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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Dec 30. 2021

[마흔에세이 4] 한 번쯤 멈출 수밖에

'멈춤'이라는 이름의 사치와 미학

"한 번쯤 멈출 수밖에"


지난 추석에 방영했던 로드다큐 <한 번쯤 멈출 수밖에>


벌써 환갑을 바라보는 두 절친이 여행을 떠난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껏 40년간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가수와 아나운서.

이선희 씨와 이금희 씨가 주인공이다.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구성은 느렸지만,

아름다웠다.


멋진 산천의 풍경에

아름다운 노랫가락에

구수한 이야깃거리에  

절친이 된 국민가수와 국민MC가

나란히 여행을 떠난다는

참 멋진 기획이었다.


방송을 보면서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한 번쯤 멈출 수밖에"


여행 한 번 같이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누구보다 바쁜 청춘을 살았을 두 주인공은

방송 덕분(?)인지 모르지만,

방송에서 참 편하게 여행을 떠났다.


갈등도 긴장도 전혀 없는 서사였지만

맞듯 안 맞듯, 둘이 보여준 케미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줬고,

멋진 풍경과 아름다운 목소리는

색다른 호강을 선사했다.




오늘은 그 둘을

영광스럽게도 인터뷰룸에서 직접 뵀다.


선배가 기획한 프로라서

잠깐 도와주러 간 인터뷰에서

늘 존경하던 분들을 뵈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수 이선희 님과 MC 이금희 님



여유가 넘쳤다랄까.

누구든 카메라 앞에 서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또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비칠지

긴장하기 마련이었지만

이 날 인터뷰는 보는 내내 참 여유로웠다.


"나이가 고맙죠. 서로의 다름도

이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나이"

"젊을 때는 시간에 쫓겨 다녔던 여행이었는데,

이젠 서둘러 갈 필요도, 그냥 밤바다 바라보며

말없이 지긋이 생각에 잠기는 것도.

그런 멈춤의 시간이 제 인생에 참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연륜이 묻어났다.

한 번도 멈춤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갓 마흔에 접어든 나이라 그런 걸까.




젊은 날 일찍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퇴사를 꿈꾸는 파이어족이란

단어가 한참 인기를 끌었다.


누구나 꿈꾸는 삶이지만

경제적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바쁜 삶 속에서

바쁘게 촬영장에서 일을 하고

밤낮없이 편집을 하며 시간에 쫓겨 가는

그런 PD 삶 속에서

멈춤이란 내게도 사치에 불과했으니까.


10년 차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

기획 하나도 못 하면서

내 이름 걸고 뜻있는 프로그램

하나도 못 만들면서

'멈춤'이란 사치를 생각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이를 불문하고,

마흔의 나이에도 가끔은

'멈춤'이라는 미학을

사치 부려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짧은 우리네 인생사이기에.


우리도

"한 번쯤 멈출 수밖에"


하루도 한달도 일년도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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