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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맹 Jul 28. 2023

로맨틱 볼로스코 (Volosko)

휴가 중

나이 드니까(?) 작고 아기자기한 도시가 화려하고 멋진 도시보다 좋다. 젊었을 때는 번쩍이고 사람 많고 모던한 도시가 좋았는데 이제는 더운 여름 계속 걷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쇼핑에 대하 욕망도 산산이 파괴되어 (이것은 여러모로 이득이다) 작고 살 것이 없는 도시가 좋다.


가끔 어시장이나 재래시장이 있으면 반갑다. 쇼핑 욕구는 제로지만 식재료를 보는 것은 여전히 즐겁고 과일을 사거나 한 줌의 새우를 사면서 상인들과 손짓 발짓과 더불어 간단한 대화를 하면  마치 그 지역 사람이 되는 것 같다. 환상적인 경험이다!

또한 골목골목을 걸으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작은 아름다움 들을 마주칠 때 짜릿하다. 동네의 투박한 벽화, 해안 절벽의 흐물어져버릴듯한 오래된 도시 성곽, 척박하고 메말라 보이는 흙벽 옆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빨간 장미, 좁은 골목의 싸구려 플라스틱 탁자와 다 다르게 생긴 의자들…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나는 이런 동네 관광이 좋아졌다.

입장권 사고 들어가는 유적지는 이제 안 땅긴다. 그냥 이렇게 남의 사는 것 구경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 유명하지 않은 동네 주민들이 그린 것 같은 갤러리 구경이 유명한 화가들 작품을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수가 있구나 하며 스스로 놀란다.

그냥 사람 사는 구경이 더 신난다. 이런 조용한 휴가가 좋아졌다. 그냥 그렇다. 아마 너무 속 시끄럽게 살아서 런가 보다. 이번 휴가는 계획 없이 기대 없이 발걸음 닿는 데로 걸으면서 생선 한 마리 구워 먹는

휴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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