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속 인공지능 반도체 이야기

차가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by Jake Shin

“온디바이스 AI를 검토하기 위해, 인공지능 반도체 업체와 미팅을 진행해 봅시다.”


작년부터 임원 지시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인공지능 반도체 업체들과 기술 소개와 논의 미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다소 막연하게 느껴졌습니다. AI는 이미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서비스에서 흔히 쓰이고 있었고, 자동차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는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차례 미팅을 거치며 자료를 보고 설명을 듣다 보니, 이 이야기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차량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는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AI 캐빈 플랫폼이 전방의 차량을 인지하고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LG전자


예전의 자동차는 운전자의 조작에 반응하는

기계였습니다. 액셀을 밟으면 속도가 올라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추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자동차는 다릅니다.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목소리를 구분하며,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여러 화면에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러한 기능들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뒤에서는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끊임없이 동작하고 있습니다.


차량 안에서 동시에 처리해야 할 정보와 기능이 늘어날수록, 차는 더 많은 계산과 판단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연산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모든 판단을 밖에서 할 수는 없다는 현실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연결해서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서비스들은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고 결과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언제나 안정적인 통신 환경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터널을 지날 수도 있고, 외진 곳을 달릴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안전과 관련된 판단은 단 몇 초의 지연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차량과 운전자에 대한 데이터가 외부로 나간다는 점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차 안에서 직접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온디바이스 AI입니다. 온디바이스 AI란 결국 ‘차 안에서 바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온디바이스 AI는 말 그대로 차량 안에서 AI 연산을 직접 수행하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카메라로 들어오는 영상, 마이크로 수집되는 음성, 각종 센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차량 내부에서 바로 처리합니다. 이렇게 하면 반응 속도는 빨라지고, 통신 환경에 덜 의존하게 되며,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장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가 필요합니다. 차량 안에 있는 연산 장치가 그만큼 똑똑하고 강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차 안의 ‘생각하는 두뇌’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 반도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달리, AI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비교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이 과정은 일반적인 계산 방식으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전력 소모도 큽니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이러한 반복적인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제한된 전력과 공간 안에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차량이라는 환경에서 인공지능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차량 전체의 성능과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성능 차량 컴퓨팅과 인공지능 반도체의 연결


최근 차량 전자 구조는 여러 기능을 각각의 장치에서 처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고성능 컴퓨터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고성능 컴퓨팅 환경, 즉 HPC 구조입니다. 이 구조 안에서 인공지능 기반 기능은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구현되며, 차량의 고성능화 목표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능과 소프트웨어가 추가될수록, 이러한 연산 환경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는 이미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업계 전반에서 공통된 방향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반도체 경쟁의 중심에는 단순한 성능 수치가 아니라, 차량 안에서 AI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지가 놓여 있습니다. 업체별 현황 짚어봅니다.


퀄컴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쌓아온 고성능 연산과 AI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차량용 SoC에서도 온디바이스 AI를 핵심 가치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차량 안에서 음성 인식과 영상 처리, 다양한 AI 기반 기능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강조하며, 차 안에서 바로 판단하는 능력을 중요한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미디어텍(MTK)은 비교적 균형 잡힌 성능과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실제 차량 환경에서 여러 기능이 동시에 동작할 때 안정적으로 AI 연산을 수행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성능만을 앞세우기보다는, 현실적인 차량 환경에서의 효율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르네사스는 전통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가져온 기업답게, 안정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AI 연산 기능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성능 경쟁보다는 차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요구되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전제로, 인공지능 반도체를 어떻게 조화롭게 녹여낼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중국 SoC 업체들의 움직임도 점점 눈에 띄고 있습니다. 빠른 개발 속도와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바탕으로, 온디바이스 AI와 고성능 연산을 염두에 둔 구조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될 만큼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이 글로벌 차원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용 사례가 보여주는 변화의 방향


이러한 기술 변화는 실제 차량 기능에서도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 차량에서는 운전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거나,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의 이면에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고 문맥을 이해해야 하는 AI 기술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차량 안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산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LLM과 같은 기술이 차량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는 고성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AI를 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환경에 맞게 AI를 실제로 동작하게 만드는 기반 기술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차이


운전자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직접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반응 속도, 화면의 매끄러움, 음성 인식의 자연스러움 등을 통해 분명한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이 경험의 차이는 결국 차 안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서 비롯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의 기준은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반도체를 포함한 SoC 기술은 앞으로 차량의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인공지능 반도체를 통해 미래 기술을 이끌어가려는 SoC 공급사들의 방향성과 대응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차는 이미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깊이와 속도를 결정하는 중심에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인공지능 반도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반도체의 향후 진화방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 다음 글은 ADAS 영역에 대해 풀어볼까 합니다. ADAS는 ‘차가 주변을 보고 이해해 운전을 도와주는 기능’이고, 인공지능 반도체는 그 이해와 판단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두뇌 역할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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