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살, 20년 만에 토익 시험을 치르다
토익 시험접수 시 유의점
지난 5월 토익 시험을 치렀다. 주재관 파견 신청에 공인 영어점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장장 20년 만의 토익 시험이다.
우선 접수를 위해 공식 사이트에 접속한다. 20년이 훌쩍 지났기에 당연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었다. 개인정보 인증을 통해 로그인한다.
화면에서 시험일과 고사장을 확인한다. 시험일은 2022년 5월 29일, 장소는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한 대학교다.
다음은 가격. 52,800원이다. 정상 응시료는 그보다 낮은 48,000원인데 특별 추가 접수기간이기에 수수료 10%가 더 붙었단다.
내가 토익 응시료로 낸 마지막 금액은 28,000원. 그 사이 2만 원이 올랐다.
좀 비싼 듯 하지만 20년이란 세월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다.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접수증을 확인한다.
<시험 접수 화면. 6월에 접수한 시험은 취소했다.>
이제 공부만 하면 된다. 시험까지는 10일.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굴러다니는 토익 교재를 찾는다. 다행히 아내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사놓은 책이 있다.
교재의 큐알 코드를 이용해 스마트 폰 앱을 다운받아 음성 파일을 듣는다. 2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잉? 근데 뭔가 이상하다."
익숙지 않은 발음이 들린다. 검색해보니, 2006년부터 리스닝에 영국, 호주, 캐나다식 발음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여러 다양한 발음이 통용되고 있는 것을 알기에 이해는 가지만 한편 당황스럽다.
한 번도 미국식 발음이 아닌 영어 듣기 평가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일부 문항 수와 난이도에 변경이 이루어진 듯하다.
부랴부랴 기출문제를 풀어본다.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최대한 많이 들어보며 귀를 훈련시킨다.
이제 리딩 문제를 훑어본다.
"잉? 이것도 뭔가 이상하다."
문제 틀이 일부 바뀌었다. 그림과 도표도 있다. 기출문제를 최대한 풀어보며 대비한다.
그렇게 시험 접수한 지 10일 만에 고사장으로 향한다. 20분 만에 고사장이 있는 대학교에 도착한다. 대학 캠퍼스에 오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생기가 돋는다.
고사장 출입 현관에 붙어 있는 좌석배치도가 눈에 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이름을 확인한다. 내 좌석번호는 'A1'. 왼쪽 줄 가장 맨 앞이다. 나쁘지 않다.
자리를 찾아 앉는다. 하지만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오랜만에 보는 시험이라 긴장했는지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한다.
시험 직전이다. 이제는 자리를 이탈할 수 없다.
주위를 둘러본다. 누구 하나 잡담하는 사람이 없다. 엄숙한 분위기에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시험감독관 포함, 고사장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듯하다. 순간 좌석번호 'A1'에 눈이 간다. 좌석배치가 나이순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궁금하지만 차마 감독관에게 물어볼 수 없다.
휴대폰을 제출하고 안내사항을 듣는다. 행여나 틀릴세라 답안지 이름 마킹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확인한다.
스피커에서 테스트용 방송이 나온다. 연습용 문제가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살짝 음질 상태가 불안하다. 하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윽고 리스닝이 시작된다. 그림을 보고, 가장 알맞게 그림을 설명하는 답안을 고르는 문제다.
가장 난이도가 낮기에 고득점을 위해서는 실수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1번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큰일이다." 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 리스닝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을.
문제는 스피커 상태. 리스닝에서는 무엇보다 첫 단어를 잘 들어야 하는데, 뭉개지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파트 1이야 그렇다 쳐도 앞으로가 문제다.
역시나, 파트 2, 3, 4에서 크게 고전했다. 심지어 몇몇 문제는 아예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찍기까지 했다.
예전에 네 차례 치른 토익 시험 중 리스닝에서 세 번 만점을 받았기에 충격이 크다.
하지만 실수에 연연할 여유가 없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다행히 리딩은 딱히 막히는 부분 없이 푼 듯하다.
집에 돌아온 후, 나는 바로 다음 시험 접수를 했다. 주재관 신청을 위한 점수는 충족했겠지만 리스닝에서 폭망 했다는 생각에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피커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토익 고사장 환경을 분석한 사이트를 발견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 시험 본 고사장을 검색한다.
'역시나'다.
대부분 고사장의 스피커의 별점이 적게는 두 개 많게는 네 개인데 내가 치른 고사장의 스피커의 별점은 무려 '하나'다.
<토익 시험을 본 고사장. 스피커 등 환경이 거의 최하 점수를 받은 곳이다.>리뷰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베스트 리뷰어의 아이디가 '돈버리러가는 곳'이다. 아이디가 모든 정황을 말해주는 듯하다.
보통 리스닝 점수가 만점 가까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시험 보고 점수가 폭락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리뷰도 다들 비슷하다. 토익 고사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음, 역시 나만 이상하다고 느낀 게 아니었어.'
해당 사이트에서 스피커 별점 기준으로 고사장을 검색한다. 별 4개의 고사장이 눈에 띈다.
경기도와 서울에 서너 개씩 있다. 그중 서울에 있는 한 고사장을 선택하여 시험 접수를 한다. 편도 두 시간 반 거리다.
시험 볼 때 피곤하겠지만, 그만큼 스피커 음질이 중요하기에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열흘 후 점수가 나왔다.
'잉?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
리스닝에서 15점이, 그리고 리딩에서 10점이 깎였다. 나쁘지 않은 점수지만 못내 아쉽다.
리스닝 성적표를 자세히 보니 역시 세부 지표는 좋지 않다. Percent Correct of Ability Measured를 보니 정답률이 90% 안팎이다. 결국 틀린 문제가 많다는 뜻. 그에 비해 점수 자체가 나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점수가 나쁘지는 않지만, 스피커 문제로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잠시, 접수한 시험을 치를까도 생각했지만 왕복 5시간 거리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더 이상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피곤한 직장인인 나는 황금 같은 일요일의 휴식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그렇게 나는 접수한 시험을 취소한다. 수수료는 무려 24,000원. 응시료의 50%다. 아깝다.
하지만 더 아까운 일이 생겼다. 당초 토익 시험 응시는 주재관 파견 신청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주재관 파견 신청을 하지 않았다.
괜한 헛힘만 뺐다.
토익 시험 보시는 분들께 한 말씀드립니다.
여유 있게 시험 접수하세요.
생각보다 인기 있는 곳은 자리가 금방 소진됩니다.
그리고 고사장의 스피커 상태를 사전에 꼭, 꼭, 꼭 확인하세요.
자칫하면 리스닝에서 폭망 할 수도 있어요. 인터넷 검색하면 나옵니다.
진짜 중요해요. 꼭이에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