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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서재 Sep 13. 2021

퇴근일기 1. 구치소에서 만난 19살 피고인

범죄소년의 불편한 진실

 ‘범죄소년’의 법률적 정의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를 말하며 형사책임을 진다.



나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별로 없는 편이다.

남들에 비하면 20대 중반에 아버지를 여읜 것 말고는 인생에 특별한 굴곡도 없는 편.

아니 오히려 평탄하다 못해 탄탄대로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형사사건을 맡아 피고인들을 만나면서 그네들의 사정을 점점 이해하게 된다.

특히, 10대, 20대 피고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클리셰하게도 그들은 부모의 적절한 '감시'와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가 9할이다. 


성매매를 미끼로 남성을 유인하여 돈 몇푼을 강취한 10대 청소년 셋이 '특수강도'라는 험악한 죄명으로 구속되었다. 피고인 1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트럭운전을 하는 아버지와 원룸에서 단둘이 아니, 대부분 혼자서 지내고, 피고인 2는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의 재혼으로 언니와 단둘이 원룸에서 산다. 그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국선변호인을 통해 피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만을 보장받을 뿐이다. 


이들과 달리 부모님이 사선변호인을 선임한 피고인 3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은 막내아들로 고3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재미로 범행에 동참하였다고 한다. 물론, 문제를 일으켜 경찰서를 방문한 '영화 속 국회의원 아들'처럼 밉상은 아니다. 친구들의 죄를 덮어주려까지 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마주한 이 불편한 진실이 나를 굳어버리게 만든다. 무언가 내 양심이.. 범행을 주도하였다는 피고인 1과 2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들에게는 귀가가 늦는다고 혼낼 어른도 없고, 겨우 15만원으로 인생 망치지말라고 훈계하면서 5만원 지폐 한 장 손에 쥐어줄 어른도 없지 않았는가. 그런데 또다시 그들을 위해 다투어줄 변호인을 적극적으로 선임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그렇다고 내가 손 내밀어줄 용기도 능력도 없다. 그냥 '어쩔 수 없어, 원래 인생은 불공평한거야'하고 고개를 돌리고 말아버리면 될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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