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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Jul 25. 2019

ep2. 칼리에 살사 학원이 왜 이렇게 많아?

한 달간의 콜롬비아 칼리 살사 여행

 멀리서부터 희미하게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노랫소리. 듣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거리고 골반이 흔들어지는 이 소리는 살사 음악이 분명하렸다! 2층 창문에 영어로 크게 'DANCE ACADEMY'라고 적혀있는 걸로 보아 살사 학원이 확실했다.   



 살사 학원을 찾다 보니 알게 된 건데 칼리에는 살사 학원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의 미용실처럼 동네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살사는 이 곳의 국민 스포츠 같은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이다. 살사를 배우러 많은 외국인들이 유입되다 보니 호스텔에서 손님들을 대상으로 무료 단체 강습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처음 방문한 살사 학원은 계단식 복도를 지나 2층 끝에 자리했다. 올라갈수록 음악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살사 춤 연습이 한창이었다.


"오.. 올라!"

소심하게 외친 내 목소리는 음악소리에 목소리가 묻혀버렸다. 키만과 나는 눈을 서로 마주 봤다. '어떡하지?' 눈을 돌려 멍하니 서서 춤을 감상했다. 노래가 신났다. 흔들고 싶다. 내 몸안에 살사의 혼이 잠재되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가슴속의 무언가가 느껴지는 듯했다. 조금씩 어깨를 좌우로 움직이며 엉덩이를 씰룩. 느껴진다 남미의 살사가. 드디어 왔구나!! 세계 살사의 수도 칼리!



"우리 살사 춤 배우고 싶어!"
그녀는 팸플릿을 가져와 학원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스페인어로.  



에라 영어도 안 통하는데 나도 그냥 한국말로 하자.


"뭐라고? 그게 뭔데? 아 춤을 그런 걸 배운다고? 오 가격은? 하우 머취? 꾸안또 꾸에스따?"

손짓 발짓과 몸으로 직접 춤 시범을 보이기도 하며 영어, 한국어, 생존 스페인어가 뒤섞여 대화가 이루어졌다. 슬며시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각자의 언어로 말하지만 대화는 점점 통해간다. 누군가는 제대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하고 불편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런 순간이 즐겁게 느껴진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옷깃만 스쳐도 우리는 느낄 수가 있어  
    - 도시 아이들 2집 <텔레파시>



 이 학원은 대회 출전 선수 전문 학원으로써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단체수업보다는 개인 수업 위주였으며 정해진 시간 이외에는 대회 출전을 위한 연습이 계속된다고 했다.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우리는 친구도 만들고 살사 춤도 배우고 싶거든. 고민을 해보겠다 말하고 학원을 나섰다.





"태양에 말라죽던지 총 맞아 죽던지 누구 하나 죽을 것만 같은 날씨야"



길거리에 있는 생명체라고는 그늘에 널브러져 있는 개 몇 마리와 우리 둘이 전부였다. 지금은 오후 2시. 눈부시게 맑은 하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미끌거리는 겨드랑이. 쩍쩍 달라붙는 슬리퍼.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휘적휘적 저어 커피에 얼음 맛을 입힌 뒤 시원하게 한잔 쭉 빨고 싶었다. 얼굴에 흐르는 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안 될 즈음 다른 댄스학원에 도착했다.



칼리의 댄스학원들은 보통 살사와 바차타. 이 두 가지 수업을 병행하는데 살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남미의 열정적인 커플 댄스이고, 바차타는 좀 더 끈적하고 아주 야한(한국인의 정서로) 춤이다. 좀 더 세세히 표현하자면 여자의 다리 사이에 남자의 한쪽 다리를 밀어 넣고 서로 안고 있는 듯한 포즈로 밀착해서 춤을 이어간다. 이게 춤인지. 둘이 부둥켜안고 부비부비 하는 건지.




2층 3층이 모두 살사 학원!



살사는 1회에 15000페소(6천 원) 정도이고, 16회 패키지는 100,000페소(4만 원)라고 했다. 그럼 인당 1회에 6250페소(2500원)에 살사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미쳤다. 가격이 미쳤어! 아무리 그룹 수업이라지만 너무 저렴해서 미안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흥정에 들어간다.



"우리는 두 명인데 스페셜 할인해 줄 수 있어? 바로 등록할게."



 눈빛 조차 흔들리지 않고 NO를 외친다. 거절도 화끈한 남미. 우리도 그냥 시도해보는 거다. 할인해주면 땡큐고 안 해주면 어때? 스페인어 한마디 배우는 거지. 오늘 수업은 이미 시작한 터라 우리는 내일부터 참여하기로 했다. 수업을 구경해도 되냐고 물으니 잠깐만 기다리라며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양손에 의자를 하나씩 들고 올라오는데 얼굴이 너무 해맑다. 벽 한쪽에 의자를 내려놓으며 앉아서 보란다. 아놔 이런 친절한 콜롬비아노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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