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대장암] 8.항암2차 그 시작과 끝
메리크리스마스
드디어 항암 2차도 끝이 났다. 이번에는 조금 더 빨리 끝난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몸이 적응을 하는 건가?
항암 2차 과정을 조금 정리를 해 보자면,
투약 14일(22.12.22.~23.1.4.)
휴약 7일(23.1.5.~1.11.)
이런 일정이다. 1차 때와 용법도 용량도 같다.
아주 추웠던 2022.12.22.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채혈했다. 채혈 후에 피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했는데, 검사 결과는 2시간 정도 걸렸다. 병원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서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기다렸다. 1차를 한 번 해봐서 그런지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서, 이제는 휴양지 여행 검색도 하고 사고 싶었던 옷들 아이쇼핑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피검 결과는 합격(항암을 위한 컨디션이 유지된다는 뜻)이었고 항암주사실로 갔다.
1차와 같이 옥살리플라틴 200ml를 섞은 덱스트로즈500ml를 3시간에 걸쳐 맞고, 젤로다(카페시타빈, 잘보빈정) 14일치를 받아왔다.
2022.12.22.~2023.1.5. 기간동안 아침저녁으로 젤로다 3알씩 먹었다. 함께 처방받은 약으로는 구토방지제 3일치, 피리독신(비타민 B6) 14일치였다. 용량도 그대로였고 먹는 방법도 1차와 같았다.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역시나..
부작용이 좀 심해졌다.
대표적인 부작용
1. 구토감이 더 심해졌다. 토를 한 3일은 했다.
웃긴건 고구마 먹고 토했는데 그 토가 달게 느껴져서 나쁘지않았다. 그와중에도 단거 좋아하는 내가 단맛이 느껴져서 좋다는 생각을 하다니 참 웃겼다.
2. 설사
구토감이 끝나갈쯤 설사의 시작. 배가 아프면서 설사를 했다. 그래도 따로 약을 먹지는 않았다.
3. 손발시림(말초신경 마비에 따른 수족증후군)
손발뿐 아니라 목구멍을 칼로 후비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장갑계속 끼고 생활했고, 핫팩으로 찜질했다. 손발 보습도 중요하기 때문에 더마비 바디로션을 온몸에 잔뜩 발라주었다.
4. 턱관절 아픔
14일지나도록 무언갈 먹으려하면 턱이 빠지듯아프다.
5. 안구 아픔(눈알빠지는느낌)
갑자기 눈물같은게 났는데, 그때 안압 확 올라가는 느낌들면서 눈알빠지는 아픔이 느껴졌다. 아씨 이거 시력이상생기는거 아니야 싶을정도로 걱정되었다. ㅠㅠ 가뜩이나 감수성풍부해서 자주 우는데 그때마다 눈알 빠짐..아악 울지 말자
6. 앞이 잘 안보이고 어지러움
앉았다 일어날때 순간적으로 앞이 잘 안보이는데, 그게 1차때는 3초였다면 지금은 한7초로 늘어난 느낌이다.
7. 피부 검게 변함
검은점이 손에 나는 것은 물론이고, 왼쪽 발바닥이 전체적으로 검붉게 변하고 점이 찍혔다. 마치 하늘을 날다 땅에 발을 디뎠을때처럼 발이 아프다.
8. 체중감소
일주일만에 3킬로 정도 감소했다. 물론 잘 먹으면 금방 찌는거 같긴했다.
이게 대표적인 부작용이었다. 견딜만 한 듯 했지만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 처음 3일은 정말 힘들었다. 항암제가 정말 무섭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라는 영화에서 여자주인공이 암에 걸리지 않았는데 항암제를 먹어보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때 그 여자주인공이 막 토를 하고 어지러워하던 장면이 생각이 났다. 건강한 세포도 마구 죽이는 약이라 그런가 꽤나 독했다.
요양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기타 보조주사 또는 약도 처방을 해주었다. 내가 맞은 건 간단하다.
1. 헤리주사 주 3회
헤리주사는 싸이모신알파1이 들어간 주사로 주로 면역이 떨어진 노인들이 독감예방주사를 맞기 전에 투여한다고 한다. 작용원리는 흉선을 자극해서 자가 면역 호르몬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 헤리주사의 효력은 대단하다! 찬양한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이게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나는 효과가 있었다. 이것 때문에 백혈구 수치가 그나마 덜 떨어지는 거라고 믿고있다. 주사 1대 당 30만 원 상당, 돈값한다.
2. 산쿠소패치
이틀 차에 붙였다. 구토 예방 패치이다. 사실 이건 효과를 잘 모르겠다. 1차때도 구토가 아주 심한건 3일, 울렁거리는건 5일까지 갔고 2차 때는 붙이나 안붙이나 같았기 때문에 쏘쏘했다.
3. 구토방지 주사 1회
이틀차에 맞았는데 진짜 아팠다. 주사이름은 모르겠다. 이것도 뭐 효과가 있었겠지.....? 넘 아프고 5일 내내 잠만 자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가늠이 안됐다.
4. 죽염가글 매일
그냥 가볍게 죽염으로 가글했다. 역시나 구내염은 안생겨서 너무너무 다행이었다!
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를 죽은 듯이 보내고, 남은 일주일을 약을 먹고 보낸 후, 항암 2차가 끝났다. 4번 중에 2번이 끝났다.
내가 12월 22일에 항암을 해서, 크리스마스가 바로 뒤였다. 크리스마스도 즐겨볼 틈도 없이 지나갔다. 그래서인지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거 같기도했다. 출근을 안하고 몸건강만 신경쓸 수 있는 상황에 감사했던 거 같다... 라고 썼지만 생각해보니 이래살아서 뭐하나 이생각도 했던듯.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몹시 화가 난 일이 있었다. 내가 항암 중이라 꼼짝할 수가 없어서 병원에 누워만 있었는데, 남편이 그 때 크리스마스라고 시부모를 모시고 백화점에 가서 명품백을 사드렸다는 것이다. (참고로 난 시부모와 사이가 안좋아서 - 며느리가 맘에 안들어서 결혼 때 받은 돈 다 내놔라길래 다 돌려드렸고 연 끊었다 - 안보고 산다) 왜? 대체 왜 하필 그 타이밍에? 환갑이 다가오는 해여서 그랬다고 했는데, 생신이 12월인것도 아닌데 말이다!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는 거는 이해가는데 왜 굳이 그 타이밍에 와이프는 병원에 박아두고 하하호호하면서 명품백을 사러갔는지가 너무 의문이다. 명품백이 한두푼도 아니고 왜 그때 나한테 말도 없이 가버린건지 도무지 그 마인드가 이해가 안간다. 그걸 또 넙죽 받는 시부모도 참 꼴사나웠다. 어떤 상황인지 알면서 그렇게 한다는 게 도무지 어른같지도 않고 사람 이하로 보였다. 나는 항암하는 동안 첫 5일은 정말 죽은 듯이 토하고 자고, 또 수족증후군때문에 오래 걷지도 못하는데! 정말 다시 느낀 거지만 사람 참 안변하고, 시부모란 작자들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징~~하게 느낀 날들이었다. 그 명품백 꼭 관에 싸들고 들어가세요. 시부모 때문에 또 남편이랑 싸우고 또 이혼까지 고려한 날들이었다. 항암제로 인해 벗겨진 내 발보다 징그러웠다. 내가 암 걸린 이유의 8할이 시부모 때문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노로 점철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항암 2차도 끝이 났고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다. 시간은 잘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