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곤잘레스 파파 Jan 04. 2022

[마흔에세이 6] 반성문

오해와 이해의 인간관계로부터

정년을 보름 남긴 선배와

점심을 먹었다.


연말 기부방송의 메인 연출을 으로

87년 입사 후

35년간 동고동락한 회사와

아쉬운 작별을 하는

마지막 인사 자리였다.


회사를 11년 다녔지만

이번 기회로 처음 뵌 선배.


아들 뻘 될만한

까마득한 후배에게

존경과 배려 어린 조언을 해주셨다.


"신나게 현장에서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퇴직 문턱을 밟는군

내 35년 PD인생에 최고의 호흡이었어"


요즘 젊은 기수 후배들과 같이 일할 기회가

드물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가 많았다고.


나름 젊은 기수에 속하는 나도

고참 선배들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꽤

많았던 것 같다.


퇴직을 앞둔 선배와의 마지막 방송


방송쟁이로 지나온 일의 굴곡 속에

좋았던 기억만은 어딨겠냐만.

나도 퇴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 서면,

선배처럼

회한보단 보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름이 알려질 만큼 대작 한 편은 못 만들었는데

그래도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줄 방송은

꽤 했던 것 같아 아쉬움은 적네 "


PD인생 호흡을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길게 봐!


10년 차 지나고, 마흔에 들어서니

조급증이 생기기 시작했던 요즘이다.

방송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마당에

회사와 일에 대한 회의감이 큰 요즘이다.


세대 간 소통이 필요한 주제와 아이템을

여러 번 기획해놓고

정작 MZ세대와 386세대에 대한

구분 짓기와 불신감마저 팽배한

아이러니도 컸다.


나부터 노력해야 되는데

먼저 손을 내미는 실천보다

뒤로 불만만 가득했던

나를 반성한다.


오늘 점심은

그래서 꽤 의미가 컸다.


아. 무. 것. 도.

서둘지 말자!

의미 있는 일은

자연스럽게

실천하면 된다.


의례적인 소통보다

마음서 우러나오는 소통.


그게 소싯적

나의 많지 않은 장점이었는데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아야지.


오늘,

새로운 사무실이 생겨

짐을 옮기는데

10년 젊은 후배가 포스트잇에

예쁜 손글씨를 적어 붙여둔

녹차 한 팩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눈물 났다.


그래!

나부터 이해하고,

달라져야겠다.


마흔 즈음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