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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하루

매 순간이 소중해.

by 단아한 숲길

새벽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양치를 한 후 미지근한 물을 마신다. 어서 기도를 하고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한다.

이후에 펼쳐지는 하루는 다양한 물결로 출렁인다. 매일이 새롭고 매 순간이 낯설다. 어제 보았던 나무가 오늘은 더 물들어 있고, 봉우리였던 꽃이 활짝 피어있다. 어제 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사람 중 다시 만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처음 보는 낯선 이들이 주변을 스쳐 지나간다. 그중 한 두 명은 며칠 전에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은 몇 번을 봐도 모르고 쳐갈 뿐이다.

어제 스쳤던 바람은 멀리 사라지고 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와 피부에 신선한 감각을 일깨워준다. 늦저녁 가을바람은 개운하고 청량하다. 참 기분 좋은 바람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들과 함께 동네 빵집에 갔다. 엊그제 아는 형한테 조금 얻어먹은 소금빵이 예술 그 자체였다며 폭풍 같은 감탄을 쏟아내기에 하나 사줄 요량으로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가서 보니 소금빵은 이미 매진되었고 토끼모양 러스크가 하나 남아있다. 러스크를 사들고 가게 앞 예쁜 의자에 앉아서 빵 먹는 아들과 대화를 나눈다. 초등학교 6학년이라서 사춘기가 온 것 같기는 한데 여전히 수다스럽고 애교 많은 것을 보니 아직 본격적인 사춘기가 오지는 않은 것 같다. 볼록한 볼을 실룩거리며 빵을 씹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우리는 미세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늙어가고 있다. 대단한 목표를 갖는 것도 좋지만 오늘도 무사하다는 것에 감사하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이 들수록 각종 질병과 사고로 고통당하거나 세상을 떠나는 지인들 소식이 더 자주 린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누구에게나 행복한 순간이 주어지듯 누구에게나 예고 없는 불행이 닥칠 수 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날마다 새롭고 낯설게 펼쳐지는 든 것이 감사하다. 누릴 수 있을 때 마음껏 누려야 한다. 살아 숨쉬는 모든 순간에 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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