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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Jun 09. 2019

ep1. 살 떨리는 콜롬비아 칼리 입성기

한 달간의 콜롬비아 칼리 살사 여행


 콜롬비아로 떠나는 쿠바 공항에서 우리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마음이 불안했다.



 비행기를 예매하기 전 호기롭게 외쳤던 "콜롬비아에 살사 배우러 갈 거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터넷에는 무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총을 든 강도, 칼을 든 강도, 총과 칼을 둘 다 든 강도. 죄다 강도 이야기. 어떤 관광지는 찾아가는 길에 한 번, 돌아오는 길에 한 번, 거기에 운이 나쁘면 한 번 더. 총 세 번의 강도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코너를 꺾는 순간 택시 뒷좌석 양 옆으로 사람이 타더니 얼굴에 복면을 씌우고 칼로 위협했다는 이야기 등 수많은 위험한 썰들이 우리의 결심은 흔들어댔다.



 



 사실 우리가 콜롬비아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살사. 그게 전부였다. 세계 살사의 수도. 살사의 본 고장, 살사의 천국, 살사에 미친 도시. 수식어 만으로도 엉덩이를 흔들게 만드는 콜롬비아 살사의 매력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춤을 좋아했던가. 멕시코와 쿠바에서 살짝 맛봤던 살사의 매력은 우리를 이 곳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했고 그 흥 넘쳤던 시간을 잊지 못해 홀린 듯 비행기 티켓을 끊었더랬다.



  무거운 마음으로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첫 도착지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였다. 수도라고 해서 안전한가. 전혀 아니다. 콜롬비아는 보고타만 피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나라의 온갖 어중이떠중이가 수도로 몰려들어 범죄 위험이 더 높다고 했다. 치안이 막장이라는 소문이 많아 밤에는 절대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고, 우리를 맞이해 주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도 지갑과 핸드폰은 길거리에서 절대 꺼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으니 앞으로 콜롬비아의 삶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길거리에 사람이 없으면 더 무서워..


  목적은 칼리에서 한 달 정도 머무르며 살사를 배우는 것이었기에 보고타에서는 3일 정도 머무르며 한식 재료들을 쇼핑하고 칼리로 이동을 서둘렀다. 야간 슬리핑 버스를 탔는데 보고타에서 칼리까지 약 10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아침 8시쯤 되었을까 스르륵 떠진 눈으로 구글 지도를 켜보니 버스는 칼리로 막 진입하고 있었다. 옆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키만이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기 위해 커튼을 젖히는 순간 "헙"하며 숨 넘어가는소리를 냈다.


커튼으로 창문을 가리고 슬쩍슬쩍 버스 밖을 살피며 놀란 토끼눈을 한 키만이 말했다.


"지프차 안의 사람들이 초.. 총을 들고 있어!!"



 나는 놀란 마음을 움켜쥐고 커튼 사이로 지프차를 슬쩍 훔쳐봤다. 가슴이 쿵쾅쿵쾅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헉!"소리가 튀어나왔다. 진짜다!! 진짜 총을 들고 있다!! 지프차의 창문 사이로 얼굴 보이지않았지만 조수석, 뒷좌석에 앉아 손에 들고 있는 기관총이 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혹시 경찰인가? 군인인가? 커튼으로 창문을 가린 채 눈만 빼꼼히 내밀고 그들을 관찰했다. 콜롬비아에서 종종 버스강도가 나타난다더니 우리가 걸렸구나.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줘야 하나. 얼마를 줘야 하나. 아직 돈을 출금 못해서 줄 돈이 없는데 돈을 줘야 목숨을 살려 줄텐데 비상으로 갖고 있던 달러라도 줘야 하나. 카메라 사진은 아직 백업이 안되어있는데 빼앗기면 너무 속상하겠네 등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은 아직 눈치를 못 챈 건지 자고 있는 건지 버스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슬쩍 버스 운전사를 보니 지프차를 못 본 건지 아니면 지프차의 목표는 우리가 아닌 것을 알고 있는 건지 평소처럼 운전하고 있었다. 버스가 빨리 가던지 지프차가 앞서 가던지 누군가 추월해서 서로 멀리 떨어지면 좋으련만 자꾸 엎치락 뒤치락하며 도로를 같이 달려 나갔다. 10분쯤 지났을까. 사거리에서 지프차는 좌회전을 하며 버스와 노선을 달리했다.


"휴우..."


 10년 같은 10분이 지난 후 둘이 동시에 한숨을 쉬며 손을 마주 잡았다. 와. 2년간 세계여행을 하면서 일반인이 총을 들고 있는 건 정말 처음 봤다. 치안이 안 좋은 도시는 큰 건물이나 은행 앞에 총 들고 서 있는 군인 혹은 경찰들을 자주 봤지만 민간인이 총이라니. 솔직히 조금 아니 많이 무서웠다. 재수 없으면 이 곳에서 한국 뉴스에 등장할 수도 있겠구나. 낮에 조심하는 것은 물론이고 밤에는 절대 밖을 돌아다니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 사이 버스는 터미널에 도착했다. 북적이는 많은 사람들과 제복을 입은 경찰을 보니 조금 안심되었다.



이곳이 바로 물보다 마약이 싸다는 콜롬비아로구나.

칼리 도착 첫날부터 과한 신고식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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