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트 컬렉터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할 필요가 있다. 아트 컬렉터는 단순하게 미술품을 수집하는 사람으로 정의하여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술계에서 아트 컬렉터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두 가지 분류가 있다.
첫 번째는 컬렉션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컬렉터의 정의에 가까운 부류이다. 컬렉터의 역할을 수집, 보관 그리고 홍보라고 정의하였을 때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이미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국내외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더불어 이머징 작가들의 수작을 컬렉팅 한다.
두 번째는 트레이더형이다. 경매 레코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라이징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많고 다시 판매하여 경제적 차익을 목적으로 한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다와 같은 수익관점이 그들이 미술품을 대하는 관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극단적 트레이더형을 컬렉터라고 인정하지는 않는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 컬렉션을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떤 컬렉터인가라고 묻는다면 아쉽게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내가 소장한 작품들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아직은 비싸지 않다고 설명하고 싶지만 그런 개인적인 판단으로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기는 힘들다. 어떤 인플루언서는 최소 1억 도 되지 않는 미술품들을 소장하면서 스스로 아트 컬렉터라고 하는 사람을 넌센스라고 하기도 했다. 자신조차도 아트 컬렉터가 아닌 아트러버라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컬렉팅 한 작품을 단순히 직장인들도 구매할 수 있는 작품가의 작품으로 폄하할 수는 없다. 작품에는 작가의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입시미술을 하고 녹록지 않은 미술계에 입문하면서 격은 풍파와 갈등의 시간과 사고들이 만들어낸 그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좋은 컬렉터에게 소장되었다면 더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작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보낸 시간들이 그 작품과 함께하고 있다.
나는 나를 아트 컬렉터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건 나의 컬렉션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 아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작가들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트 컬렉터를 뭐라고 정의하여야 할까. 나의 생각은 아트 컬렉터는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어가는 미술애호가로 정의하고 싶다.
컬렉션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외부에서 받아야 한다. 개인의 취향은 존중받으면 되지, 인정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블루칩 작가의 작품 몇 점이 집에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컬렉터라고 할 수는 없다. 수집은 취미나 연구를 목적으로 어떤 대상을 모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몇 점의 작품은 어떤 대상을 모으는 행위라고 하기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몇 점의 미술품이 최소 조건일까 생각해 보았다.
단순히 미술품의 수집 수량이 조건이 될 수 있을까도 중요한 관점이다. 수집의 대상이 과연 미술품에만 한정되어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많지는 않지만 미술 사료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작가들의 도록과 포스터와 전시 브로셔를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 그 양이 너무 방대하고 특정 작가의 회고전에 주요 자료가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수집품이라면 그 또한 아트 컬렉터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논외로 하겠다.
우선 작품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미술품은 단 하나밖에 없어서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상식이 통용되지만 판화를 미술품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에디션 작품이라고 해도 작가의 수기 서명과 에디션 수량이 표기된 경우라면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냥 딱 몇 점 이상이라고 하면 될 걸 왜 이렇게 글이 길어지냐 할 수 있지만 감히 컬렉터에 기준을 정의하기가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내가 몇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지 모르기에, 엑셀파일에 소장품을 정리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몇 년 전 아트 컬렉터로 공중파 방송에 초대되었을 때 소개서에 소장품 개수를 물어보는 문항이 있어서 대충 세어 봤을 때 이미 1백 점이 넘었으니 아마 백몇십 점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성적으로 접근해 보자면 30점이 넘어가면 컬렉션의 성격이 가늠되는 수량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굳이 수량을 정하자면 30점으로 정의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