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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Jul 31. 2022

아빠와 아들 간 30대 후반 나이 논쟁

"아빠! 30대 후반이면 당연히 나이가 엄청 많은 거지."

"아들! 30대 후반이면 엄청 젊은 거야."


40대 후반인 아빠와 고 1인 아들 사이 난데없는 나이 논쟁이 벌어졌다. 


평일 휴가를 내고 방학 중인 아들과 단둘이 부모님 댁으로 가는 길이다. 한창 운전 중 전방 좌측 차선에 뚜껑이 열린 차가 보인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컨버터블이다. 그것도 무려 페라리.


차에 관심이 많은 아들을 잽싸게 부른다. "아들, 저 차 봐봐. 장난 아니지?"


"우와, 장난 아니다."  아들이 감탄사를 쏟아낸다. 


뒤태부터 소위 간지가 넘쳐흐른다. 최대한 가까이 페라리 옆을 스치듯 지나간다. 우리 두 부자의 고개도 따라 돌아간다. 페라리 운전자도 우리를 의식한 듯 쳐다본다. 그리고 민망하게 서로 눈이 마주친다. 생각보다 운전자가 어려 보인다. 수억 원의 차 가격을 고려하니 더욱 그런 듯하다.


"운전자가 엄청 젊네." 아들과 대화를 이어간다. 

"아닌데? 엄청 나이 들었는데?" 예상 밖의 대답이다.


"아니야, 30대 후반밖에 안된 거 같아." 아들의 말에 반박의 멘트를 날린다.  

"30대 후반이면 엄청 많은 거지." 아들 역시 지지 않는다.


이젠 자존심 싸움이다. 말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무리수가 시작된다. 


"나이는 상대적인 거야. 아빠가 보기에는 젊은 거지. 할아버지한테는 60살도 어린 나이야."

"그럼, 한 살 아기한테는 두 살 아기가 나이가 많은 거니, 두 살 아기도 나이가 많은 거네."


이렇게 티격태격하며 장거리 운전을 위해 주유소에 들른다. 


"주유구 열어주세요. 얼마어치를 넣어드릴까요?", "7만 원이요."


이 와중에도 아들과의 나이 논쟁은 이어진다. 주유가 끝나고 계산을 위해 차창을 내리고 직원분에게 카드를 건넨다. 주유하신 분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다. 마스크를 쓰고 계셨지만, 자글자글한 눈가 주름이 최소한 40대 후반이다. 때는 이때다.


"아들하고 나이 논쟁 중인데요. 30대 후반이면 나이가 많은 건가요? 아니면 젊은 건가요?


"젊은 거죠. 그것도 많이 젊은 거죠."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그리고는 한마디를 더하신다. 

"20대는 애기고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감사합니다!" 얼굴에 한가득 웃음을 띠며 크게 인사하고 차를 출발한다. 


의기양양해진 아빠는 아들에게 다시 묻는다. "30대 후반이면 나이가 많은 거야? 적은 거야?"


"알았어. 젊은 거야." 아들이 마지못해 동의한다.


이렇게 나이 논쟁은 주유소 직원분의 명쾌한 판정으로 결론 났다. 


30대 후반은 나이가 어린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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