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래왔기에
신간 소개에 오른 책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그거지!' 머리가 시원해진다.
모순덩어리 삶, 고통과 쾌락이 함께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보다 더 쉽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 죽고 싶을지언정 떡볶이는 먹고 싶다.
올여름 휴가 계획이 없다.
지루하게 진행되는 연구를 탓하거나 기록을 거듭 경신하는 더위를 탓하여도 되겠으나, 진짜 이유는 별다른 욕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먹고 싶은 것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사고 싶은 것도 없다. 전체적인 욕구와 흥미의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아무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상반기 나를 요약하라면 두 문장으로 정할 수 있다.
"이번 생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
- 실제로 난 이 두 문장을 숱하게 뿌리며 봄을 보내고 여름을 지내고 있다-
수동적이고도 무기력한 고통 앞에 무력한 내가 있다.
가치와 윤리에 위배되는 중단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럴 마음은 분명 없다.
하나 굳이 이번 생이라는 소설이 장편으로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인생이 단편이라 해도 아쉽지 않을 것 같은 마음. 그리고 또다시 인생이라는 소설이 시작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그리고 그 생각 밑에는, 지금보다 나은 삶이고 싶은 바람과 지금이 고통스럽지만 고통이 아닌 다른 것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
친구들에게 이 문장을 전하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기에, 이번 생이 그리 빨리 끝나지는 않을 것 같고, 다시 태어나도 살아볼 만한 것 같기는 하다.
다만 아직은 끝나지 않은 이 마음으로 내담자를 만나는 것이 약간은 부담스럽다.
건강상의 이유로 상담을 쉬게 된 현실적인 이유가 끝났다고도 할 수 있지만 유효기간을 좀 더 연장한 나는, 그 이유 뒤에 숨어서 아직도 상담을 쉬고 있다.
의사도 병이 날 수 있고 상담자도 마음이 병 날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상담자의 마음 상태는 조금 다른 문제이다. 따라서 상담가는 내담자가 되어 교육 분석과 교육상담, 그리고 슈퍼비전을 꾸준히 하면서 자신의 전문적 자질뿐 아니라 개인적 자질과 상태도 늘 살피고 돌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담자였다가 심리치료사였다가, 다시 내담자였다가 심리치료사였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저자가 상담과정을 녹음하여 책으로 내었을 때 그 치료사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만약 나의 내담자가 나와의 상담을 녹음한다고 하면 - 녹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 공개되었을 때-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
말미에 나오는 저자 치료사의 글에 나도 내담자가 되어 그리고 다시 상담가가 되어 편안해진다.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한 사람이 또 다른 불완전한 사람 중 하나인 치료자를 만나 나눈 대화의 기록입니다. 치료자로서는 실수와 아쉬움이 남지만 삶은 항상 그래 왔기에 저자와 저, 그리고 여러분들의 삶은 지금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위안을 가져봅니다.
그렇다.
누구든 어떤 역할이든, 이번 생이 언제까지든ㅡ
불완전한 여정에서 그저 온전히 존재할 뿐, 나아지는 모든 것에 희망을 갖고.
20180803 by 마음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