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하루 속에서 길을 묻다
얼마 전 한 칼럼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은 왜 일하는가.”
짧은 문장이었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다가도, 회의실로 걸어가다가도,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그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왜 일하는가. 너무 당연한 질문 같지만 막상 답하려고 하면 선뜻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월급 때문이라고 하기엔 마음 한쪽이 허전하고, 커리어 때문이라고 하기엔 하루하루의 현실이 너무 소모적으로 느껴집니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비슷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 열심히는 사는데 방향은 가끔 흐릿해지는 삶.
- 분명 멈춰 있지는 않은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설명하기 어려운 시간들.
성실하게 살지만, 동시에 막연합니다. 바쁘지만 어딘가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 삶의 중심을 건드리는 질문이 됩니다.
아침 6시, 이미 시작된 ‘일하는 나’
출근과 동시에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직장인의 하루는 시작됩니다. 알람을 끄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늘의 일정입니다. 어제 끝내지 못한 일, 오전 회의, 상사가 요청한 자료, 갑자기 들어올지도 모를 추가 업무. 아직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마음은 이미 사무실에 가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안을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뉴스도 아니고 영상도 아닙니다. 대부분 메일함과 메신저 창입니다. 누군가는 이미 사과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누군가는 보고 일정 조정을 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급하게 자료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반응하는 모드’로 들어갑니다. 오늘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 오늘 나에게 무엇이 떨어질지를 대비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것이 지금 직장인들의 가장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응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또렷한 기준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고, 일을 잘 해내고 싶었으며, 나만의 전문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때의 우리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품고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준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보다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성과가 우선이 되었고, 내가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보다 평가 점수가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나도 모르게 질문을 바꾸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대신 “여기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먼저 묻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나약해서가 아니라, 조직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오래 생활하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일은 많아졌는데, 의미는 줄어드는 이유
업무량이 많아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몰입할 때 오히려 에너지를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느끼는 피로는 단순한 ‘바쁨’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의미 없는 반복에서 오는 피로에 가깝습니다. 해야 하니까 하고, 지시받았으니까 하고, 평가에 반영되니까 하는 일들. 이렇게 이유 없이 이어지는 행동은 우리 안에서 서서히 힘을 빼앗아 갑니다.
성과를 내도 기쁘지 않고, 인정을 받아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으며, 휴식을 취해도 금세 다시 지쳐버립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번아웃이라고 부르지만 어쩌면 우리는 단순히 지친 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잃어버린 상태인지도 모릅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그저 열심히만 달리고 있는 상태. 속도는 빠른데 방향은 모르는 삶은 결국 마음을 먼저 소진시켜 버립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 — 회사 안의 내가 전부가 될 때
일이 삶의 전부가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잘 풀리면 하루가 괜찮고, 조금 흔들리면 하루가 무너집니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우리는 점점 회사 밖의 나를 잊어버립니다. 취미도, 관심사도, 배우고 싶었던 것들도 “나중에”라는 말 뒤로 밀려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회사에서의 내가 곧 나인 것 같다.”
이 생각은 위험합니다. 조직 안에서의 위치는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쉽게 바뀌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역할과 나를 구분하지 못하면 작은 인사이동도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평가 하나에 자존감이 통째로 흔들립니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일에 ‘나’를 전부 맡겨버렸기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다시 묻는 질문, “나는 왜 일하는가”
그래서 저는 이 질문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적인 질문 같지만 사실은 아주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왜 일하는가. 돈 때문일 수도 있고, 가족 때문일 수도 있으며, 성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이유도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질문이 더해질 때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됩니다. 같은 보고서를 쓰더라도 “혼나지 않기 위해 쓰는 보고서”와 “내 기준을 담아보는 보고서”는 다르죠. 같은 회의를 하더라도 “시간을 버티는 회의”와 “내가 성장할 기회를 찾는 회의”는 다릅니다. 일의 내용이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가 나를 조금씩 바꿔간다고 봅니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입니다.(저도 마찬가지고요) 더 잘해야 하고, 더 빨라야 하며, 더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이 아니라 잠깐 멈춰 서서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이 길이 내가 원한 길이 맞는가?
- 아니라면 무엇을 조금 바꿔볼 수 있을까?
저도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어봅니다.
이 질문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우리를 다시 세우기 위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애씀의 방향을 바라볼 차례입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매일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나는 왜 일하는가.” 그 순간부터 우리의 하루는 조금 달라집니다. '반응하는 하루'에서 '선택하는 하루'로 바뀌기 시작할 거라 믿습니다.
그 작은 변화가 쌓이면 더 이상 일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통해 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임을요..
실천할 수 있는 3가지 생각해 봅니다.
1. 퇴근길 5분, 오늘 한 일 중 ‘내가 의미를 느낀 일’ 한 가지 떠올려보기
2. 회사 밖에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 하나 정해보기 (예: 배우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3. 이번 주 업무 중 하나에 ‘내 기준’을 한 줄이라도 담아보기
작은 실천이지만 이 반복이 쌓이면, 다시 스스로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나는 그냥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통해 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