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상용에 실패한 독일에게 남편 사직의 책임을 묻고 싶따아
호기롭게 이른 은퇴를 선언했다가 도살장 끌려가듯 재취업된 우리 집 아저씨는 새 프로젝트 시작 첫 주부터 지금까지 연속적으로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출근 3일 만에 회사는 부도나 버렸고 그로 인해 사내 분위기가 흉흉하기 짝이 없단다 (하아~~~ 진정 운도 지지리도 없다). 그 바람에 C레벨 매니저들은 바빠서 제정신이 아니고 컨설턴트랍시고 자신들이 고용한 우리 집 아저씨에게 충분히 업무를 설명해 줄 시간조차 없어서 왕창 싸여있던 일들을 스트레스에 찌들어 신경질적인 태도로 그냥 떠넘긴단다. 마치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여행가방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내리꽂듯이.... 이런 회사는 처음이라며 출장 가서 거의 매일밤 수화기에 대고 징징 대었고 주말에 집에 와서도 하루종일 줌미팅을 하느라 얼굴볼 시간도 없다. 불안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달을 그렇게 폐인처럼 살더니 때려치우겠다 발표했다. 하아~~~
여덟 달을 집에서 놀다가 겨우 잡은 프로젝트이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게 쉽게(?) 그만두면 아니 되었다. 겨우겨우 이번달부터 발맞추어 함께 출근하기 시작했는데 그만둔다니 정말 아니 되는 노릇이다. 겨우 찾은 나만의 공간과 자유를 또다시 빼앗길 수는 없기에 남편 달래기 전략을 재빨리 수립해야 했다.
업무용 차를 랜트해야 했던 남편은 가장 경제적인 옵션을 찾느라 며칠 전부터 치열하게 고민 중이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일하겠다고, 상황이 엉망진창인 회사를 위해 좋은 차를 렌트를 했다가 그만두게 되면 자기만 손해라며 여기저기 렌터카 웹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쉼 없이 클릭하고 있었다. 시작부터 아슬아슬하게 일하고 있는 남편이 걱정되어 어떻게 해서라도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싶던 나는 묘책을 찾아야 했다. 이러다 정말 그만두기라도 하면 큰일이기에. 남편은 무책임하게 직장을 쉽게 때려치우는 사람은 아니지만 불의를 참거나 비인간적인 처사는 절대 참지 않는 사람이다. 여태껏 다니던 회사와 소송해서 두 번이나 이겼고 나는 그때마다 살얼음판을 걸었다. 변호사를 찾고 소송을 하고 결론이 나기까지 오랜 기간 스트레스 가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 아저씨는 꾸역꾸역 잘도 출근하는 강력멘탈의 소유자이다. 이 아저씨가 그만둔다고 길길이 날뛸 때는 회사가 정상이 아닌 것은 맞다. 이야기 들어보니 미국인인 보스 양반 성격도 장난이 아닌 듯싶다. 같이 일하는 C레벨 관리자들이 그 성미에 못 견디고 여러차례 들이 박았으나 씨알도 안 먹혀들어가는 악질이란다. 남편이 그런 악질과 만나면 둘 중 하나다. 들이박고 때려치우거나 약점을 확실히 찾아내서 고소하거나. 두 방법 모두 유리멘탈에 갈등 회피형 인간인 나에게는 매우 불편하다. 직장에서 모든 인간적 갈등을 피하고 때로는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면서도 내 마음만 편하면 되는... 나는 불의와 싸우는 것 따위는 개뿔도 모르고 그냥 노예처럼 일하고 맘 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나보다 훨씬 많이 벌어다 주는 남편이 또 불의와 싸우려는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해졌다. 투쟁하지 말고 돈만 벌어다주면 훨씬 더 고마울 텐데... 내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감당 안 되는 살림을 남편과 나눠지고(? 혹은 전적으로 맡기고?) 싶은 맘이 간절한데 인생의 마지막 프로젝트라며 대차게 덤빌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만둔다니. 엉엉, 아니 되느니라!
씩씩대면서 랜트카를 찾고 있는 남편의 눈치를 보다 때마침 묘수가 떠올랐다. 가기 싫은 회사를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울 아저씨가 가장 타고 싶어 하는 차종으로 랜트하라고 통 크게 꼬시는 것이다. 아... 나는 진정 천재가 이닌가? 기계를 사랑하는 남편에게 이 보다 더 좋은 미끼가 있을까!!! 그러나 남편은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그따위 회사에 출근하는 데는 한 푼의 돈도 쓸 수 없다나?
