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by 구찬우



내가 그대를 사랑한 시간이 시가 되길 바란 건 아닙니다

시를 쓰는 마음으로 사랑했다고 해서 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은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나를 바라보던 당신의 시선, 그리고 뒤돌아 가던 구둣발 소리

나는 그 시간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우리의 시간을 닮은 시를 읽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기록되었고

내가 가진 유일한 사랑의 증거마저 유린하였습니다


그곳엔 그렇게 그리운 그대가 있지만

그대와 나의 이름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리운 그대여

우리는 이제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