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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숲길 Oct 08. 2023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

육아는 어렵다.


"난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요즘 들어 잊을만하면 쓰는 표현이다. 도대체 뭘 이해하기 어렵다는 건지 말해달라 했더니 준서라는 이름의 친구가 겨우 세 명인데 왜 맨날 성을 혼동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아들아, 너는 그 친구들을 자주 보기 때문에 구분이 잘 되겠지만 엄마는 누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라서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응. 엄마들은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 그러다 보니 같은 집에 사는 자녀들 이름조차 헷갈리는 경우가 많단다. 외할머니도 엄마 어릴 적에 딸 셋 이름을 막 섞어서 부르셨어. 게다가 엄마도 노화되고 있잖니."


"칫, 그게 말이 돼?"


"그래. 네가 겪어보기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그래도 엄마 말을 참고해 주면 좋겠어."



엄마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구나 하면 좋을 텐데 벌써 사춘기가 왔는지 뾰족하게 반응하는 녀석. 하기야 아들과 나 사이에 무려 37년의 세월이 끼어 있으니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건 당연한 노릇. 심지어 엄마가 뭘 아냐고 도발할 때도 있다. 그래서 얘기했다.


"아들아, 엄마가 알긴 알아?보다는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말해주면 좋겠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도 상처받거든. 무시당한 기분이야."


" 아, 그래? 미안..."



모든 게 서툰 시기라서 어느 정도는 이해해 줘야 하지만 너무 버릇없다고 느껴질 때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매섭게 혼내기도 한다. 육아라는 게 참 어렵다. 매번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때로는 멘붕이 와서 바닥을 헤엄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것처럼 감정이 요동치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스린다. 엄마가 되고 싶다며 간절하게 기도하던 10년의 세월을 떠올리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다.



어제는 놀이공원으로 체험학습 가던 아들이 버스 사고를 겪었다. 아들 말로는 갑자기 버스가 앞 버스와 부딪히면서 타이어가 터졌고 버스 앞 유리가 심하게 부서졌다고 했다. 몇몇 아이들은 코와 입을 부딪혀 피가 났고 또 일부 아이들은 너무 놀라서 엉엉 우는 바람에 혼란 그 자체였던 모양이다. 거의 한 달 전부터 놀이공원으로 체험학습 간다며 들떠 있던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들 생각해서 과감히 행사를 진행했던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슬프고 난처했을 것이다.



아이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부모들은 집이나 일터에서 뛰쳐나와 학교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기다렸다. 버스가 학교에 들어왔고 아이들이 무사한 것을 보고 나서야 겨우 안도했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를 부둥켜 안았다.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일터에 남아야 했던 부모들 마음은 좌불안석이었으리라. 다행히 휴무일이어서 바로 뛰어갈 수 있었던 나는 아이들이 무사히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울컥해서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나뿐 아니라 많은 엄마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였다가 그 공포에서 풀려났을 때 사람은 이렇게 눈물을 흘리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나마 차가 저속으로 움직였고, 아이들이 모두 안전벨트를 해서 크게 다친 아이가 없었기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오늘 낮에 아들 친구 엄마들에게 예상치 못한 톡을 받았다. 우리 아이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얘긴가 했더니 사고가 났을 때 우리 아들이 우는 친구들을 차분하게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가끔 까칠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따뜻한 아이로 잘 자라주고 있구나!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들에게 혹시 아픈데 없냐고 물어보니 그냥 조금 놀랐을 뿐 멀쩡하다고 태평하게 대답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서로가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더 많이 안아주고 믿어주며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되기로 결심해 본다. 이것이 내가 우리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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