천재적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 실망에 싸여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이 산책을 가자해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란히 집을 나섰다. 발 끝에 걸리는 낙엽을 차면서 목적 없이 시내를 걸으며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자 할까 하며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남편이 말없이 내 손을 잡고 볼보(Volvo) 전기차 매장으로 이끌었다. 웬일이냐. 그러면 그렇지, 고양이 코 앞에 생선을 갖다 바쳤는데 외면할 수 없었으리라.
평생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면서 별의별 자동차 생산현장을 다 돌아보았기에 궁금한 차가 별로 없다지만 전기차는 아직까지 남편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국책사업으로 몇 년 전부터 전기차의 확산과 구입을 팍팍 밀고 있는 독일에서 남편은 꿋꿋이 전기차는 시기상조임을 외치면서 타본 적도 없고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물론 전기차 바테리 공장에도 가보고 자동차 전시장에는 일 때문에 많이 갔었지만 직접 소비자가 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전기차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동차 업계가 궁극적으로 대체에너지로 전환해 가야 함은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전기차 사용과 공급을 장려하는 정부의 시책이 미흡하다 대차게 비판하고 있다. 충전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는 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지난해 대비 올해 전기차 소비가 많이 줄었다고 나왔다). 게다가 가깝게 지내는 얼리 어답터인 이웃이 2년 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 (디젤 반, 전기차 반)를 사서 멍멍 고생을 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바로바로 보고해 주어서 전기차 애로 사항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부인이 프랑스인이라 자주 파리에 다녀오던 이웃은 파리에서 충전하려다 충전소에 차가 늘어서 있어 몇 번이나 길거리에 차를 버리고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야 했단다. 전기차에 그토록 싸늘한 시선을 보이더니 엉망진창 회사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와이프가 만들어 놓은 덧에 제대로 덜컥 걸려 드디어 제 발로 전기차 매장을 찾았다. 음하하, 역사적인 날이다! 더 이상 지평을 늘여갈 자동차의 세계가 없다 보니 스스로(?) 택한 전기차. 나의 묘수가 통하다니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독일에서는 전기차 상용의 날이 멀었다며 박박 무시하면서도 남편은 길거리에 충전 중인 차를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 쓰윽 충전기를 보고는 충전하려면 아직 30분 더 남았다는 둥, 저렇게 충전해 봤자 회사 출근 중간까지 하다가 서버릴 것이라는 둥.... 미련의 코멘트를 멈추지 못하더니 (너무 타보고 싶었지만 고통은 피해야겠기에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했던 새로운 기계에 대한 미련...) 드디어 현명한 아내 덕에 이제 직접 전기렌트카 고객이 될 기회가 성사되었다. 제발 전기차와 사랑에 푹 빠져서 순탄하게 직장생활을 하게 해 주소서.
매장에서 전기차들을 이리저리 체크하고 질문하고 타보더니 집에 돌아와 바로 랜트카 회사에 전화해 폴스타 2 흰 차를 예약했다. 그 후 차를 찾으러 갈게 될 때까지 지옥 같다던 새 직장에 대한 불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전기차 콩깍지가 콱 씌워지자 밤낮으로 충성하며 일하기 시작했다. 게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 녀석이 짠돌이 아빠가 신삥 전기차를 랜트하자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좋아 난리다. 아빠로서의 위상까지 하늘로 솟구치게 되어 남편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전기차 사랑으로 괴로운 맘을 접고 열심히 일하겠구나. 어설픈 내 전략이 더 어설픈 남편덕에 확실하게 성공해부렸다. 인생은 때로는 이렇게 쉽다.
준비성 철저한 남편은 충전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는 전기차 랜트에 대비하여 열쇠를 받기 이틀 전에 미리 솔선수범하여 렌터카 회사에 직접 방문해서 차종, 차색깔을 재차 확인하고 100프로 충전해 달라 신신당부했다. 회사까지 300킬로가 넘기 때문에 100프로 충전해 놓아야만 가는 중에 갑자기 방전되어 30분씩 주유소에 처박혀서 충전해야 하는 재앙을 맞닥뜨리지 않고 회사까지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예약되었다는 친절한 직원의 확언을 듣고 만족스럽게 집에 돌아온 남편은 군소리 없이 빌어먹을 회사 일을 꾸역꾸역 해치웠다. 전기차 열쇠를 받을 일요일 오후만을 기다리면서.
