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가 자취방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그녀의 죽음에는 수상한 점들이 있었고, 서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가 절대 자살한 것이 아닐거라 확신한다. 그녀를 죽인 진범을 찾기위해 함께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모여 그녀의 죽음을 파헤친다. 그 친구들 사이에는 훗날 형사가 될 '가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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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라는 단어는 끝과 시작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단어다. 익숙한 것들을 떠나야 하는 끝이지만, 동시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시작이기도 하다. 단순히 성취의 결과로 맞이하는 끝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끝이라는 점에서 더 막막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묘한 설렘도 공존한다.
우리는 학창 시절 몇 번의 졸업을 경험하지만, 대학생에게 있어 졸업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축 공모전을 열었고, 수상자였던 졸업 학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에게 ‘졸업을 앞둔 기분이 어떤가요?’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들은 하나같이 ‘끝’보다는 ‘시작’에 대한 두려움에 가까웠다. 이전까지의 졸업은 어쨌든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졸업은 쉼표가 아니라, 확실한 온점을 찍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일이었다.
나는 언제나 인간관계가 어려웠다. 그중에서도 친구라는 관계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다 해도, 한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 나조차도 나만 알고 있는 무언가를 숨기고 살아가듯이, 친구 역시 나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 크게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학창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는 그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를 온전히 알고 싶어 했고, 나는 끝내 그 기대를 맞추지 못했다. 우리는 결국 좋은 관계로 남지 못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은 졸업과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그의 책을 좋아했던 이유는 단순히 ‘누가 죽였는가’보다 ‘왜 죽였는가’를 깊이 파고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왜’보다 ‘누가, 어떻게’에 집중했고, 참고 그림까지 넣어가며 길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 점에서 스토리적인 반전이나 몰입감은 다소 아쉬웠다.
졸업을 앞둔 불안감, 친구라는 관계에 대한 혼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감정들. 그것은 결국 나도 겪어왔던 것들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친구 관계 속에서 그가 원하는 만큼의 솔직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그 관계는 끝이 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과연 그가 나를 완벽하게 알았다면, 우린 더 오래 친구로 남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오히려 더 일찍 끝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졸업이라는 순간은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끝내고, 각자가 알지 못했던 모습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전환점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몰랐던 서로의 조각들을, 아주 우연한 순간에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