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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Dec 31. 2021

[마흔에세이 5] 대화가 필요해

MZ세대도 아니고, 386세대도 아닌 낀 세대

양주의 한 중학교에 강연을 다녀왔다.


방송국 PD가 하는 일이 뭐라고

학기말 진로탐구 과정에 종종 부탁을 받곤 한다.

가장 파릇파릇한 1년 차 때부터

중간에 낀 세대가 된 11년 차까지

격년에 한 번 꼴로는 초중고, 대학생들을

짧은 강연으로 만나곤 했다.


달라진 풍경, 비대면 화상 수업


오랜만에 만난 학생들은

예년에 봤던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일단 물리적인 장애가 컸다.

페이스 투 페이스, 얼굴을 보고 익숙해진 상태에서

피드백도 봐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될 텐데

다들 마스크로 반쯤 얼굴을 가린 상태라

잘 알아듣고 있는지,

어떤 이야깃거리에 반짝이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참 어려웠다.

거의 수업종료 30분 남겨놓고

그런 분위기를 파악하곤 한다.


게다가

안 그래도 강연자로서 부족한 작은 목소리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더 전달력이 떨어져

말을 할 때마다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다.


차라리 비대면 화상수업으로 하는 게

훨씬 서로에게 나을지도.



물리적인 장애를 넘어

기존에 만났던 학생들과 또 다르다고 생각했던 건

(물론 특정 학교 학생들이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약간은,

미래에 대한 낙관보다는 비관.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보다는 순응.

일부는, 현실에 대한 비관론도 엿보였다.


방송사는 이미 헌 물이라

이 아이들이 취직 전선에 들어가는

10년 뒤 환경은 어찌 될지 모르겠고,


트렌드는 10년이면 상전벽해라

그때는 지금의 유튜브와 OTT 대세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겠고.

인간관계와 시스템도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진로탐구라기보다는

아이들의 진로를 걱정해주는 시간이었다.


요즘 MZ세대라 불리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그 세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무너져버린 일상

무너져버린 시스템

무너져버린 공교육까지.

코로나19가 그렇게 만든 걸까?


그래서 몇몇 트렌드 책을 훑어봤다.

그런데 코로나가 만든 세대라기에는

뭔가 불행한 느낌이다.


넘쳐나는 트렌드 2022


요즘은

하도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바람에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202X 시리즈도

이미 한물 지나버린 유행이

새해의 트렌드라 소개되기도 한다.

트렌드 연구는 이미 지나버린 해에

선행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MZ세대건 코로나 세대건

구분짓기 좋아하는 한국 사회에서

명명 짓는 그 어떤 세대 간 흐름 속에서

점점 더 상호 간 대화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뭘까?


물론, 비대면에 익숙해진

모바일 환경이 만든 톡 문화가 한몫을 했고,

사생활 자기자랑

관종을 보여주고 즐기는 SNS가 두 몫을 했고,

코로나로 아예 대면 만남이

금기시되어버린  

각자도생의 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군다나

세대 간을 아우르는 소통의 주체.

즉, 제대로 된 어른이 없는 것과

자신이 꼰대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아집과

위기 속에 쉽게 붕괴된 시스템 자체가

결국 상호 간의 불신을 낳았고

각자 개별의 생존의 아우성만 난무하는

그런 소통 부재의 시대를 만들어버린 듯하다.




내 나이 사십 대에

꼭 도전해보고 싶은 연구과제가 생겼다.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일관되게

상호 유대감을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


그게 10년 뒤든.

강산이 변하고 나라가 변하든.

통할 수 있는 그런 주제.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같이 사는 방법.


이상적인 휴머니즘 말고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리얼리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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