드디어 일요일 오후. 아들과 함께 꿈의 전기차를 픽업하러 나섰다. 나도 운전사로 함께 따라갔으나 랜트카 회사 앞에 부자를 내려주고 깔끔하게 손 털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나의 불안은 끝났다. 폴스타에게 소중한 남편과 남편의 골때리는 직장을 송두리째 맡긴 채 우주를 향해 간절하게 기도문을 외쳤다. 전기차에 뜨겁게 정을 붙여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회사 프로젝트를 끝까지 때려치우지 않고 잘 마치게 도와주소서.
아, 바야흐로 즐겁게 출근하는 남편을 볼 수 있겠구나. 그동안 남편이 그만둘까 걱정하는 마음 이외에도 인생의 마지막 프로젝트라 선언하는 남편이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기를 힘차게 응원했었다. 이제는 그것이 가능해질 것 같았다. 아니 적어도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마음을 푹 놓고 식탁에 앉아 여유롭게 녹차를 마시려 컵에서 포를 꺼내는 순간 '딴 따라 딴따라 딴딴, 딴딴 따라 딴'하고 전화벨이 울렸다. 뭐지, 이 불안하게 들리는 벨소리는? 늘 듣던 발랄한 핸드폰 벨소리가 왠지 서늘하게 들렸다. 아들의 전화였는데 나보고 다시 랜트카 회사에 픽업하러 와 달란다. 왓? (what the f@ck!) 왜? 어째서?!? 전기차를 부자가 함께 몰고 집에 오기로 계획이 다 되어 있는데 왜??? 아들 왈, 랜트카 회사 직원이 착각해서 남편이 예약해 둔 꽉꽉 충전된 차를 다른 손님에게 덜렁 내줬단다. 서류작성부터 다 다시 시작해서 다른 차를 빌려야 했고 새로 점지받은 전기차를 가득 충전하려면 또다시 3시간가량 걸린단다. 그러니 집에 갔다 와야 한다나. 젠장. 렌터카 회사에 대고 고함을 지르고 싶었으나 여기서 내가 화를 내면 전략이 무너지기에 일단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누르며 참았다. 왠지 싸해지는 마음과 함께.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처음 빌릴 때부터 이렇게 살짝 엇나가기 시작한 전기차 폴스타는 2주에 걸쳐 가지가지로 남편을 속 썩였다. 일단 흰 차 대신에 파란 차를 받긴 했으나 월요일 출근에는 성공했다. 300킬로가 훌쩍 넘는 출장지를 거침없이 잘 달려간 것이다. 퇴근 후 호텔에 갔는데 전기차 충전용 주차장을 디젤 차량들이 꽉 막고 주차를 해 놓아 충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단다. 전기차는 아직까지 복작복작하고 인프라가 잘 구축된 시내에서만 상용되고 있고 황무지와 같은 공장지에도 충전할 곳이 없으며 시내에서 멀찍이 떨어진 구석지의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 중에는 전기차는 이름만 있을 뿐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비어있는 충전용 주차장에 일말의 양심의 거리낌도 없이 휘발유 차량들을 주차해 버렸으리라. 아직 쓰는 사람은 별로 없는 환경보호를 위한다며 만들어 놓은 자동차... 지친 하루를 마치고 열정의 스위치를 내리고 도착한 호텔에서 이 사달이 났으니 남편은 길길이 날뛰었단다. '내가 이 호텔을 예약한 이유는 너희가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충전할 수 있게 만들어라'를 외치며 호텔 직원과 한참을 실랑이를 벌였단다. 가엾은 호텔 직원은 이런 일이 생긴 적이 없어서 어쩔 줄을 몰라 중간 매니저를 불렀고, 중간 매니저도 역시 어쩔 줄을 몰라 더 높은 매니저를 불러오고... 부름의 부름을 계속하면서도 해결을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일반 전선을 이용해서 전기차를 밤새 충전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밤 10시가 되어 호텔방에 자러 들어갔단다. 그렇게 호텔에서 3일간 전기차를 충전해 가면서 근무를 마치고 주말에 겨우 집에 돌아왔다. 드디어 집 앞 제대로 된 충전소에서 충전을 할 수 있다 기뻐하면서.
토요일 아침. 충전 앱은 충전소가 비어있고 충전시간은 3시간이라 알려줬다. 이것이 테크놀로지의 힘이라 휘파람을 불며 충전소에 차를 놓고 온 남편은 3시간이 되기 5분 전 자동차를 빼러 나갔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별안간 30유로가 넘는 벌금을 물게 되었다며 울상이다. 나가보니 충전은 이미 한참 전에 끝나있었고 충전 후 바로 차를 빼지 않으면 10분 간격으로 벌금을 물게 되어 있는 시스템에 최초로 걸린 것이다. 벌금을 짭짤하게 물고 씩씩 대며 차를 뺀 후에 다음부터는 충전할 때는 한 시간 전부터 나가 서있겠다 다짐했다.
