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 바라보는 시간의 속도
긴 추석 연휴의 중간쯤, 문득 창밖을 보니 시간의 흐름이 느리면서도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주한 회사 일정 속에서 “연휴만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막상 연휴가 오면 또 ‘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릴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 금요일-토요일에 갔었던 캠핑장에서 가족과 불멍을 하며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던 순간. 그 짧은 평화 속에서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일’에 묶인 나의 일상]
회사 생활 10년이 넘어가면서 어느 순간부터 일과 나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출근해서 회의를 마치고 퇴근하더라도, 머릿속은 여전히 보고서와 일정, 그리고 KPI로 가득합니다. 주말에도, 가족행사에도 ‘이번 기획안 수정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저를 붙잡습니다. 가끔은 ‘이게 열정일까, 아니면 의존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성과가 좋을 때는 성취감이 나를 지탱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나 자신을 몰아세우며 더욱 매달립니다. 그렇게 점점 ‘회사 중심의 나’가 되어가죠. 그리고 중요한 것들 — 가족, 건강, 나 자신 — 은 조금씩 뒤로 밀려납니다.
[‘내려놓음’의 어려움]
회사 지인은 가끔 이런 저에게 말했습니다.
“조금은 내려놓는 습관도 가져야 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멈추면 뒤처질 텐데’, ‘지금은 버텨야 할 때인데’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었거든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언제나 ‘지금은 예외야’라는 말로 나를 합리화하며 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스스로를 옭아매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습니다.
[어느 할머니의 말에서 배운 것]
우연히 본 웹 글**(맨 아래 캡처)에서, 한 80세 할머니의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할미도 내 나 이땐 시간이 참 많아 보였어.
그래서 하고 싶은 건 미루고, 늘 일을 하고 바쁘게 살았지. 근데 이제 좀 즐겨볼라 하니, 죽음이란 놈이 문간에서 기웃기웃 나를 쳐다보더라. 그제야 알았지. 행복은 미루는 게 아니라 지금 누려야 한다는 걸.”
이 짧은 글이 제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습니다. ‘나중에 해야지’,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하지’라며 미뤄온 일들 — 여행, 독서, 부모님과의 식사, 나만의 시간 — 이 사실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요.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해야 하는 이유]
하고 싶은 일을 미루는 것은 단순히 일정을 미루는 게 아닙니다. 그건 ‘내 삶의 일부를 보류하는 행위’입니다.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그것이 나 자신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회사의 일은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내 인생은 오직 나 하나뿐이니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다시 일로 돌아갈 힘도 얻습니다.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은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에너지의 원천’이 됩니다.
[삶의 균형이란 완벽한 분할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을 이야기하지만, 그 말속에는 오해도 있습니다. 일과 삶을 완벽히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스스로를 인식하고 조정할 줄 아는 감각’입니다.
가끔은 일에 몰입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돌보는 시간도 꼭 가져야 합니다. 그 균형점은 각자 다르겠지만,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나’의 존재입니다.
[나를 위한 이벤트, 나를 위한 시간]
요즘은 일부러 ‘나를 위한 이벤트’를 만듭니다. 작은 산책, 짧은 글쓰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 이 짧은 순간들이 나를 회복시키고, 다시 내일을 살 힘을 줍니다.
하고 싶은 일을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하세요. 크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 한 걸음이 당신의 인생 방향을 바꾸어 놓습니다.
[지금을 살아야 하는 이유]
언젠가 우리도 그 할머니처럼, 문간에서 삶을 돌아보게 될 날이 오겠죠. 그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누리고, 사랑해야 합니다. 삶은 언제나 “지금”이라는 선물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다짐합니다.
“일은 최선을 다하되, 삶은 잊지 말자.”
그리고 나에게 말합니다.
“지금, 나는 행복할 자격이 충분하다”라고.
**어느80대 할머니 이야기(출처 :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