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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자룡 Oct 03. 2023

스티븐 잡스처럼
군더더기를 삭제하라.

Simple is best

나는 종종 헬스장에 가려고 강남역 11번 출구 앞을 걷는다. 쭉 걷다 보면 애플 스토어가 나온다. 창문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내부가 시원하게 보인다. 들어가면 정갈한 나무 테이블 위에 최신 스마트폰, 맥북 등이 진열되어 있다. 벽 면에는 이어폰이 걸려있다. 이외에 다른 곳에는 아무 것도 두지 않는다. 빈공간이 많아서 비효율적이다. 왜 빈공간을 채우지 않고 내버려두는 거지? 심한 공간 낭비가 아닌가. 월세도 비쌀 텐데. 그런데 공간에 여유가 있고 한정된 공간에만 기기를 진열하다 보니 동선도 깔끔하고 구경하고 기기를 경험하기 쾌적했다. 


나에게 있어서 공간을 100% 활용한다는 건 테트리스처럼 빈칸을 하나라도 채우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애플 스토어는 공간에 의도적으로 여유를 부여함으로써 사용자 체험을 극대화한다. 여자친구는 애플 매니아다. 아이폰을 쓰고 맥북도 활용한다. 내가 쓰는 노트북과 비교할 때, 맥북의 모니터는 새하얗고 군더더기가 없다. 버튼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할 정도로 디자인이 심플하다. 심플 이즈 베스트, 스티븐 잡스는 단순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다. 없앨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없애는 게 그가 추구한 궁극의 디자인이었다. 


글쓰기에도 스티븐 잡스의 철학은 적용된다. 간결함이 살아나야 한다. 간결함은 군더더기를 제거함으로 드러난다. 군더더기를 제거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은 누구나 인지적 구두쇠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지금처럼 바쁜 시대에 미사여구로 떡칠하고 알맹이가 없는 글을 읽어줄 만큼 한가한 사람은 없다. 정신적으로 과부하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청량감을 줘야 한다. 쓸데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해보자. 둘째, 사람들은 정보의 파도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현대는 정보의 홍수 시대다. 


사람들의 눈과 귀는 정보의 파도에 침수되어 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가든 수많은 광고와 마케팅이 사람을 괴롭힌다. 최적화된 유튜브 알고리즘도 인간의 정신을 어지럽힌다. 주의력은 파편화되어 있고,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기 어려워한다. 나도 이 책을 집필할 때 가급적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한다. 핸드폰을 손이 안 닿는 곳에 옮겨 둔다. 혹시나 못 참고 꺼내 볼까봐 그렇다. 실제로 가끔 핸드폰을 꺼내서 영상을 시청한다. 이제 인간의 기본값은 정신적 피로라고 인정해야 한다.


셋째, 본질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군더더기를 잘라내면 본질이 저절로 고개를 든다. 사람들은 핵심을 강조하기 위해 중언부언한다. 그 심정은 이해되지만 좋은 전략이 아니다. 핵심만 전달해도 사람들은 이해한다.  

동일한 정보와 가치를 담고 있다면 2,000자보다 1,500자가 더 낫다. 글을 읽는데 시간이 덜 들어서 경제적이다. 두꺼운 벽돌책이라고 명작이 아니다. 글을 길게 쓴다고 유식한 게 아니다. 한정된 글자수에 몰입감 있게 정보와 지식을 압축하자. 초고는 일단 많이 쓰고 퇴고할 때 과감히 덜어내자. 무엇이 군더더기일까? 빼도 문맥상 충분히 이해되는 모든 것들이 군더더기다. 본인이 느끼기에 없어도 무방하면 삭제하자. 


술술 읽히는 글, 사람을 설득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핵심’이 부각되야 한다. 핵심을 도드라지게 하려면 불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날려라. 키보드에서 백스페이스 누르는데 인색하지 말자. 심리학 용어로 매몰 비용의 오류가 있다. 자기 돈, 시간을 투자하면 그것을 지속하려는 심리다. 사람은 본인이 투자한 것을 더 가치 있게 느낀다. 속된 말로 내가 쓴 개똥 같은 글을 남이 쓴 명문보다 뛰어나게 본다. 왜냐하면 내 노력과 에너지를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용을 보고 본인에게 도움이 되면 취하고 아니면 지나친다. 초고를 쓸 때 뜨거웠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독자의 눈으로 문장을 바라보자. 


만약 삭제하기 아깝다면 한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파일을 하나 추가로 만들어서, 빼 버릴 단락이나 문장을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자. 이걸 실제로 해보면, 군더더기를 삭제하기가 더 쉬워진다. 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삭제하기 망설여진다. 그런데 언제든 되살릴 수 있다고 믿으면, 오히려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티븐 잡스의 명언을 기억하자. Simple is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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