이쯤에서 전기차는 남편의 신경을 거슬리는 것을 멈추었어야 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주의 진리는 내 편이 아니었다. 눈앞에서 코 베어가는 벌금을 물고 난 남편은 그다음 주에 출근해서는 더한 일을 겪게 되었다. 출장지에서 근무가 끝나고 간단하게 저녁을 때우기 위해 잠시 슈퍼마켓에 앞에 주차를 해 놓았다가 차가 완전히 다운된 것이다. 어떤 버튼을 눌러도 차가 시작하질 않더란다. 저녁 8시. 갑자기 유난히 추웠던 밤이다. 그 누고도 일하지 않는 독일 밤에 시골길 한가운데의 슈퍼 주차장에서 여기저기 랜트카 서비스 업체에 전화해 가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가끔 전화를 받았다가도 남편의 사정을 들으면 안내하는 척하고 전화를 끊어 버리거나 알았다고 다른 서비스 연결 해 준고 발 빼고는 전화연결이 더 연결 되지를 않기를 수십 분을 반복했단다. 아무래도 서비스의 황무지인 독일에서 밤 8시 시골길 한 복판에서 차가 서버린 남편.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다. 어찌 되었든... 한 시간 동안 랜트카 회사 직원 몇 명과 돌아가며 씨름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그제야 견인차를 불러준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그 시간에 견인차를 부르면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며 그 후에 남편은 호텔로 어찌 돌아가느냐까지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단다. 춥고 배고프고 그지 발 새기 같은 서비스에 화가 날 데로 난 남편은 전기차를 수파마켓 주차장에 버려두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차가 없어 출근도 못하고 슈퍼에 버리고 온 망가진 전기차도 해치워야 하고, 게다가 그날 집으로 돌아오려면 새로운 랜트카카 필요한 남편은 호텔에서 홈오피스(?)를 하며 골치 아픈 회사일과 병행하면서 렌터카 회사 직원과 1단계 베틀부터 다시 시작했다.씨름에 씨름을 거듭한 후 3시간 만에 50킬로 떨어진 렌터카 지점에서 차 한 대 (물론 전기차가 아닌)를 겨우 배달받아 출근을 했고, 퇴근길에는 전날 슈퍼 주차장에 버려두고 왔어야 했던 차를 견인차 기사에게 열쇠와 함께 넘긴 후에 300킬로를 전기차가 아닌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엉망진창인 회사의 사정에도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그
위에 전기차와 2주간 씨름까지 해야했던 남편은 아주 쿨하게 사직서를 내고 왔다. 독일은 아직 전기차 멀었다고, 안 사길 자~~알 했다며 전기차도 직장도 미련 없이 보내버렸다. 이달 말까지 출근은 해야 한다지만 이미 마음은 깔끔하게 직장을 떠났다.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이상한 회사를 못뎐디겠다는 남편을 얄팍한 궁여지책으로 다시 회사에 욱여넣으려 꾀를 내었다가 한 층 더 고급지고 살 떨리는 에피소드로 복수당한 기분이다. 그런데 그렇게 당하고도 전기차가 아주 싫지는 않은가 보다. 물꼬를 터서 그런가? 오늘도 산책을 하자며 다른 전기차 매장을 밖에서 흘끗 흘끗 들여다본다. 나를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와인 한잔이 절실했다. 그래. 독일은 전기차 상용이 멀었고, 우리 집 아저씨의 재취업은 빠르게 물 건너가 버렸고, 술은 바짝 타오른 내 목구멍을 타고 벌컥벌컥 물처럼 넘어간다.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이것이 현실이냐 아니면 그저 환상이냐
Caught in a landslide, no escape from reality 산사태에 갇힌 것처럼 현실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
Open your eyes, look up to the skies and see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I'm just a poor boy, I need no sympathy 나는 그냥 불쌍한 아이, 동정은 필요 없어
Because I'm easy come, easy go, little high, little low 쉬이 왔다 쉬이 가는 고귀하지도 비천하지도 않은 인생
Any way the wind blows doesn't really matter to me, to me 어찌 됐든 바람은 불 테고 나에겐 중요하지 않아!!!!!!!!
엄마, 살인을 하고 말았어요. (Mama, just killed a man)........
남편은 전기차도 버리고 그 덕에 직장도 더 빨리 버려 버렸다. 이제 프레디 머큐리가 불쌍한 나에게 감미로운 목소리로 위로의 노래를 불러줄 차례다. 노래로 쉽게 위로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