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괜찮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보물 찾기가 가능한 매장으로 T.J.Maxx, Ross, Home Goods 등이 있다. 타이밍이 잘 맞는다면 빠르게 훑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간과 수고로움을 들여 빈손으로 돌아 나올 수도 있다. 방문하기 좋은 시기나 요일, 시간대, 노려야 할 가격표 분석 방법도 있다는데 아직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중 하나인 Ross에서 0.49달러 행사를 시작했는 소식을 듣고 생활용품이나 옷을 볼까 싶어 슬그머니 찾아가 보았다. 이미 한차례 휩쓸고 가서인지 전체적으로는 한적한 느낌이었는데, 매장의 한쪽에만 사람들이 이상하게 모여 있었다. 그곳으로 가보았더니 직원이 손가락 리더기로 물품을 하나하나 찍으며 새로운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다. 그 옆에 서있다가 파격가가 붙자마자 바로 집어 가려고 사람들이 기다리던 것이었다. 흥미로운 광경이라 생각하며 좋은 물건이 있나 자연스럽게 동참하여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시선을 끄는 두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몸과 카트로 바리케이드와 흡사한 방어를 하면서 직원이 가격표를 붙이자마자 전부 쓸어가는 두 사람. 어찌나 빠른지 다른 사람들이 물건을 볼 기회도 없이 무조건 잡아서 카트에 담아 버리는 것이었다. 비슷하거나 똑같은 물건을 저렇게 많이 사가서 어디에 쓰려는 걸까 욕심도 많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참다못한 다른 한 사람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냐며 자신이 다 사갈 테니 비키라며 할인가를 붙이기도 전에 물건을 먼저 집어가고 두 사람의 행동을 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들에게 포위당한 직원이 이 상태로는 일을 할 수 없다며 다 내려놓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도 했다.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슬금슬금 보물찾기 하러 왔다가 괜히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고는 싶지 않아 조용히 매장을 나왔다.
그 이후 다른 매장을 가볼 기회가 있었는데, 지역 때문인지 시간대 때문인지 분위기가 좀 달랐다. 첫 49센트 행사의 충격과 다르게 평화롭고 조용한 가운데, 직원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액자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을 보았다. 클림트의 작품 위아래로 작품명과 작가 이름을 넣은 포스터에 가까웠는데, 나름 원작에 충실하게 금빛과 질감을 살려 넣어 마음에 쏙 들었다. 내 몸만 한 액자에 담긴 아트포스터 2개를 단돈 1달러에 구입하여 집으로 데려왔다.
과거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 궁전에서 처음으로 클림트의 키스 The Kiss를 마주했던 것이 떠올랐다. 정말 작품을 보자마자 왜인지 모르게 울컥하여 한동안 그 앞에 서 있었는데, 작가의 의도나 그림의 의미를 떠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 순간의 감동과 벅차오름, 여행의 행복감은 잊을 수 없다.
시간이 흘러, 여러 경험이 켜켜이 쌓여감에 따라 새로움이 주는 감동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고 내가 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수록 더 의식적으로 함께하는 사람과의 시간과 감사함을 생각하고, 하루의 순간의 행복과 소중함을 중요히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이야기 씨앗: 클림트의 키스
https://sammlung.belvedere.at/objects/6678/der-kuss-liebespa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