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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No Money Day, 소비 안 하는 날

ⓜ 돈관리 기본은 원래 간단하고 쉽다 ◆ 심화

by 구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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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자신도 모르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돈을 쓰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비나 미리 끊어둔 식권, 출퇴근 교통비처럼 꼭 써야 하는 돈들을 제외한 추가 소비를 하면서. 예를 들면, 커피 한 잔, 담배 한 갑, 퇴근길에 손에 들린 저녁거리, 영 살 게 없는 날에는 괜히 집에 가다가 편의점에 들러 무심코 세일하는 젤리라도 하나 사는 것이다.


내가 하루도 쉬지 않고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안 건 가계부 앱을 쓰면서부터였다.

한 번은 지출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궁금해서 가계부 달력을 넘겨보는데 지출 내역이 적혀있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절약을 외치던 나였기에 나는 내가 지출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매일 돈을 쓰고 있었다니….


돈을 아끼려면 돈을 안 쓰는 게 최선인데 말이다.


늘 큰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돈 쓰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산 적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소비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 별거 아닌 거 같은 불안감이 얼마나 위력이 센지 결국 이 감정으로 인해 안 써도 되는 돈을 꾸준히 써 버릇했다. 그게 비록 1,000원밖에 안 되는 푼돈일지라도 쓸데없는 지출을 꾸준히 오랫동안 지속하면 생활비 쪼들림에 원인이 된다.


그래서 No Money Day를 시작했다.

의식적으로 일주일에 2~3일은 냉장고가 텅 비어서 당장 먹을 게 없거나, 화장실 휴지가 다 떨어져서 당장 필요한 것처럼 정말 시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어지간하면 돈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마음이 뭔가 불안하고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머릿속은 ‘오늘 세일하는 과일이 있을 텐데 그걸 사야 하는 게 아닐까? 아, 갑자기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은데 하나만 사 먹을까? 가만, 냉장고에 먹을 건 있지만 그래도 오늘은 좀 특별하게 불고기를 사다 먹을까~??’ 소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밤이 가까워질수록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은 마음은 더 강해져서 그걸 사 먹지 못하는 것이 심하게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무슨 금단현상처럼. 뭔가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더러운 기분. 그로 인해 생긴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단돈 1,000원이라도 써야 사라질 거 같았다.


소비 중독이었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소비에 중독되어 있었던 거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제야 그동안의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산책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꼭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라며, 간식으로 먹으면 좋겠다며, 세일한다며 뭐라도 한 손에 들고 나오던 내 모습. 볼 일 보러 나가면 꼭 뭐라도 하나 사 가지고 집에 들어오는 모습. 마트를 그냥 지나칠 때면 뭔가 마음이 허하고 사야 할 게 있지 않나 싶어 계속 마트 앞을 서성거리던 내가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았다. 소비 중독이었다.


혹시 하루라도 돈을 안 쓰면 불안하지 않은가?

단 1,000원이라도 초콜릿 하나라도 사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지 않은가? 자기도 모르게 살 게 없는 날에도 뭔가 살 거 없나 생각해보지는 않는가?


자기도 모르게 오늘 하루 1번도 소비하지 않으면 결국 저녁에라도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거나, 이모티콘이라도 사면서 1,000원이라도 써야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돈을 쓰지 않으면 뭔가 어색해서 자기도 모르게 “오늘은 뭐 살 거 없나?” 돈 쓸 궁리를 하게 된다. 돈을 안 쓰면 불안한 거다.비 중독이다. 막상 이 글을 보면서도 나는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누구든 무언가를 살 때는 사야 할 이유가 있어서 사는 거니까.


그러니 일단, No money day를 해보자. 그러고 나면 자신이 평소에 얼마나 돈을 쓰는 데 익숙해져 있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오늘 사려고 했던 걸, 다음 날로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지출 안 하는 날을 늘리도록 하자. 그렇게 하다 보면 꼭 사야 할 것 같았던 물건을 굳이 오늘 사지 않아도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지출을 줄이게 되기도 하니까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만약, 하루 동안 돈을 쓰지 않는 게 쉽지 않다면 소비 중독이 심한 거다. 그때는 일주일에 하루만 실천하면서 조금씩 횟수를 늘리면 된다.





■ No Money Day 팁!


No Money Day를 실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루 종일 그냥 돈을 아예 안 쓰면 된다.

아래는 약간의 팁이다.


① 기왕이면 몰아서 돈을 쓰자.

개인적으로 꼭 돈을 써야 하는 날이 있다. 예를 들면, 근무 중 4일은 커피 사 마시는 게 삶의 낙이라거나 마트 세일 품목이 날마다 달라 4일 연속 장을 봐야 할 때 등등. 이럴 때는 커피를 사 마시거나 장을 보는 날, 다른 쇼핑도 추가한다. 그래서 최대한 남은 3일 중 며칠이라도 No Money Day를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②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자.

처음 며칠은 금단현상을 좀 심하게 겪을 수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쉽게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을 너무 다그치지 말고 격일로 돈을 쓰도록 하자. 아니면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그게 익숙해지면 일주일에 2번 이렇게 조금씩 늘리도록 하자.


③ 실패해도 너무 자책하지 말자.

가족 모임, 병원 진료, 식재료 세일 등 지출 계획이 줄줄이 있어 도저히 일주일 내내 No Money Day를 실천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No Money Day를 실천하지 못했다고 시무룩하지 말고 꼭 필요한 곳 외에는 돈을 쓰지 않는 것에 집중하자. 그리고 꼭 써야 할 돈만 썼음에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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