밥. 나에겐 맛이 너무 강했다


스리랑카에서 먹은 가장 비싼 음식은 프랑스 음식이었다. 혼자 들어가서 먹으니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았다. 직원들은 굉장히 상냥했다. 나는 손님으로서 대접받는 것에 그닥 익숙하지 않아했고 불편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식당에서 받는 서비스를 음식만큼이나 중시하게 되었다. 내가 먹은 건 닭가슴살 안에 견과류 등등을 넣고 요리한 음식이었다. 소스와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갔던 곳 중 가장 좋은 식당. 프랑스 요리 식당이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닭가슴살 안에 견과류와 양념들을 넣고 요리한 음식이었다. 소스와 정말 잘 어울렸다







스리랑카의 간식


스리랑카에서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등을 먹어봤다. 과자는 남아있는 사진이 없다. 스리랑카의 맥주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맛있다. 나는 주량이 미미한 사람이라서 한 병을 다 먹진 못 했지만 맛있었다.


오렌지맛 아이스크림. 바나나는 아주 흔한 음식이라 어디서든  낱개로도 판다


캔디에서 아주 유명한 카페에 갔다. 웨이팅도 하고 자리에 앉아서 아보카도와 바나나, 견과류 스무디라고 적힌 걸 시켰다. 빨대 꽂아서 빨아먹는 스무디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접시가 나왔다. 수저와 함께!!! 여긴 이렇게 스무디를 시리얼처럼 떠먹는 걸로 생각하는 것 같다. 스리랑카인이 한국 카페에 와서 스무디를 주문하고 받으면 나만큼이나 당황할 거 같다.


코코넛. 상상만큼 맛있진 않았다



샌드위치. 나는 한국형 샌드위치가 더 좋았다




마트에서 과일을 사먹어봤다. 이곳은 본토 과일이 정말 싸다. 파파야는 내가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과일이었는데 내가 아는 모든 과일 중 제일 맛있었다. 중간에 있는 동그란 초록색 공은 구아바인데 내가 아는 구아바는 옛날 초등학생 때 TV 광고에서 가수 김C가 야자수 밑에 앉아 부르는 노래에서 밖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망고랑 비슷한 맛인 줄 알고 먹었는데 무와 사과를 섞어 만든 것 같았다.


라이언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유럽의 맥주에 비길만 했지만 맛은 전혀 달랐다. 황금색 사자가 그려진 병도 멋있다.





벨기에에서 한 학기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적이 있다. 그때 11개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걸 보고 느꼈는데 음식은 많이 접하지 못했다. 혼자 다니느라 화기애애한 식당에 들어가 주문하기가 정말 어려웠고 어색했다. 게다가 당시 나에겐 음식은 그냥 배를 채우는 것이거나 단지 맛있고 맛있지 않은 것으로 나뉘어지는 것이었다. 음식에 대한 큰 애정이 없는데다가 나는 어딜가든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싶었기에 음식을 먹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유럽은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 정말 비싸서 경비를 아끼고 싶은 마음에 샌드위치나 케밥같이 길거리 음식이나 싸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조식이 있는 호스텔에 가서 조식을 많이 먹기도 했다.


스리랑카에 와서 음식과 그 공간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여행지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음식이 있다. 그 음식을 먹는 것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현지의 음식을 먹지 않는 건 눈, 귀, 코는 했지만 입으로는 하지 못한 여행이다. 그래서 아주 비싸고 좋은 것은 아니더라도 식사를 꼭 사먹었다. 여행 중에 음식에 대한 생각이 바뀌니 내 행동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 되돌아보면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만큼 먹은 것, 먹으면서 든 기분들도 많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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